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영역

물, 자연 그리고 사람
아주 특별한 만남
  • K-water연구원 3인방의 베이킹 체험

    오늘은 딸기 케이크
    너로 정했다

    • 글. 최행좌
    • 사진. 한유리
  • 누군가를 축하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선물로 케이크만 한 게 있을까. 여기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케이크라면 기쁨과 행복은 두 배일 터. 팀원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 K-water연구원 직원들이 특별한 딸기 케이크 만들기에 도전했다. 유쾌상쾌한 그들의 시간으로 초대한다.
같은 공간, 다른 일을 하지만 우리는 ‘한 팀’이라고 부른다

K-water연구원에서 근무하는 이유진 연구원, 이옥정 연구원, 강한솔 연구원이 베이킹 스튜디오에 들어서자 조용하던 실내가 일순간 환해졌다.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있지만, 각자 연구하는 분야가 다른 탓에 얼굴을 마주 보며 대화할 시간이 부족했던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원데이클래스 참여를 계기로 얼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모두 흔쾌히 동참해 줬어요.” 지난해 입사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팀원들과 거의 식사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시간을 통해 팀원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어 건강하고 즐거운 직장 생활을 하고 싶었다는 이유진 연구원의 신청 사연은 그야말로 깊은 울림을 줬다. 이번 원데이클래스가 이들에게 얼마나 특별한 선물이었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손을 씻고, 앞치마도 챙기고, 마스크도 꼼꼼히 착용하고 본격적인 원데이클래스가 시작됐다.
“오늘 만들어볼 메뉴는 딸기 프레지에 홀케이크예요. 딸기의 단면이 가장자리를 둘러싸고 있는 케이크인데요. 부드러운 식감의 제누와즈, 달콤한 맛의 생크림, 상큼한 딸기가 조화를 이룬 프랑스식 디저트예요.” 강영창 셰프의 설명에 연구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사실 베이킹의 기본은 계량입니다. 정확하게 계량만 잘해도 절반은 성공이에요. 하나하나 설명드릴 테니 잘 기억하세요.”
‘베이킹은 과학’이라는 이들에게 계량과 비율은 식은 죽 먹기였다. 전자저울로 수치를 정확하게 재기 위해 세 명의 연구원들은 팔을 걷어붙였다.

생크림처럼 부드럽게, 딸기처럼 상큼하게

먼저 제누와즈 만들기부터 도전했다. 전란과 계란 노른자에 설탕과 꿀, 소금을 넣어 중탕을 하며 잘 섞어준다. 여기서 잠깐, 37~42도를 지키는 게 첫 번째 포인트. 너무 차갑거나 뜨거우면 거품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력분과 콘스타치를 체에 쳐서 넣고 주걱으로 거품이 죽지 않게 잘 섞어주는 게 두 번째 포인트. “제가 지금 잘하고 있나요?” 이유진 연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잘하고 있어요. 바닥까지 주걱으로 잘 섞어주면 돼요”라며 강영창 셰프가 여유롭게 답했다.
완성된 반죽을 케이크틀에 넣고 ‘탕’ 하고 내려치는 게 세 번째 포인트. 거품 속에 있는 기포를 빼주는 작업이다. 제누와즈가 165도 오븐에서도 15분간 구워지는 동안 이들은 딸기를 썰어 차곡차곡 담았다. 강한솔 연구원의 능수능란한 칼질에 “오, 잘하는데” 하고 모두의 칭찬이 쏟아졌다.
케이크의 하이라이트인 크림 만들기가 이어졌다. 생크림과 설탕을 넣고 휘핑기에 고속으로 섞어준 다음 농도가 걸쭉해지면 저속으로 1분간 더 섞어준다. 여기에 크림 파티시에와 상티이 크림을 섞어 크렘 디플로마트를 만들면 완성이다.
마침 15분 알람이 울렸다. 오븐에서 제누와즈를 꺼내고 살짝 식힌 다음 2장의 시트를 만드는 데 중요한 것은 톱질하듯이 칼질하는 게 네 번째 포인트. 이유진 연구원이 먼저 칼질에 나섰다. 알고 보니 학창 시절과 연구원 생활 중에 종종 티라미수 케이크를 만든 ‘금손’이었다. 다음으로 이옥정 연구원이 칼을 잡았다. 가족들과 떨어져 독립한 터라 요리를 자주 한다는 그도 칼질에도 능수능란했다. 마지막으로 강한솔 연구원이 칼을 들었다. 어릴 때 어머니가 카스텔라를 만들 때 옆에서 보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조기 교육의 결과일까. 그는 특유의 섬세함과 정교함으로 완벽한 시트 2장을 자르는 데 성공!
웃고 떠드는 사이 케이크를 마무리할 시간이 됐다. 원형 틀에 제누와즈 1장을 바닥에 깔고 딸기를 원형 틀 테두리에 둘러준다. 크렘 디플로마트를 딸기 사이사이에 꼼꼼하게 채워주는 게 마지막 포인트. 쉬운 듯 보여도 숙련도가 필요해 초보에게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런데 이들은 곧잘 따라 했다. 케이크가 완성될수록 여유를 찾는지 흥얼흥얼 콧노래가 새어 나오기도 했다.
“정말 잘 만드는데, 여기서 새로운 소질을 발견했네”라며 강한솔 연구원에게 모두 엄지를 치켜세웠다. 크림을 좋아한다는 이유진 연구원은 남은 크림을 자신의 케이크에 가득 채웠다. 세 명은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딸기를 올리고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케이크를 완성했다.

함께라서 즐거운 시간, 또 하나의 추억을 저장

“정말 모두 잘하셨어요”라는 강영창 셰프의 평가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도 그럴 것이 예쁘지 않은 케이크가 하나도 없다. 볼수록 신기하다. 모두가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의 케이크를 갖게 된 순간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이 어땠을까?
강한솔 연구원은 “함께 무엇인가를 한 것이 정말 오랜만인데 이 시간이 정말 오래 기억될 것 같아요”라며 오늘의 만남을 반겼다. 오늘의 분위기 메이커인 이옥정 연구원은 “근래 가장 많이 웃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케이크를 만들면서 에너지도 많이 얻고, 스트레스도 많이 풀린 것 같아요”라며 만족을 표했다. 이유진 연구원은 “같은 공간에 있어도 연구하고 있는 분야가 달라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부족했는데요. 이렇게 편하게 대화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어요”라며 모두 공감의 고개를 끄덕였다. 완성된 케이크는 2시간 정도 냉장고에 넣어둔 뒤 팀원들과 나눠먹기로 했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했던가. 짧은 두 시간 동안 한순간도 웃음이 멈춘 적 없을 정도로 행복이 가득했던 시간. 함께한 연구원들이라서 더 즐거운 순간이었다. 이 순간의 행복이 다음 한 주를 보내는 기분 좋은 에너지가 되길 바라본다.

※ 본 취재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해 안전하게 진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