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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자연 그리고 사람
아주 특별한 만남
  • 오늘 나에게 꽃향기를 선물했다

    섬진강댐지사 직원 4명의 수제 향수 만들기 체험

    • 글. 최행좌
    • 사진. 김범기
  •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만 꽃향기가 나는 게 아닌가 보다. 카페에도, 거리에도, 꽃시장에도 가는 곳마다 꽃향기가 난다. 여기에 나만의 향기를 갖고 싶은 K-water 섬진강댐지사 직원 4명이 특별한 향기를 더했다. 좋아하는 향을 배합해 나만의 시그니처 향수를 만드는 이들의 얼굴이 꽃보다 더 화사하게 피어났다.
좋아하는 향을 찾아 향수 만들기에 도전

“직원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쌓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어요. 이번에 수제 향수 만들기를 직원들과 함께하면 좋을 것 같아서 신청하게 됐어요.” 오늘의 만남을 주도한 오로라 대리. 같은 지사에 근무하지만 이들이 함께 무언가를 만드는 체험에 도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향수 만들기는 처음인데 너무 기대돼요”라며 김효영 사원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평소에 수제 향수 만들기를 꼭 경험해 보고 싶은 활동 중 하나였어요”라고 말하는 김지수 대리, “오로라 대리 덕분에 좋은 경험하네”라며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는 정용배 지사장과 공감의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에게서 따뜻함과 끈끈함이 느껴졌다.
“오늘 저는 목표를 하나 정하고 왔어요. 최대한 다양한 종류의 향을 맡아보고 가려고요.” 정용배 지사장의 이야기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본격적인 ‘나만의 향수 만들기’ 수업이 시작됐다.
향수 만들기에서 첫 단계는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향은 무엇인지, 만들고 싶은 향은 무엇인지 찾는 것이다. 이들이 좋아하는 향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아내가 추천해 준 우디 향을 좋아한다는 정용배 지사장은 “이 향을 맡으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에요”라고 한다. 평소에 비누 향이나 오이 향처럼 산뜻하고 상쾌한 향을 선호하는 오로라 대리는 “깨끗하고 시원한 느낌이 좋아요”, 김지수 대리는 “시트러스 향과 같이 상큼한 향을 좋아하는 편이라, 오늘 제 취향에 꼭 맞는 향수를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학생 때 엄마 몰래 향수를 뿌리다가 쏟았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김효영 사원은 “진하지 않으면서 은은하게 퍼지는 향을 좋아해요”라고 말했다. 베이비파우더 향이나 로즈 향이 나는 향수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향수는 발향하는 순서가 있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향인 탑 노트, 향이 어느 정도 날아가고 난 후 느껴지는 미들 노트, 은은하게 지속되는 잔향이 베이스 노트다. 향료를 시향 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향을 조합하는 게 향수 만들기의 핵심이다.
박서후 조향사의 시범과 함께 본격적으로 향수 만들기를 시작했다. 향수의 기본이 되는 베이스 향을 고르는 작업이었다. 22가지 베이스 향료 중에서 마음에 드는 5가지를 고르면 되는데, 첫 번째 향을 선택하는 일이 꽤 고민이 되는 시간이었다. 좋아하는 향을 신중하게 고르는 이들. 향료 병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며 천천히 살피는 모습이었다. 오로라 대리는 마음에 드는 향을 골랐는지 시향지에 향의 이름을 적고 스포이트로 한 방울 떨어뜨린 다음 살살 흔들어서 알코올이 날아가자 코끝에 시향을 했다. 향에 집중하며 좋아하는 향을 찾으면 설문지에 하나하나 기록했다. 잠시 후 김효영 사원의 질문이 나왔다. “좋아하는 향을 찾으면 선호도에 표시해야 할까요?”라고 묻자 김지수 대리가 “저도 궁금했어요”라고 맞장구를 쳤다. 박서후 조향사는 선호도를 꼭 표시할 필요는 없지만 표시를 해두면 기억하기에 좋다고 팁을 알려주었다. 여러 향을 시향 할수록 헷갈리기 쉽기 때문이란다.

