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 자연 그리고 사람
- 자연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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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온 피로회복제,
주꾸미- 글·사진. 이시목(여행작가)
- 주꾸미의 계절, 봄이 돌아왔다. 봄의 전령사로 통하는 주꾸미는 피로를 느끼거나 기력이 없을 때 섭취하면 효과적인 식품이다. 칼로리가 비교적 낮고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다. 산란기를 맞아 한층 맛있어진 ‘봄철 밥상의 꽃’ 주꾸미의 효능과 이를 활용한 ‘현지인의 맛있는 주꾸미철판볶음 레시피’를 공개한다.
4월엔 알배기 주꾸미가 최고예요.
대가리 속에 쌀밥 같은 알이 가득해서
깨물면 오도독 오도독 터지면서 씹히는 맛이
얼마나 좋은지….
싱싱한 활(活) 주꾸미라 그런지,
특별히 더 고소하다고들 하더라고요.
알배기 주꾸미가 톡톡 터트리는 봄
때때로 주꾸미는 ‘쭈꾸미’로 불리지만 정확한 이름은 ‘주꾸미’다. 전남과 충남에서는 ‘주깨미’, 경남에서는 ‘주게미’라고도 부른다. 서식지는 우리나라 서·남해인 일대. 비교적 넓게 분포하지만 상대적으로 서식밀도가 높은 서해에서 더 유명하다. 특히 서천의 마량포구 앞바다는 주꾸미가 좋아하는 갯벌과 모래가 반쯤 섞여 있어 전국에서 주꾸미 어획량이 가장 많다.
잡는 방법도 특이하다. 그물로도 잡지만 대부분 ‘주낙’으로 잡는다. 패류 껍데기에 서식하는 주꾸미의 특성을 이용한 ‘주낙’은, 소라껍데기를 밧줄에 줄줄이 매달아 바다 밑에 가라앉혀 놓으면, 주꾸미들이 제 집인 양 쏙 들어가, 어부들은 줄을 걷어 올리기만 하면 되는 낚시법이다. 산 채로 상처 하나 없이 잡아 더 싱싱하고 맛이 좋다고 한다.
주꾸미는 5~6월에 산란한다. 그래서 3~4월 주꾸미 몸 안에는 200~300개의 알이 들어 있고, 살 또한 더욱 쫀득해져 씹는 맛이 좋고, 고소한 맛도 더해진다. 금어기를 제외한 모든 때에 잡히지만, 초봄을 콕 찍어 ‘주꾸미의 제철’로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혈관 건강 지켜주는 타우린 듬뿍
봄철에 살이 오른 주꾸미는 영양도 풍부하다. 무엇보다 낙지나 문어, 오징어보다 월등히 많은 양의 타우린을 함유하고 있다. 타우린은 간세포의 재생을 도와 피로회복에 탁월한 효능을 보이는 물질이다. 교감신경의 흥분을 억제해 신경 안정 및 혈압조절에도 도움을 주고, 동맥경화·심근경색 등을 유발하는 ‘나쁜 콜레스테롤(LDL)’ 생성을 억제하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착한 콜레스테롤(HDL)’의 양을 증가시켜 각종 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데도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꾸미에는 몸의 구조를 이루고 생리기능을 조절하는 칼슘과 철· 인 등 무기질 성분과, 기억력 향상이나 치매예방에 좋은 DHA도 풍부하다. 반드시 식품을 통해 섭취해야 하는 필수아미노산도 고루 함유돼 있고, 빈혈을 예방하는 철분도 다른 연체류에 비해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나 여성에게 좋다. 또 칼로리가 100g 기준 48㎉로 낮은 편이고, 지방 함량도 1%에 불과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손색없다.
