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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최고의 밥도둑,
참게- 글·사진. 이시목(여행작가)
- ‘봄 참게는 가을 전어보다는 한 수 위’라는 말이 있다. 알이 꽉 차 그만큼 맛있다는 뜻이다. 참게는 또 키토산과 필수아미노산, 단백질이 풍부해 발육기의 어린이나 노약자의 건강식으로도 인기다. 조선시대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을 만큼 명성 높은 참게의 영양과 효능을 알아보고, 참게로 끓여 낸 ‘현지인의 맛있는 참게탕 레시피’도 함께 소개한다.
바다가 낳고 섬진강이 키우는 참게
진안에서 발원해 곡성, 하동 등을 거쳐 남해로 흘러드는 섬진강은 사철 맛 좋은 별미가 끊이지 않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봄·가을철 바닥난 체력을 끌어올려 줄 보약으로 꼽히는 섬진강의 진미가 바로 참게다.
참게는 민물과 바다를 오가며 산다. 강에서 살다가 산란기가 되면 바다와 인접한 강 하구로 내려가 알을 낳고, 알에서 깨어난 새끼 참게가 다시 강을 거슬러 오른다. 대게·꽃게와는 확연히 다른 습성이다.
푸른 검은색의 몸빛을 띄는 참게는 생김새도 특이하다. 이마에 4개의 뾰족한 이 모양 돌기가 있고, 억센 집게다리 아래쪽에 연한 털다발이 무성하다. 이런 생김새 때문에 간혹 ‘무섭게 생겼다’는 소리도 듣지만, 맛만은 ‘밥도둑’으로 불릴 만큼 일품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다산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은 당시 수산물에 대해 저술한 <자산어보>에서 ‘게 중에서 가장 맛이 좋다’라고 참게를 설명했다.
언젠가 참게의 제철을 두고 가벼운 실랑이를 벌인 적이 있다. ‘서리 내릴 무렵 잡히는 게는 소 한 마리와도 바꾸지 않는다’는 속담 때문이었다. 결론만 말하면, 봄에는 알이 꽉 찬 암게가, 가을엔 살이 통통한 수게가 맛있다.
칼로리 낮고 단백질·키토산 풍부해
참게는 맛도 좋지만 건강에도 좋아 더욱 인기다. 체력과 기운을 보강할 수 있게 만드는 단백질이 풍부해 어린이의 성장발육에 도움을 주고, 노약자의 체력 회복에 기여한다. 고단백 식품이면서 지방이 적어 체중 조절 식단으로도 제격이다.
게 껍데기엔 키토산도 다량 함유돼 있다. 콜레스테롤을 낮춰 동맥경화나 당뇨병 같은 성인병 예방에 효능을 보인다는 키토산은 항암작용과 중금속을 해독해 면역성을 높이는 작용도 함께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게에는 또 간을 해독하고 간세포 증식에 도움을 주는 필수아미노산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참게가 숙취 해소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건 이 성분의 활약 덕택이다.
참게는 주로 참게탕이나 참게장, 참게매운탕으로 먹는다. 연하게 잘 삶은 시래기를 듬뿍 넣어 끓인 참게탕은 감칠맛 풍부하고, 참게에 메기와 민물새우를 넣어 끓여 내는 참게매운탕은 진한 풍미가 좋다. 참게 본연의 맛이 비교적 잘 살아있는 참게장은 따끈한 흰 쌀밥이 단짝. 참게의 속살을 뜯어 밥 위에 살짝 올린 뒤 입에 넣으면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
올봄엔, 그 고소하고 달달한 속살 만나러 곡성으로 가보자. 해마다 때가 되면 참게 맛이 솔솔솔 생각날 테다.
섬진강과 보성강이 만나는 압록유원지 주변엔 참게요리 전문점이 여러 곳 있다. 그중 2대에 걸쳐 30여 년째 같은 자리에서 참게탕을 끓여 내고 있는 백운산장을 찾았다. 상에 오른 소소한 밑반찬 하나만 맛보아도 ‘여기가 전라도구나’ 싶도록 맛있는 음식을 낸다는 집. 반찬 인심 후한 유선옥 씨가 이곳의 2대 사장, 바로 그 맛깔난 손맛의 주인공이었다.
참게는 발라먹는 게 아니에요.
껍데기째 와그작 와그작
씹어 먹어야
고소한 맛이 입안에
쫙 퍼져요.
정성으로 끓여 낸 탕 한 그릇
“참게탕 레시피는 간단해요. 넣고 끓이고 간 맞추는 게 다예요.” 유선옥 씨는 분명 ‘간단하다’라고 말했다. 조리과정은 실제로 그랬다. 하지만 재료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았다. 참게 한 마리 한 마리를 흐르는 물에 큰 솔로 샅샅이 문질러 닦아야 했고, 손수 말린 시래기를 부드러워질 때까지 몇 차례고 삶아내야 했다. 또 탈피 들깨를 곱게 갈아 체에 거른 후에라야 요리에 쓸 수 있는 들깨물이 만들어졌다. 살펴보니, 참게탕에 들어가는 주요 재료가 다 그렇게, 오랜 시간 공들여야 준비되는 재료들이었다. “사실 들깨만이라도 가루를 쓰면 쉬운데, 그러면 고소한 맛이 떨어지고 국물에 까끌까끌한 식감이 남더라고요.” 조금 더 맛있는 참게탕을 위해 기꺼이 지름길 대신 에둘러 가는 방법을 선택했단 얘기였다.
재료뿐 아니라 조리과정에서도 참게탕 맛을 좌우하는 포인트는 있었다. 끓이는 시간의 길이와 참게를 넣는 방법이 중요하다는 것. “가끔 참게를 통째 넣는 경우가 있는데, 참게탕에는 반드시 딱지를 뜯어 넣거나 게를 반 잘라 넣어야 한다”라며 “그렇게 15분 이상 푹 끓여 내야 참게 내장의 맛이 제대로 우러나 국물의 풍미가 살아난다”라고 말했다.
곡성에서 참게탕전문점을 운영하는 유선옥 씨. 그녀는 참게탕에 들어가는 시래기부터 김치, 고추장아찌 등 각종 밑반찬 까지 손수 만들어 손님상에 올린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만들지 않아 두루 맛있는 그녀의 참게탕 레시피를 지금, 공개한다.
- 유선옥 사장님의 ‘참게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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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뚝배기나 밑이 두꺼운 냄비에 ‘부드럽게 잘 삶은’ 시래기를 넣는다.
② 된장 한 숟가락과 고춧가루 한 국자를 ①에 넣는다.
③ ②에 들깨물과 물을 1:2 비율로 자작하게 붓는다. 이때 들깨물은 탈피한 들깨를 물과 함께 간 다음 체에 걸러 쓴다.
④ 솔로 깨끗이 문질러 씻은 참게를 몸통과 딱지로 분리해 ③에 넣는다.
⑤ 중불에 15분 이상 뭉근하게 끓인다.
⑥ 소금, 마늘, 후추, 대파를 넣어 간한 후 한소끔 더 끓인다.
- 백운산장
- 주소 전라남도 곡성군 오곡면 대황강로 1563
- 전화 061-362-2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