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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자연 그리고 사람
지구를 지키는 여행
  • ‘생태관광보전지구’
    강릉 경포가시연습지와 경포호
    되살아나 더 소중한

    • 글·사진. 이시목(여행작가)
  • 알고 보니 강릉은 생태도시였다. 국내 최초의 ‘저탄소 녹색도시’였으며, 습지복원사업으로 가시연을 복원시킨 기적의 도시이기도 했다. 그래서 떠났다. 커피·순두부·일출 다 지우고, 오로지 생태란 키워드만으로 강릉 땅을 밟았다. 생태란 두 글자로 들여다본 강릉엔 경포와 순포라는 두 개의 석호가 있었고, 동명의 습지가 있었다. 특히 경포엔 ‘경포’란 이름을 사이좋게 나누어 가진 해변과 개천까지 있어 걷기 더 좋았다. 강릉, 아니 콕 찍어 경포로 생태여행을 떠나보자. 목소리를 낮추고 천천히 걸으면 자연에 기대어 사는 온갖 것들의 몸짓이 읽히고 그 소리 또한 들릴 테다.
1. 경포호 수면에 비친 강릉 도심 풍경. 그 위로 물새 몇 마리 물주름을 그리며 지난다.
탄소는 줄이고 녹색은 키워갑니다

강릉은 외부적으로 드러난 이미지가 많은 도시다. 문향부터 순두부, 바다, 일출까지…. 최근엔 ‘커피의 도시’로도 승승장구 중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도시 브랜드 ‘솔향’이 더해졌다. ‘솔향’은 2009년부터 시작된 강릉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상징하는 슬로건이자, 눈에 띄는 생태·환경적 성과로 꾸준히 성장해온 브랜드다. 그 중심에 경포가 있다.
경포호를 중심으로 경포해변, 경포천, 경포가시연습지, 경포생태조류지 등이 커다란 생태 띠를 이루고 있는 경포는 명실상부한 ‘강릉 생태의 중심축’이다. 한때 개발로 인해 개간되고 또 극심한 오염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강릉시와 환경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경포호의 수질은 크게 개선됐고 농경지로 개간돼 사라졌던 습지도 원형에 가깝게 복원됐다. 이 과정에서 생태 기적도 일어났다. 문헌과 구전으로만 전해지던 가시연이 자연적으로 발아해 꽃을 피운 것. 농토 깊은 곳에 휴먼상태로 있던 가시연의 종자가 최적의 발아 환경, 즉 습지가 마련되자, 반세기만에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이는 ‘저탄소 녹색도시’를 향한 강릉의 생태·환경적 노력이 결과로 확인된 순간이기도 했다.
돌아온 것은 가시연뿐만이 아니다. 다양한 수·습생식물이 자생해 어류의 안식처가 됐고, 이를 먹잇감으로 삼는 조류와 포유류의 개체 수까지 늘어, 철새들 수시로 드나들고 때때로 자맥질하는 지금의 풍경에 이르렀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이자 경포가시연습지 복원사업의 깃대종이기도 한 ‘큰고니’도 사업이 완료된 이후 매해 이곳을 찾는다. 강릉생태관광협의회 관계자는 “올해도 어김없이 고니가 찾아왔다”라며 “호수와 습지 주변, 일대 농경지에서 때때로 목격된다”라고 말했다.

