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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자연 그리고 사람
마을 인문학
  • 풀꽃 시인의 시(詩) 세계
    나태주

    • 글. 최행좌
    • 일러스트. 하고고
  • 여러 문인과 예술가가 태어나고 성장해 서천을 모티프로 작품을 남겼다. 아름다운 문화 예술을 가까이에서 경험하며 살아온 사람들, 예술과 삶이 얽히고설켜 살고 있는 서천이 그런 도시다.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둑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나태주 시인의 시 ‘대숲 아래서’ 중에서

너 그리고 당신, 그대에게 쓴 러브레터

1945년 충청남도 서천군 시초면 외가에서 태어난 나태주 시인은 어릴 때부터 책 속에 빠져 있었다.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공주사범대를 졸업하고 경기도 연천 군남초등학교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43년간 초등학교 교단에 서다가 2007년 공주 장기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직했다.
시인은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작품이 당선돼 문단에 데뷔했다. 심사위원이었던 박목월 선생이 유독 나태주 시인의 작품을 집어냈다고 전해진다. ‘대숲 아래서’였다. 그렇게 ‘시인’이란 이름을 얻게 됐다. 이후 흙의문학상, 충남문화상, 정지용문학상 등 여러 차례 수상했다.
까까머리 소년이었던 고교 시절, 운명처럼 다가온 첫사랑이 그를 시의 세계에 빠져들게 했다. 떨리는 손끝으로서 써 내려간 시는 연애편지였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나의 시는 러브레터”라고 말하는 시인은 현재 풀꽃문학관을 설립·운영하고 있으며, 풀꽃문학상과 해외풀꽃시인상을 제정·시상하고 있다.

짧은 문구 안에 담긴 깊은 울림

나태주 시인은 2003년 발표한 시 ‘풀꽃’으로 ‘풀꽃 시인’이 됐다. 그가 풀꽃과 인연을 맺은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시가 잘 써지지 않는 날이면 주변에 있는 풀꽃을 들여다봤다. 그러다 마음의 잡념을 없애기 위해 풀꽃을 따라 그리기 시작했다. <오늘도 네가 있어 마음속 꽃밭이다> 산문집에서 “나는 그림을 그리면서 무아경에 빠지고, 사물의 본질에 나도 모르게 슬그머니 닿았다 되돌아오곤 한다”라고 썼듯이 풀꽃이라도 열심히 그리면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안목이 틔지 않을까 싶은 기대 때문이었다.
그의 시는 작고 사소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지만 짧은 문구 안에 깊은 울림을 주는 능력이 있다. 메마른 가슴에 촉촉이 적셔줄 단비처럼, 지금도 그의 손끝에서는 아름다운 시가 피어나고 있다. 새롭게 피어날 시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나태주 1945년~현재

대표 작품 <꽃을 보듯 너를 본다>, <꽃이 되어 새가 되어>, <풀꽃> 등
1945년 3월 충청남도 서천군에서 태어났다. 1963년 공주사범대(현 공주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1971년 ‘대숲 아래서’가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문단 활동을 했다. 1973년 첫 시집 <대숲 아래서>를 출간한 이래 여러 권의 시집과 동화집, 산문집 등을 펴내며 왕성하게 창작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