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영역

물, 자연 그리고 사람
지구를 지키는 여행
  • 아름답다,
    여기만의 것들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
    청산도

    • 글·사진. 이시목(여행작가)
  • 사계절이 아름다운 완도에 일 년에 한 번은 들른다. 명사십리 맑은 바다에 동해서, 구계등 파도소리가 그리워서 등 온갖 이유를 붙여 완도행을 계획한다. 이번엔 청산도만의 풍경을 찾아 청산도로 향한다.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인 청산도는 초분을 비롯한 구들장논·다랑논·돌담 등 자연과 사람이 지혜롭게 공존한 흔적이 빼곡해 묘한 감동을 주는 곳이다. 올봄엔 청산도의 그 오래되거나 유일한 풍경들 속을 느릿느릿 걷다 오면 어떨까.
자연에 새겨진 사람들의 자취, 치유환경이 되다

“청산도엔 크고 멋지고 화려한 것은 없응께. 대신에 여그만 있는 것들은 있응께.”
청산도는 2007년 담양 창평, 장흥 유치, 신안 증도 등과 함께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에 지정됐다. 청산도 주민이 말한 ‘여그만 있는 것들’이 큰 몫을 했다. 그것들이 잘 유지돼 2018년 재인증을 받았고, 매해 ‘슬로걷기 축제’를 열며 우리나라 ‘느린 섬’의 대명사로 우뚝 섰다.
2007년 당시 국제슬로시티연맹은 청산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전통적인 생활문화를 슬로시티 지정 이유로 밝혔다. 그 ‘전통적인 생활문화’, 즉 ‘여그만 있는 것들’ 속에 남해안 섬 지방 특유의 이중 장례 방식인 초분이 있고, 척박한 자연환경을 지혜로 극복한 구들장논 등이 있다. 모두 오랜 시간 전승돼 온 풍습이거나 자연에 새겨진 옛사람들의 자취다. 여기에 마늘과 전복, 해초 같은 ‘자연이 키운 먹거리’가 풍성한 점도 지정의 배경이 됐다.
‘슬로’란 단어는 기본적으로 속도의 개념이다. 하지만 ‘느리게 살자’는 뜻 이상의 의미가 깃들어 있다. 자연과 인간, 환경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삶을 지키자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슬로시티 지정 10년을 훌쩍 넘긴 청산도는 이제 속도와 공존이상의 키워드로 새로운 미래를 열고 있다. 바로 ‘치유’다. 오랜 세월을 자연의 보폭대로, 자연의 시간대로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며 지나온 덕분에 청산도는 우리나라 어디보다 해양경관이 청정하고 기후환경이 깨끗하다. 덕분에 범바위에 올라서면 찬란한 은하수가 보이고, 당리 언덕에 서면 개구리 울음소리가 낭자하게 들린다. 이런 낭만이 여행객의 마음을 평화로 물들인다.

1. 슬로길 4코스 구간을 걷는 여행객. 슬로길 4코스는 청산도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는 코스다.
느릿할수록 느긋해지는, 구불구불 슬로길 걷기

청산도엔 섬을 일주하는 42.195km(약 14시간 소요) 길이의 ‘걷기 코스’도 조성돼 있다. ‘세계슬로길 제1호’로 지정(2011년)된 길로,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발걸음이 저절로 느려진다고 해 ‘슬로길’이란 이름이 붙었다. 전체 11개 코스의 17개 길로, 서편제길·낭길·범바위길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길마다 구간 길이는 다양한 편이고, 코스별로 특징이 뚜렷해 취향에 따라 골라 걷는 묘미가 있다. 완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넉넉잡아 2박 3일에서 3박 4일 정도다. 하지만 굳이 슬로길만 고집할 일은 아니다. 그저 내키는 방향으로 걷고, 쉬고 싶을 때 쉬면 된다. 무더위가 한창인 여름날엔 일부는 걷고 일부는 버스로 주요 기점만 찾아 즐기는 것도 방법이다.
인기 코스는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은 1코스와 청산도의 바위벼랑을 즐길 수 있는 4코스, 바다 전망대로 통하는 범바위를 경유하는 5코스 등이다.