관찰로 따라 ‘살금살금’ 습지 탐방

습지부터 찾았다. 2012년 복원이 완료된 경포호의 배후습지. 이곳의 공식 명칭은 경포가시연습지다. 본래 경포습지로 불렸던 곳이지만 가시연이 되살아나 꽃을 피운 이후 경포가시연습지란 이름을 새롭게 얻었다.
습지는 크게 4개 구역으로 나뉜다. 서쪽 끝자락에 있는 습지유수지에서 가시연발원지, 수질정화습지, 연꽃정원이 물길의 흐름을 따라 동쪽으로 길게 이어진다. 습지유수지는 담수의 공간이고, 수질정화습지는 수질정화의 효용을 가진 식물들, 즉 부들·물옥잠 등이 자라는 공간이다. 가시연발원지와 연꽃정원은 이름 그대로 연꽃이 무리 지어 피는 곳. 실제 가시연은 가시연발원지에서 되살아나 점점 그 군락을 넓혀 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연꽃이 피지 않는 계절. 가시연발원지는 새하얀 얼음판으로 변했고, 연꽃정원은 화려했던 지난 계절의 흔적을 보여주듯 갈색 꽃대로만 남았다. 그러나 봄이 되면 누군가 깨우지 않아도 저절로 싹을 틔워 푸릇하게 키워낼 수·습생식물들의 터.
관찰로는 이 터전들을 세밀하게 잇는다. 습지 중심으로부터 아주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에 있어, 습지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지만 새나 동물들에겐 위협이 되지 않는다. 아마도 딱 그만큼의 거리가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생의 거리일 것이다.

  • 2. 경포호가시연습지 내 가시연발원지에 조성한 포토존.
  • 3. 여름이면 경포가시연습지는 홍연, 백연 등이 무리지어 피는 거대한 연꽃정원으로 변한다.
석호가 품어 안아 키우는 일상의 삶들

중대백로 한 마리가 호수 위를 날고 있었다. 그 곁에선 모녀의 정담이 길었고, 때때로 자전거가 지났다. 노을 붉은 습지 관찰로에는 유아차가 오갔고, 가끔 새들 날아와 먹이를 찾곤 했다. 비오리·고방오리 자맥질하는 모습을 오래 바라보다 문득, 경포에선 사람과 자연이 어울린 풍경이 그저 일상임을 알았다. 위협받지 않는 상태가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도 보았다.
저탄소 녹색도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도시를 말한다. 탄소 배출량은 줄이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녹색공간은 넓혀, 마침내는 이산화탄소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 복원된 습지에 앉아, 더불어 맑아진 경포호의 둘레를 따라 걸으며 생태에 대해, 공존에 대해 생각했다. 경포호가 품어 안아 키우는 동식물의 삶과 자연을 배려하는 여행자의 자세에 대해서도 오래 생각해 본 하루였다.

경포가시연습지를 위한 네 가지 약속
사람과 자연의 공존을 위한
‘습지’ 탐방법
경포가시연습지를 더 재미있게 여행하는 법
‘강릉생태관광’ 프로그램 참여하기
강릉생태관광협의회에서 제안하고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자연훼손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여행하는 것이 특징. 이를테면, 이동 동선을 최소화해 차량의 탄소배출을 절감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해 자원을 절약하는 방식으로 여행한다. 주요 운영 프로그램은 강릉생태학습여행, 경포가시연습지탐방, 힐링스토리, 철새탐조, 에코서핑, 경포호 자전거 투어. 이중 에코서핑과 에코플로깅(습지 및 해변 정화 활동)을 결합한 에코서핑 프로그램이 인기다. 바다와 습지를 몸소 체험하는 데다 상생가치까지 실현할 수 있다. ‘강릉생태관광’ 프로그램은 강릉생태관광협의회(www.gnecotour.com, 033-923-0299)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강릉 핫플 리스트
느릿하게 즐기는 강릉 원도심 월화거리

강릉의 원도심을 걸어 돌아볼 수 있는 2.6km 길이의 산책로다. 강릉역에서 말나눔터공원~힐링숲길~임당광장~역사문화광장~생활문화광장~월화교 전망대~월화정 숲길까지 이어진다. 이 중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구간은 강릉중앙성남시장이 있는 생활문화광장. 예쁜 포토존이 많은 데다 소문난 식도락코스라 인기 만점이다. 특히 닭강정, 아이스크림 호떡, 육쪽마늘빵, 어묵크로켓 등이 줄 서서 먹는 주전부리가 유명하다. 밤이 되면 곳곳이 반짝거려 더 아름답다.