오늘은 내가 조향사,
나만의 향수 레시피 만들기

향수는 기본적으로 ‘베이스-미들-탑’ 순으로 여러 향이 겹쳐져서 완성된다. 베이스 노트를 다 고른 다음 미들 노트, 탑 노트에 들어갈 향을 고르는 작업을 반복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방에도 향기가 점점 진해지고 있었다.
섬세하게 시향을 한 이들은 골라놓은 시향지의 잔향을 맡아본 다음 다시 상, 중, 하로 나눴다. ‘상’은 무조건 넣고 싶은 향, ‘중’은 애매한 향, ‘하’는 빼고 싶은 향이다. ‘상’으로 뽑힌 향만 모아서 샘플 작업을 하는데, 진짜는 지금부터다.
똑같은 향을 선택해도 어떤 향료를 추가하고, 어떤 비율로 넣는지에 따라 전체적인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 샘플 통에 좋아하는 향을 ‘베이스-미들-탑’ 순서로 넣고 배합한 다음 시향지에 흡수시켜 샘플 향을 맡아본다. 서로 비교하는 것도 작은 재미다.
정용배 지사장은 망설임이 없었다. 단번에 척척 좋아하는 향을 고르고, 샘플도 한 번에 성공했다. 정용배 지사장은 “딱 내 스타일인 데….” 원하는 향을 찾아 무척 기뻐했다. “조향사 소질이 있으신 거 같아요”라는 말에 모두 웃음을 지었다.
김지수 대리는 좀 더 스위트 향을 찾고 있었다. “어떤 향료를 넣으면 좋을까요?”, “헬리오트로프를 1~2방울 넣으면 훨씬 스위트할 것 같아요”라고 박서후 조향사가 도움을 줬다. 김지수 대리는 1차 샘플 향도 좋은데 스위트한 향을 추가해 최종 샘플을 골랐다.
오로라 대리는 테이블에 나란히 앉은 김효영 사원에게 “내가 만든 향수 한번 시향 해 볼래요? 어때요?”, “대리님이 좋아하는 향들만 넣어서 그런지 정말 시원한 느낌이 나요”라는 김효영 사원의 말에 오로라 대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누 향을 더한 오로라 대리는 “1차 샘플과 2차 샘플 둘 다 좋아서 고르기가 너무 힘들어요”라며 행복한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대리님, 제가 만든 향도 한번 시향 해 주세요. 화이트 로즈와 핑크 로즈를 넣어서 향이 좀 진한 가요?”, “로즈 향 살짝만 빼면 효영 씨한테 더 잘 어울릴 거 같은데요” 라고 오로라 대리가 대답했다. 은은한 향을 원했던 김효영 사원은 로즈 향을 1~2방울 빼고 다시 샘플 향을 만들었다. 두 번 만에 원하는 향수 레시피를 찾았다.

함께한 우리들의 시간 행복한 향기로 채우다

향수 만들기 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르자 이들은 잠시 수다를 멈추고 한층 진지해진 모습이었다. 샘플 향이 완성되자 비커를 전자저울에 올려놓고 비율만큼 향기를 조금씩 떨어뜨려 배합했다. 색소를 더해 예쁜 색감을 찾고 라벨을 붙여 나만의 향수로 디자인을 마무리했다.
“정말 모두 잘하셨어요.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향수를 만드신 거 같아요”라는 박서후 조향사의 칭찬이 이어졌다. 오늘 이들에게 향수 만들기 시간은 어땠을까?
‘JSOO’라고 향수 이름을 붙인 김지수 대리는 “여러 향료를 맡아보니까 시원하고 상큼한 향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라며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미들 노트에서 워터 향이 좋았고, 탑 노트에서는 유칼립투스 향이 좋았다고 한다.
‘전주의 로라’ 향수를 만든 오로라 대리는 “평소에 향수를 자주 뿌리고 다니지는 않지만 비누 향과 오이 향처럼 좋아하는 향이 그대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너무 신기했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방울 No. 5’로 향수 이름을 명명한 김효영 사원은 “이번에 은은한 로즈 향을 베이스로 만들었어요. 다음에는 베이비파우더 향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요”라며 활짝 웃어 보였다.
섬진강댐의 호수인 ‘옥정호’에서 이름을 딴 ‘옥정 1965’를 만든 정용배 지사장은 “구슬처럼 맑은 옥정호를 향기로 담았어요. 직원들과 함께 무엇인가를 한 것이 정말 오랜만인데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라고 만족을 표했다.
모름지기 향수도 숙성이 필요한 법. 1~2주일 있다가 사용하면 훨씬 깊고 진한 향을 맡을 수 있다. 향수를 사용할 때마다 떠오를 오늘의 기억, 향수 만들기에 참여한 이들에게 이 모든 시간이 행복한 향기로 가득 채워지길 바라본다.

※ 본 취재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해 안전하게 진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