2. 맑고 푸른 바다 뒤로 계단처럼 쌓인 청산도의 다랑논. 봄이면 노란 유채꽃이, 가을이면 울긋불긋한 코스모스가 하늘대는 곳이다.
산, 바다, 들판을 지나 결국은 사람 사는 동네로

자연에 인문(人文)이 더해진 풍경을 만나고 싶다면 1코스(초분 & 독살), 6코스(구들장논 & 다랑논), 7코스(돌담길)를 걷길 권한다. 미항길 ~ 동구정길 ~ 서편제길 ~ 화랑포길을 이어 걷는 1코스는 느린 시간의 흐름을 선물처럼 펼쳐 보이는 구간이다. 영화 <서편제> 촬영지로 유명한 당리 언덕의 밭담을 사이에 두고 <서편제>와 드라마 <봄의 왈츠> 세트장이 서로를 마주하고 있고, 언덕 바로 아래 바다 쪽에 전시용으로 마련된 ‘초분(草墳)’이 있다. 마른 풀냄새를 가득 품은 초분은 느리게 흐르는 풍경의 정수다. 초분은 가족이 고기잡이를 나가 장례를 치를 수 없을 때 시신이나 관을 땅에 올려놓은 뒤 짚이나 풀로 엮은 이엉을 덮는 것인데, 3년 혹은 5년 뒤쯤 시신이 깨끗하게 썩고 난 뒤 날을 잡아 땅으로 모신다. 일종의 풍장(風葬)인 셈인데, 섬 곳곳을 걷다 굽이진 마을 길 어귀에서 초분을 만나거든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앉아 초분을 어루만지는 바람의 시간을 느껴 봐도 좋겠다.
6코스는 포개진 듯 펼쳐진 듯 주름진 들녘을 볼 수 있는 구간, 즉 구들장논을 만날 수 있는 코스다. 구들장논은 마치 한옥 온돌방의 구들장처럼 돌로 구들을 만든 뒤 그 위에 흙을 덮어 만든 논인데, 다진 흙 위로는 농사에 필요한 만큼의 물이 고이고 남은 물은 아래쪽 논과 돌 틈으로 흘러내리게 되어 있다. 돌이 많아 물이 고이지 않는 청산도의 지형 조건을 극복한 셈인데, 한 뼘 땅에 기대어 살 수밖에 없는 섬살이의 고단함이 절절하게 배어 있다.
상서리의 돌담길을 볼 수 있는 7코스도 매력 있다. 상서리는 청산도에서도 밭담과 집담이 유난히 길고 높고 구불구불한 것으로 정평이 난 곳이다. 2006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돌담길로, 미로처럼 얽혀있어 잠시 속도를 잊은 듯 두리번거리며 느릿느릿 걷기에 좋다.

3. 당리 언덕에서 내려다본 당리 마을 풍경. 푸른 보리밭과 마늘밭 뒤로 마을의 알록달록한 지붕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슬기로운 슬로시티 여행법
청산도를 위한
네 가지 약속
조용히 천천히 다니기 서식 동,식물 보호하기 토석 채취하지 않기 취사와 야영하지 않기
완도를 좀더 의미 있게 여행하는 법 _ 해양치유 프로그램 참여하기
최근 완도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해양치유’다. 해양치유는 완도의 깨끗한 해양환경과 해양기후 등 다양한 해양자원을 이용해 심신을 치유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완도군은 명사십리해수욕장에 해양기후치유센터, 약산도에 ‘약산 해양 치유의 숲’을 조성하고 ‘해변 노르딕워킹’, 해변 요가 및 필라테스, 해수찜, 해수치유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청산도에도 소리, 향기, 해조류 등을 활용해 해양치유를 할 수 있는 ‘해양치유 체험시설’이 조성 중에 있다. 관련 프로그램의 운영 내용 및 일정 등은 해양치유완도 사이트(https://www.wando.go.kr/chiu4u) 등에서 확인 가능하다.
문의: 061-550-5578(해양치유센터),
061-550-5509(약산 해양 치유의 숲)
완도 핫플 리스트
완도 전경과 다도해를 한눈에 완도타워

2009년 개장 이후 완도의 상징이 된 곳이다. 다도해일출공원 내에 있다. 76m 높이의 타워로, 17층 높이의 전망대에 오르면 다도해의 아름다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날이 맑은 날에는 제주도까지 보일 정도로 조망이 좋아 갈수록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야간에는 조명으로 불을 밝혀 더욱 아름답다. 특히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타워에서 쏘는 레이저쇼까지 볼 수 있어 금상첨화다. 완도항에서 타워로 오르는 모노레일도 명물. 일출과 일몰 여행지로도 인기 있다.