사방에서 빛이 흩뿌려지는 아르떼뮤지엄 강릉

거대한 파도가 발밑까지 들이치고, 영롱한 별 무리가 사방에서 쏟아진다. 작년 12월 초당동에 문을 연 ‘아르떼뮤지엄 강릉’의 전시관 속 풍경이다. 아르떼뮤지엄 강릉은 ‘밸리(valley)’를 테마로 한 12개의 공간에 각기 다른 소재의 강릉을 빛으로 담아낸 곳. 국악인 송소희의 선율이 더해진 가든관과 무한 확장된 해변이 펼쳐지는 비치관이 압권이다. 10m 층고의 벽면부터 바닥, 기둥까지 모든 공간을 영상으로 뒤덮어 빛이 흩뿌려지는 것 같다.

BTS 앨범 재킷 촬영지 향호해변

향호해변은 주문진해변과 잇닿아 있다. 해변 자체보다 주목받는 건 이른바 ‘방탄 버스정류장’이다. 버스가 다니지도 서지도 않는 바닷가 정류장은 BTS가 2017년 발표한 ‘You never walk alone' 앨범 재킷을 찍기 위해 세웠던 시설. 촬영이 끝난 후 철거했던 것을 강릉시에서 다시 세워 포토존으로 만들었다. 그네와 하트 모양 의자 등 소품도 사진 찍기 좋은 곳. ‘방탄 버스정류장’ 앞에는 탐방객들을 배려한 스마트폰 거치대도 설치돼 있으니 인증 사진을 남겨보자.

커피 향 너울대는 바다 안목해변

강릉에서는 좋은 향이 난다. 짭조름한 바다향과 싱그러운 솔향에 커피 향까지 물씬 난다. 식사 후엔 향긋한 커피 향 따라 ‘안목카페거리’로 향하자. 안목은 강릉 커피의 본향.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는 수십 개의 카페가 강릉항(구 안목항) 북쪽 해안가 약 500m 거리에 밀집해 있다. 대부분 오션뷰 카페라 커피를 마시며 바다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겨울바다 특유의 알싸함을 만끽하고 싶다면 자판기부터 누를 일. 커피를 손에 쥔 채 포말을 밟을 수 있다.

강릉맛집 리스트
    • 서지초가뜰

      300년 종갓집의 손맛을 맛볼 수 있는 한정식집. 강릉 지방의 토속 음식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식당으로 정평이 났다. 기본 메뉴는 질상. 각종 장아찌와 나물무침, 부각, 씨종지떡 등이 상에 오른다. 보슬보슬한 떡이 특히 인기다.

    • 엄지네포차

      평일에도 줄 서서 먹는다는 맛집. ‘꼬막무침비빔밥’이 시그니처 메뉴다. 잘 손질해 삶은 꼬막에 비법 양념장을 넣어 비빈 후, 큰 접시에 부침개처럼 납작하게 눌러 내는 것이 특징. 맛있게 매운맛에 고소한 참기름 향이 잘 어울린다.

    • 장안횟집

      사천진항에 모여 있는 물회집 중 하나. 2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켜온 식당으로 유명하다. 오징어, 물가자미, 광어를 뼈째 썰어 푸짐하게 내온다. 우럭 살 푸짐하게 넣어 진하게 우려낸 미역국도 인기. 뽀얗고 시원한 국물 맛이 특히 좋다.

    • 순두부젤라또

      강릉을 대표하는 디저트 맛집으로 초당동에 1호점, 안목해변에 2호점이 있다. 순두부의 고소한 맛과 아이스크림의 단맛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순두부젤라또와 콩가루 맛이 은은한 인절미젤라또 등 종류가 다양해 골라 맛보기 좋다.

강릉 100배 즐기기

강릉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를 한 눈에 만나볼 수 있는 세 가지 테마길을 걸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