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 자연 그리고 사람
- 지구를 지키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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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습지보호지역’
곡성 침실습지
기특하고 애틋한- 글·사진. 이시목(여행작가)
- 궁금했지만 다가가지 않았다. 새벽이었으므로 애써 말도 삼켰다. 속도는 줄여 걸었고 발소리도 낮춰 디뎠다. 이유는 단 하나, 습지였기 때문이다. 습지는 사람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습지를 유영하는 새들은 물론이고 땅, 물, 온갖 동·식물과 꼬물거리는 곤충까지 살아가는, 온 자연의 생존터다. 살아간다는 말은 곧 살아낸다는 것일 터. 습지는 살아내는 능력, 즉 생명력과 회복력이 탁월한 곳이다. 습지의 그 ‘정직한 살아냄’의 현장을 보기 위해 침실습지를 찾았다. 겨울과 봄 사이 계절의 침실습지엔, 오직 이 계절과 시기에만 만날 수 있는 풍경이 가득했다. 회복기에 있어 더 기특하고 애틋하다.
섬진강 유일의 국가습지보호지역
이즈음 섬진강에서는 봄이 오는 풍경이 보인다. 그저 쓱 훑어보면 무채색의 겨울 풍경 그대로지만, 햇살 푸진 땅 어디쯤에서는 벌써 봄풀 새파랗다. 강가 버드나무들엔 새순이 움트고 멀리서도 연둣빛이 설핏 비치고, 간간이 꽃이 피어 꽃빛도 어른댄다. 그래서일까, 봄날의 섬진강을 사랑하는 이가 유독 많다. 섬진강 중에서도 매화꽃 피는 하류가 인기다.
하지만 언택트시대 좀 더 호젓한 강 여행을 꿈꾼다면, 섬진강 중류에 있는 침실습지로 발걸음 해보자. 침실습지는 섬진강 본류와 곡성 곳곳에서 흘러든 곡성천, 고달천, 오곡천 등이 만나는 길목에 형성된 자연형 하천 습지다. 우리나라 자연하천의 원형이 가장 잘 보전된 하천 중의 하나로 꼽힐 만큼 생태계 건전성이 좋아, 이곳을 터전 삼아 서식하는 생물종도 다양하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600종 이상의 생물이 침실습지에 산다고 한다. 이 중 한반도 고유어종이 17종에 이르고, 흰꼬리수리·수달·삵·남생이 등 멸종위기종도 7종이나 발견된다. 이런 환경적 가치를 인정받아 침실습지는 2016년 11월 환경부에서 섬진강 유일의 국가습지보호지역(22호)으로 지정했다.
자연은 스스로의 힘으로 꽃핀다
침실습지는 언제 어느 때 찾아도 섬진강이 자아내는 아름다움의 진수를 만날 수 있다. 특히 버드나무와 갈대숲 그리고 크고 작은 섬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본래 침실습지는 은빛 모래톱이 아름다웠던 곳이다. 모래톱보다 숲이 많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그동안 섬진강의 개발과 모래의 반출로 인해 모래톱이 많이 사라지고 크고 작은 웅덩이가 만들어진 것. 여기에 먼지와 쓰레기가 쌓이면서 생태계 건전성이 악화됐다.
이렇게 훼손된 자연은 천천히 조금씩 다시 모래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그 땅에 버드나무와 갈대가 울창한 숲을 이루면서 지금의 생태계가 형성됐고, 보전되기에 이르렀다. 자연이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해 천혜의 습지로 거듭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습지의 이런 힘을 일러 ‘회복탄력성’이라고 했다.
덕분에 습지 전역은 지금 울창한 버드나무숲이거나 갈대숲이다. 습지 변에 가만히 앉아 바닥에 누운 나무들을 본다. 쓰러져 누운 나무에서도 연둣빛 새순 오종종 돋고, 새 가지 삐쭉삐쭉 자랐다. 공들여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되는 애씀의 시간이 있다. 습지를 거니는 내내 나무들에 눈길 오래 머물렀던 건 이 때문이다.