‘자그르르 자그르르’ 귀가 즐거운 곳 구계등

1972년 명승 제3호로 지정된 곳으로 활 모양의 해안선을 따라 오랜 시간 파도에 침식된 몽돌이 마치 9개의 계단처럼 밭을 이루어 드러난다고 해 ‘구계등’이라고 부른다. 인파가 몰리지 않는 해변인 점이 인상적이다. 덕분에 자연의 소리와 촉감, 냄새 등에 집중하기 좋다. 특히 해변을 가득 채운 몽돌이 파도에 휩쓸리며 내는 소리가 압권. 파도가 밀려왔다 빠질 때마다 ‘자그르르 자그르르’ 소리가 난다. 몽돌밭 뒤쪽에 있는 ‘정도리 자연관찰로(방풍림)’도 가볍게 걷기 좋다.

‘장보고’의 시간이 고스란한 바다 장도

완도 동쪽 끝자락에 있는 섬으로, 청해진의 본진이 있던 곳이다. 섬의 둘레를 따라 조성된 토성의 이쪽저쪽에 고증을 거친 외성문과 내성문이 복원돼 있고, 배가 드나들던 부두시설과 목책 등 옛 흔적이 남아 있다. 뭍에서 목교를 통해 도보 출입할 수 있으며, 섬의 가장자리를 따라 한 바퀴 휘돌 수 있다. 장도 가까이에 있는 장보고기념관과 장보고동상도 볼거리다. 대신리에 있는 ‘청해포구 촬영장’을 찾으면, 장보고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해신>의 무대도 만날 수 있다.

‘블루 플래그’ 인증 해변 명사십리해수욕장

약 10리(3.8km)에 걸쳐 곱고 부드러운 모래 해변이 펼쳐지는 곳. 해수에 포함된 미네랄 등 기능성 성분이 전국에서 가장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사계절 찾는 이가 많다. 최근에는 3년 연속 ‘블루 플래그’ 인증을 받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블루 플래그’는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해수욕장에 부여하는 국제 인증으로, 덴마크 환경교육재단(FEE)이 해변의 수질과 안전·환경교육·주변 환경 등 4개 분야, 29개 평가 항목, 137개 요구 사항을 모두 충족하는 해수욕장에 부여한다.

완도 맛집 리스트
    • 섬마을식당

      청산도 도청항에 있는 식당으로, ‘백반 맛집’으로 이름났다. 조기구이를 비롯한 10여 가지 반찬이 나오는데, 눈에 띄는 건 단연 전복장이다. 한 입 크기의 전복으로 담근 장이지만, 밥 한 그릇 뚝딱하게 만드는 밥도둑이다. 아침식사도 가능하다.

    • 빙그레식당

      ‘완도 최고의 식당’으로 꼽히기도 했던 곳으로 주메뉴는 생선구이 정식이다. 계절마다 상에 오르는 생선은 조금씩 다르지만, 여름엔 농어·참돔·민어 등이, 겨울엔 참돔·삼치·쏨뱅이 등이 주로 나온다.

    • 개성순두부전문점

      돌솥밥과 다양한 맛의 순두부를 세트로 내는 곳. 새우·바지락 같은 해산물과 소고기 등이 함께 들어간 모듬순두부가 인기다. 신선한 재료와 깊은 육수로 맛을 내 속을 확 풀어주는 얼큰함이 제대로다. 아침식사와 ‘혼밥’도 가능하다.

    • 달스윗

      완도 특산물인 전복을 통째로 넣은 일명 전복빵(장보고빵)으로 유명한 곳이다. 우리밀과 유기농설탕, 꿀, 비파, 해초류 분말, 전복 내장 가루를 사용해 만든 빵 안에, 전복 한 마리를 통째로 익혀 넣었다. 비린 맛 없이 달콤한 것이 매력이다.

완도 100배 즐기기

완도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를 한눈에 만나볼 수 있는 세 가지 테마길을 걸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