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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자연 그리고 사람
아주 특별한 만남
  • 오늘 같은 날은 처음이야!

    안동권지사 박도연 사원 가족의
    한식 요리 만들기

    • 글. 최행좌
    • 사진. 김범기
  • 가까이 있을 땐 미처 알지 못했던 가족의 소중함. 떨어져 지내면서 애틋함이 깊어진 박도연 사원의 가족들이 서로를 위해 ‘한식 요리’ 만들기에 도전했다. 칼질이 좀 어색하면 어떠하리. 모양이 좀 어설프면 어떠하리. 이 모든 건 가족을 위해 직접 만든 요리인 것을. 이들의 즐거운 시간을 함께 만나보자.
가족의 건강을 챙기는 요리 수업

박도연 사원이 가족과 함께 하는 특별한 시간을 준비했다. 아버지 박종철 씨, 어머니 최영대 씨, 동생 박기범 씨까지 모두 모여 가족을 위해 건강한 한 끼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집은 청주시인데요. 최근에 아빠와 제가 타지로 발령이 나고, 동생은 익산에 있는 대학교에 다니다 보니, 주말 가족이 됐어요. 가족이 옆에 있는 게 당연한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떨어져 지내다 보니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 것 같아요.” 동생의 전역을 기념하고 가족과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는 박도연 사원은 가족에게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자, 지금부터 파이토 쿠킹으로 5가지 요리를 만들 거예요. 평소에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왜 먹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다양한 색깔의 채소와 과일 속에 파이토케미컬이 들어 있는데요.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은 식물성을 의미하는 ‘파이토(phyto)’와 화학을 의미하는 ‘케미컬(chemical)’의 합성어로 건강에 도움을 주는 생리활성을 가지고 있는 식물성 화학물질을 의미해요. 매일 식사에서 이들을 많이 먹도록 노력하면 건강한 식습관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강희규 강사의 친절한 설명을 가족들은 한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수업에 집중했다.

설렘 가득한 한식 요리 만들기

오늘 만들 요리는 당근 생강 수프, 양배추 초절임, 닭다리살 꽈리고추 조림, 토마토 보양숙(익힌 토마토에 아가베 시럽, 올리브유, 견과류를 뿌려 먹는 음식), 두부 스테이크다. 가장 쉬운 레시피인 당근 생강 수프는 아버지 박종철 씨의 담당으로 낙점됐다. 그가 당근과 고구마를 깍둑썰기하기 위해 칼을 들었다. “그렇게 칼을 잡으면 손을 다칠지도 몰라요. 손 모양을 살짝 구부려서 잡고 썰어야 해요.” 남편이 칼 잡는 모습을 보고 아내가 도움을 줬다. 그러자 박종철 씨는 차분하게 칼질을 했다. 바닥이 두꺼운 냄비에 다진 생강과 마늘, 양파를 넣고 볶음 다음 당근과 고구마를 넣고 뚜껑을 닫고 약불에서 익힌다. 20분 정도 기다린 다음 블랜더를 곱게 갈아주니 예쁜 빛깔의 수프가 완성됐다.
동생 박기범 씨는 양배추 초절임을 만들기로 했다. 먹기 좋은 크기로 찢어 놓은 양배추를 냄비에 넣고 살짝 데쳤다. 1분 정도 후에 건져서 찬물에 헹군 다음 물기를 꼭 짜놓고, 양배추 초절임에 들어갈 재료를 준비했다. “고추는 어떻게 썰어야 해요?”, “곱게 다져 주세요.” 요리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그는 곱게 다진 고추를 양배추와 함께 섞어주고, 식초, 아가베 시럽, 다진 마늘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서 완성했다. “엄마, 양배추 초절임 한 번 맛보세요.” 박기범 씨가 어머니에게 간 맞추기 도움을 요청했다. “식초 조금만 더 넣으면 좋겠네. 잘 만들었어. 아들.” 모두가 엄지를 올렸다.
박도연 사원은 닭다리살 꽈리고추 조림을 맡았다. 의외로 마늘과 생강을 채 써는 게 만만치 않았다. 크기가 작기도 했지만, 알싸해서 눈이 매웠던 것. “내가 도와줄까?” 박기범 씨가 누나를 돕기 위에 옆자리로 돌아왔다. 이렇게 재료 준비를 마친 박도연 사원은 주걱을 들고 마늘과 생강을 먼저 볶았다. 마늘과 생강이 익으면 닭다리살을 넣고 함께 익힌 다음 방울토마토와 꽈리고추를 넣고 볶아준다. 마지막으로 간장과 아가베 시럽을 넣고 간을 맞췄다.
고난도의 두부 스테이크는 자연스럽게 어머니 최영대 씨의 차지가 됐다. 요리 고수인 그는 당근, 양파, 표고버섯, 파프리카 등 준비해야 하는 재료 양이 가장 많았다. 대장금 같은 솜씨를 발휘한 그는 두부와 닭가슴살, 양파, 소금, 후추를 넣고 치대어 둥글게 반죽한 다음 전분가루를 묻혀서 구워냈다. 준비한 야채는 팬에 볶아 낸 다음 두부 스테이크 위에 올리고, 소스를 뿌려 마무리했다.
간단한 요리를 담당해 여유로웠던 아버지와 동생은 토마토 보양숙을 함께 만들었다. 이들은 토마토에 칼로 열십자 무늬를 낸 후 물 약간을 넣고 중불에 익힌 다음 토마토 껍질을 벗겼다. “토마토 껍질은 왜 벗기는 거예요?”, “껍질을 벗기면 식감이 부드럽기도 하고, 토마토 껍질이 얇아서 입천장에 잘 붙을 수 있어서 벗기고 먹으면 편해요.” 익힌 토마토 위에 아가베 시럽과 아몬드, 올리브유, 파슬리 가루를 뿌려서 완성했다.

온 가족이 함께 만든 특별한 ‘한상차림’

두 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 본인의 손에 의해 점차 완성되어가는 요리를 보며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완성된 요리를 세팅하고 식기를 챙기는 이들의 손발이 약속이나 한 듯 착착 맞았다. 온 가족이 함께 만들어 더 의미가 있는 한상차림이 마련됐다.
직접 만든 닭다리살 꽈리고추 조림을 시식한 박도연 사원은 “생강이 많이 들어가서 생강 향이 강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요. 의외로 생강 향이 많이 나지 않고 맛있어서 종종 만들어 먹을 거 같아요” 라고 소감을 말했다.
평소에도 가족의 건강을 챙기는 최영대 씨는 “건강식을 자주 만들어 먹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가족끼리 모여서 음식을 만드니까 너무 재미있었어요”라며 건강 레시피를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특히 토마토 보양숙은 간단하면서도 평소에 먹으면 보양식이 될 것 같다고.
당근 생강 수프를 만든 박종철 씨는 “평소에 신경을 안 쓰던 건강식에 대해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라며 수업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오늘 수업을 통해 요리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된 박기범 씨는 “가족이 모여서 요리를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생각하지 못한 많은 건강식을 알게 돼서 좋았어요. 닭다리살 꽈리고추 조림, 양배추 초절임은 가족을 위해 만들어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오늘 이 시간이 의미 있는 것은 가족이 다 함께했다는 것. 가족이 함께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를 만들며 특별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앞으로 이들이 만들어갈 또 다른 특별한 날을 기대해 본다.

※ 본 취재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해 안전하게 진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