갓 잡은 주꾸미는 머리와 몸통이 탱탱하다. 신선할수록 어두운 자회색을 띠며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없다. 눈의 금테가 뚜렷하고 눈알이 맑으며 주꾸미를 만졌을 때 흡반(다리의 빨판)이 짝짝 달라붙는 것도 신선한 주꾸미를 선별하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주꾸미는 즐기는 방법도 다양하다. 구이, 볶음, 전골, 탕, 찜, 회 등으로 요리할 수 있으며, 살짝 데쳐 초장을 찍어 먹어도 좋다. 신선한 주꾸미의 담백한 맛을 즐기기엔 샤브샤브가, 봄철 사라진 입맛을 돋우기엔 감칠맛 깊은 볶음이 제격이다. 춘곤증이 급습하는 계절, 유난히 지치고 피곤하다면, 탱글탱글 맛있는 주꾸미로 기력을 보충해 보자.
서천의 봄은 주꾸미와 함께 시작된다. 그중에서도 마량포구는 주꾸미의 최대 산지다. 그만큼 주꾸미를 취급하는 식당도 많고, 싱싱한 주꾸미도 많이 난다. 그래서 찾았다. 맛있는 주꾸미요리 레시피가 있을 만한 마량포구로. 그곳에서 40년 경력의 ‘주꾸미 명인’ 김정임 사장을 만났다. 그녀의 비법 고스란한 주꾸미철판볶음은 매해 마량을 찾게 할 만큼 ‘매혹적인 맛’이었다.
식탁 위에 활짝 핀 봄
“밀가루 쓰면 안돼요.” 단호한 김정임 사장의 말에 깜짝 놀랐다. 주꾸미 세척법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꿀팁’엔 늘 밀가루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유를 물었다. “서천에서 잡아 올린 주꾸미는 간이 적당해서 밀가루를 쓰면 주꾸미 특유의 감칠맛이 사라져 물로만 깨끗하게 씻어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쓱, 손질한 주꾸미 다리 하나를 내밀었다. “먹어볼래요?” 난생 처음 먹어본 생(生) 주꾸미는 탱글탱글했으며, 싱거운 듯하지만 간이 배어 있었다. 갓 잡은 주꾸미는 회로 먹어도 맛있다더니, 그 소문이 ‘진짜’였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안 되는 건’ 또 있었다. 그녀의 주꾸미볶음엔 간장이 들어가지 않았다. “주꾸미볶음에 간장을 쓰면 주꾸미에서 짠맛이 난다”는 게 이유였다. 대안을 묻자 “간을 따로 해야 한다면 간장보다는 소금이 낫고, 소금보다는 고추장이 좋다”고 귀뜸했다. 그녀의 주꾸미볶음 레시피엔 특별한 비법소스가 들어가 더 맛있다. 양파, 단호박, 배 등 10가지 재료를 푹 고아 만든 육수가 그녀 레시피의 핵심이다. “다 공개하면 그게 비법이겠냐”며 환하게 웃는 그녀 뒤로 봄날의 해가 시나브로 기울고 있었다. 양념을 세게 하지 않아도 본연의 간기와 참맛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았던 그녀의 주꾸미철판볶음. 앞으로 봄날만 되면 생각날 것 같은 ‘마성의 맛’이다.
마량포구 인근에서 주꾸미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정임 씨. 그녀는 2007년, 논산에서 열린 주꾸미요리 대회에서 명인 타이들을 꿰찬 주꾸미요리의 대가다. 신선한 재료와 비법 양념으로 맛을 낸 그녀의 주꾸미철판볶음 레시피를 지금 공개한다.
- 김정임 사장님의 ‘주꾸미철판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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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주꾸미의 눈과 입, 먹통을 제거하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② 손질한 주꾸미는 깨끗한 물로 박박 문질러 씻은 뒤 흐르는 물에 헹군다.
③ 고춧가루, 마늘, 들깨가루와 함께 양파·단호박·배 등 10가지 재료를 푹 고아 만든 비법소스(육수)를 넣어 양념장을 만든다.
④ 큰 볼에 ③과 송송 썬 양파, 적당한 크기로 자른 미나리를 1:7 비율로 넣는다.
⑤ ④ 에 손질한 주꾸미와 잘게 쪼갠 팽이버섯을 넣은 후 잘 섞어준다.
⑥ 달군 철판에 ⑤를 부은 후 센 불로 익히다, 미나리 등 채소가 익으면 약불로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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