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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자연 그리고 사람
자연스러운 만남
  • 서천갯벌의 지킴이가 되다
    서천생태관광협의체
    이명원 회장

    • 글. 최행좌
    • 사진. 김범기
  • 생태환경이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실제로 환경을 지키며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환경문제를 지금 당장 나와 내 가족의 문제라는 생각으로 솔선수범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환경은 어쩌다 한번 떠올리고 가끔 생각날 때만 실천하는 선행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서천 생태관광협의체 이명원 회장이다.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아지면
서천갯벌은 충분히 보호되고
더욱 건강해질 것이라고 믿어요.
생태환경을 지키는 건 함께 실천해야 할 일

서천군은 예부터 갯벌을 통해 많은 것을 얻어왔다. 주꾸미, 조개를 비롯해 게까지. 이렇듯 주민들에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 온 갯벌이었다. 하지만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으로 인해 서천갯벌의 생물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이명원 회장은 서천갯벌의 생태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갯벌은 썰물 때 바닷물이 빠져나가면 하루에 두 번 넓고 평평한 땅을 드러내요. 내가 어릴 때만 해도 갯벌에 들어가면 한 바구니 가득 조개를 잡았는데, 지금은 갯벌 멀리까지 들어가도 조개 잡기가 어려워요. 그 정도로 서천갯벌의 생물 다양성이 줄어든 것을 실감할 수 있어요.”
그는 자연환경해설사로 활동하면서 서천의 소중한 생태환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생태환경에 공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겼다. 직접 쓰레기를 줍고, 같은 뜻은 가진 사람들을 모아 함께 몸으로 실천하고 나선 것이다. 2015년 서천생태관광협의체는 그렇게 시작됐다. 자연환경해설사로 구성된 서천생태관광협의체는 그저 쓰레기만 줍는 게 아니라 서천에 살고 있는 생물 다양성에 관심을 갖고 생태환경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단체다. “2013년 서천군이 전국 지자체 최초로 자연환경해설사 양성기관으로 선정되면서 제1기로 참여하게 됐어요. 교육을 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죠. 잘 알려지지 않은 유부도는 철새 도래지로써 서천의 보물섬 같은 곳이죠. 이곳의 생태환경을 지키기 위해 위원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어요.”
유부도는 서천군 장항항에서 20분가량 작은 어선을 타고 들어가면 도착한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4분의 1 정도인 자그마한 섬이다. 그러나 바닷물이 모두 빠지면 섬 면적의 20배 이상에 달하는 광활한 갯벌이 만들어진다. 드넓은 갯벌과 청정한 자연, 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섬에 해마다 4만 마리 이상의 새가 찾아온다. 그중에는 검은머리물떼새와 붉은어깨도요, 넓적부리도요, 노랑부리백로, 검은머리갈매기 같은 멸종 위기종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고 있어 더 특별하다.
이명원 회장을 필두로 서천생태관광협의체 위원들은 월 1회씩 철새 모니터링도 하며, 유부도에서 꾸준하게 정화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유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자

이명원 회장의 활동은 매우 폭넓다. 꼭 갯벌이 아니어도 시간이 있을 때마다 쓰레기를 줍는다. ‘지금 당장,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느껴서다.
이렇게 쓰레기를 직접 주우면서 많은 것을 느꼈고, 봉사활동을 통해 일상이 크게 바뀌었다고 그는 말한다. 환경정화활동을 하면 할수록 ‘나만 알고 있으면 안 되겠다. 내 주변에도 조금씩 알려줘야겠다’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가 택한 것은 주민을 대상으로 한 환경교육이었다. 마양마을 이장을 맡으며 그는 ‘우리 마을부터 청정마을로 만들어 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마을 입구에 분리수거장도 설치하고, 지하수 보호하기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마을 청년회와 함께 생태계 교란 외래종을 제거해 생태환경을 보호하고 있으며, 인근 신성리 갈대밭에서 정화활동도 하고 있다.
확실히 마을이 눈에 띄게 깨끗해지고, 주민들의 환경 의식도 높아졌다. 이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농촌마을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지난해 농협중앙회가 주최한 ‘제4회 깨끗하고 아름다운 농촌마을 가꾸기 경진대회’에서 마양마을이 은상을 수상한 것이다. 이렇게 그는 더불어 사는 이웃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다.

서천갯벌을 살리는 금강하굿둑 개방

“지난해 7월,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어요. 여기에 서천갯벌도 포함돼요. 서천갯벌은 우리 삶의 한 부분이죠. 갯벌의 위기가 곧 우리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어요.”
생명력 넘치는 갯벌로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금강하굿둑이 개방되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금강하굿둑이 개방되면 강물과 바닷물의 순환이 이뤄지며 하구 생태계를 회복할 수 있다.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아지면 서천갯벌은 충분히 보호되고 더욱 건강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서천생태관광협의체를 이끌고 있는 수장으로서 올해는 새로운 계획도 구상하고 있다. 자연환경해설사뿐만 아니라 서천의 생태환경에 관심 있는 주민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서천생태관광협의체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전국 29개 생태관광지역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어 생태환경을 위한 정보도 공유할 계획이다. 더 많은 이들이 생태환경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실천했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 본 취재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해 안전하게 진행했습니다.
서천생태관광협의체

서천군의 자연환경해설사로 구성된 협의체.
생태, 역사, 농어촌의 풍부한 자원을 활용해 지역의 특색 있는 생태관광 인프라를 구축해 생태 관광객에게 생태관광자원의 소중함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서천생태관광협의체는 소중한 생태환경을 지키기 위해 정화활동과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