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영역

물, 자연 그리고 사람
직장인 생활탐구
  • 예의와 매너의 차이를 아십니까?

    • 글. 김성회 CEO 리더십연구소장
예의와 매너의 차이는?

“예의가 없다”라고 선배가 후배 세대를 가리킬 때 자주 하는 말이다. 반면에 후배 세대들은 “매너가 없다”라고 선배 세대를 이야기한다. 예의와 매너, 단지 우리말과 영어의 차이는 아니다. 각각의 단어에 내포하는 의미가 다르다. 선배 세대에게 예의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지키라고 요구하는 의전이다. 반면 후배 세대에게 매너는 세대·상하·남녀 상관없이 고루 통용되는 의미가 더 강하다. 1/n로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렇듯 세대별로 예의와 매너에 대한 생각의 차이가 생기고 있다.
예의와 매너, 그 세대 차이의 간극을 한 번에 해결할 묘수는 없다. 한 번에 해결하려고 할 때 오히려 실망도 크다. 단 서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관점과 시각을 이해하면 “도저히 모르겠다. 말이 안 통해서 섞기도 싫다”라는 거부는 피할 수 있다. 서로 인사를 하면 관계가 부드러워진다는 데는 모두 의견을 같이한다. 또 꼭 후배가 먼저 인사해야 한다는 법이 어디 있느냐,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먼저 본 사람이 인사를 하자는 논리도 수용할 만하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서로 이야기해 봤자 소용없다보다는 다름을 다양성으로 생각하고, “그 말이 이런 생각이구나” 하고 서로 배경을 이해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후배의 인사성 말고 선배의 인사성도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 편안하지는 않지만 가슴 뜨끔한 지적이다.
기본적으로 이해와 소통은 자립 갱생,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는 데서 출발한다. 탓하기보다 자신을 돌아봄이 세대 이해의 출발이다.

  • 예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A 사장의 속마음

    물류업을 하는 중소기업 A 사장(55)의 이야기다. 인근에 있는 물류창고를 방문하면 40대 중반 차장은 나와서까지 마중 인사하고 떠날 때는 배웅한다. 반면 30대 초반 사원은 고개 까딱 한 번 하는 것이 전부다. 고개 숙이고 본체만체 자기 일에만 몰두한다. A 사장은 무시당하는 기분마저 들어 창고를 방문할 때마다 그 직원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주차장에 들어설 때부터 먼저 긴장이 될 정도다. A 사장은 먼저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면서 격려하는 식으로 온 기색을 하고, 아는 척을 할까, 모르는 척 창고에 가서 할 일만 하고 조용히 바람처럼 사라지는 것이 좋을까, 차장에게 시켜 신입 직원을 제대로 교육시키라고 할까. 고민이 많았다. A 사장이 여러 가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그냥 지금처럼 지내자는 것. 어차피 서로 계약관계, 일로 얽힌 사이니 그 외 부수적 사항으로 얽히고설키지 말자고 생각하자며 마음을 추스른다. 그는 왠지 조직 관계가 건조해지고 헛헛해진 것 같다고 쓸쓸한 마음을 털어놨다. 기본 매너는 지켜야 할 것 같은데 기본의 척도가 다른 것을 어쩌랴. 그냥 냉가슴 앓는 수밖에.

  • 매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B 직원의 속마음

    밀레니얼 직원 B의 마음은 전혀 다르다. 어른들이 “인사 잘해. 인사가 인상을 바꾸고, 인생을 바꾼다” 하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라고 생각한다. 인사성, 사회생활의 눈치코치가 업무 능력과 연관된다는 것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인사’를 통한 인성평가만큼 구태의연한 것이 없다고 본다. 그렇게 인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상사가 먼저 하면 되는 것 아닌가. 꼭 후배가 먼저 해야 한다는 법이 어디에 적혀 있단 말인가. 특히나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돼 어리바리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무조건 인사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어색한 일인가. 더구나 인사를 했는데 상대가 모르는 척하고 스쳐 지나가면서 받아주지 않으면 뻘쭘함을 넘어 민망하다. 인사에 대한 거절을 몇 번 당하고 나면 인사하기 싫어진다. 먼저 본 사람이 아는 척하면 되는 것이지, 꼭 위계가 낮은 사람과 나이 어린 사람이 높은 사람한테 달려가 인사를 해야 한다는 법이 세상 어디에 있단 말인가. 상호 소개도 없이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데 무조건 인사부터 잘하라고 하니 황당해하기 일쑤다.

예의든, 매너든 쌍방향이 원칙이다. 일방적으로 후배만, 또는 선배만 알아서 챙기고 인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통하지도 않는다. 사무실에서 그라운드 룰을 마련하는 것도 현실적 방법이다. 출퇴근 때는 사무실에서 인사하고, 후배가 할 때는 반드시 받아주자. 모르는 외부 손님에게도 인사하는 식으로…. 예의든, 매너든 한쪽만이 지켜야 하는 것은 규칙이 아니고 명령이고, 그것이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