봄날 하루쯤 유유하게 습지 산책
침실습지는 여의도 면적의 80% 정도 크기(228만 6,740㎡)다. 정확한 구간은 곡성읍 동산리에서 오곡면 침곡리까지 5km가량. 따로 정해진 탐방로는 없지만 대다수의 여행객이 두 개의 전망대와 퐁퐁다리를 기점으로 하는 1km 구간을 산책한다. 산책 최적기는 봄·가을철의 일교차 큰 날. 그런 날 새벽 침실습지를 찾으면, 버드나무 사이사이를 꽉 채운 물안개와 조우할 수 있다. 마침 햇살이 맞춤한 듯 고운 날이라면 주홍빛으로 일렁이는 섬진강의 자태와도 눈맞춤할 수 있다.
침실습지는 ‘물멍’에도 제격인 자리다. 소문난 ‘물멍’ 포인트는 퐁퐁다리. 다리 바닥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어 섬진강 물이 다리 밑까지 차오르면 구멍 사이로 강물이 ‘퐁퐁’ 솟아나 ‘퐁퐁다리’란 이름이 붙었다. 주 기능은 고달리 주민들의 읍내 행 지름길이지만 요즘은 어쩐지 물멍 자리로 더 자주 쓰인다. 습지엔 물멍에 이어 ‘뷰멍’을 즐기기 좋은 자리도 있다. 서쪽 제방의 전망데크 간이의자가 뷰멍 포인트. 습지 어디보다 탁 트인 풍경이 매력적인 이곳에선 새소리 또한 푸지게 들린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전망대를 벗어난 산책이나 침실습지 이외의 다른 습지를 즐겨보는 것도 좋다. 침실습지 전망대에서 섬진강을 따라 양쪽으로 난 ‘섬진강자전거길’을 내처 걷거나 하이킹하면 유순하고 부드러운 봄날의 강 풍경에 연둣빛 봄물 돋은 습지를 두루 살필 수 있고, 제월습지·장선습지·고달습지·반구정습지 등 곡성의 다른 습지들을 만나면 섬진강을 좀 더 의미 있게 둘러볼 수 있다. 특히 제월습지는 제월섬이란 풍경 남다른 공간 하나 품고 있어 꼭 한 번 들러 산책하길 권한다.
- 침실습지를 위한 네 가지 약속
- 생태계 보존을 위한
‘습지’ 탐방법 -
침실습지를 보다 알차게 여행하는 법
‘섬진강 물멍 트레일 워킹’ 프로그램 참여하기
곡성의 주민여행사 ‘그리곡성’이 운영하는 ‘섬진강 물멍 트레일 워킹’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침실습지를 보다 알차게 둘러볼 수 있다. ‘착한 로컬여행’을 지향하는 ‘섬진강 물멍 트레일 워킹’은 당일 혹은 1박 2일 동안 침실습지와 섬진강을 따라 걷는 자유여행으로, 지역 농산물로 만든 로컬푸드 도시락과 곡성스테이 숙소가 제공되고, 플로깅(산책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 참여를 신청하면 필요한 장비도 챙겨준다. 프로그램 운영 공지 등은 그리곡성 플랫폼(blog.naver.com/and_gs)에서 확인 가능하며, 협동조합 섬진강두꺼비(061-363-5650)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곡성 핫플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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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섬진강 따라 칙칙폭폭
섬진강기차마을
기차를 테마로 한 레트로 여행지. 1999년 전라선 철도 개량 공사로 폐역사가 된 옛 곡성역이 여행의 중심이다. 이곳에 드넓은 장미공원과 초콜릿을 만들어보는 로즈카카오체험관 등이 있고 증기기관차, 미니기차 등 색다른 체험거리가 널려 있다. ‘뿌뿌~’ 하는 기적소리와 함께 증기기관차를 타고 가정역까지 달려보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재미. 차창 밖으로 은빛 섬진강이 보인다. 기차 도착점인 가정역에서는 옛 전라선 철도를 달리는 레일바이크 체험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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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 작가가 책방지기
생태책방 들녘의마음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원작자 김탁환 작가가 운영하는 책방이다. 곡성의 밝은 빛이 듬뿍 드는 곳으로, 작가가 엄선한 자연·생태 관련 도서 500여 권을 만날 수 있다. 책마다 작가가 짧은 추천 글을 달아놓은 점도 매력. 덕분에 오래 머물며 책을 고르는 재미가 크다. 전시·판매 도서 중 <진해 벚꽃> 등 작가 집필 서적은 친필 사인본이니 조금 더 눈여겨볼 일. 책방과 작가의 집필실이 함께 있어 책방에서 작가를 자주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선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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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계단-샷’ 성지
씨엘로957
요즘 ‘핫플’의 특징은 맛이 좋기도 사진 찍기 예쁜 곳이기도하다. 여기에 뷰까지 좋다면 금상첨화다. 씨엘로957은 전국적으로 이름난 인생사진 성지이자 뷰-맛집이다. 인생사진 중에서도 하늘로 올라가든 듯한 ‘천국의 계단-샷’으로 유명하다. 다릴 후들거리며 오른 계단 끝은 백련저수지 위 공중. 하늘이 푸른 날이라면 하늘만, 흐린 날이라면 저수지까지 배경으로 넣어 사진을 찍으면 아슬아슬한 느낌이 배가돼 한층 만족스러운 컷을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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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취향에 ‘딱’
떡카페 단편
쌀을 주재료로 한 빵, 떡, 케이크 등을 파는 라이스케이크카페. 흑임자쉬폰과 크림치즈인절미, 감자빵과 고구마빵 등의 메뉴와 요거트 음료가 인기 있다. 무엇보다 모던한 인테리어가 MZ세대 취향에 ‘딱’이라는 소문. 새하얀 외관이 백설기처럼 예쁜 데다 내부 인테리어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단아해 찾는 이들이 많다. 군데군데 큰 창이 많아 바깥 보며 차 마시기 좋은 것도 매력. 곡성 청년행복가게 1호점으로, 단편은 ‘우리들의 짧은 이야기’란 뜻이다.
곡성 맛집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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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란밥카페반하다
요즘 곡성에서 가장 핫한 밥집이다. 유기농 발아오색미와 곡성 특산물인 토란과 연근 등을 식재료로 활용해 온전한 자연식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완전 채식 메뉴로만 구성한 ‘오색발아현미 낭만세트’와 토란표고탕수 등이 인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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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곡돼지한마리
석곡은 호남고속도로 개통 이전부터 흑돼지 요리로 유명했던 지역. 지금은 연탄불이나 참숯에 직화로 구워내는 흑돼지석쇠구이로 유명하다. 고추장과 매실, 꿀 등을 섞어 만든 양념장으로 돼지고기 누린내를 싹 지워 한층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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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한한우명품관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에 있는 식당으로 곡성축협이 운영한다. 신선한 등심과 갈비살 등이 인기. ‘곡성 토란’의 명성이 높아지면서 ‘한우들깨토란탕’을 찾는 이들도 많다. 한우 육수에 들깨가루를 듬뿍 넣어 걸쭉한 국물이 제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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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강민물매운탕
현지인들 사이에서 민물매운탕 맛집으로 꼽히는 곳. 따끈한 다슬기수제비 한 그릇과 비빔밥을 세트로 내는 다슬기수제비 메뉴도 인기다. 수제비에 들어가는 다슬기 양은 많지 않지만 다슬기의 진액이 우러난 국물 맛이 일품이다.
곡성 100배 즐기기
곡성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를 한눈에 만나볼 수 있는 세 가지 테마길을 걸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