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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자연 그리고 사람
자연 밥상
  • 바다의 산삼,
    전복

    • 글·사진. 이시목(여행작가)
  • 바다 향 가득 품은 전복이 제철을 맞았다. 다양한 영양성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바다의 자양강장제’라고도 불리는 전복은 영양의 체내 흡수율이 좋아 건강식으로도 많이 쓰인다. 꼬들꼬들하면서 오독오독 씹히는 맛까지 좋아 인기 만점인 전복의 효능과 이를 활용한 ‘현지인의 맛있는 전복해초비빔밥 레시피’를 소개한다.
세모가사리, 꼬시래기, 톳, 미역, 다시마….
이런 해초들에 전복이 화룡점정을 찍으니 만찬이죠.
봐요, 색깔 예쁘지 꼬들꼬들 씹히는 식감 좋지~
이만하면 밥 한 그릇이 그냥 바다죠.
청정해역에서 자라 더 맛있는 전복

전복은 다도해, 그중에서도 완도의 청정해역에 많이 서식한다. 수심 5 ~ 50m 정도 되는 암초에서 다시마, 미역, 감태, 파래 같은 해조류를 먹고 자라 내장에서 해초 냄새가 난다. 산란기인 가을철을 제외하고는 연중 맛이 좋아 사계절 보양음식으로 인기다. 특히 열을 내리는 데 탁월한 효능이 있어 조금씩 더워지기 시작하는 이맘때부터 한여름까지 찾는 이들이 많다.
전복은 거친 파도에 몸을 보호하기 위해 둥글납작하게 생겼다. 타원형인 껍데기의 짧은 쪽과 긴 쪽의 비율은 2:3 정도다. 특별히 빛깔과 광택이 좋은 껍데기는 나전칠기 등 공예품의 재료로도 쓰인다.
힘도 장사다. 싱싱할수록 빨판의 흡착력이 좋아 넓적한 다리로 바위에 딱 붙으면 떼어내기 힘들 정도다. 구입 시 손가락으로 전복을 살짝 눌러 움직임을 살펴보면 신선도를 확인할 수 있다.
버릴 것 없이 쓰임새가 다양한 점도 매력 있다. 전복은 살은 살대로, 내장은 내장대로, 껍데기는 껍데기대로 음식에 쓴다. 정약전이 <자산어보>에서 ‘맛이 달다’고 표현한 전복의 살은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좋으면서도 부드러워 어떤 방식으로 조리해 먹어도 맛있다.
미식가들은 전복의 내장도 즐긴다. 전복은 전체 영양소 중 70%가 내장에 집중된 패류다. 평소에는 날것으로도 먹지만, 산란기에는 내장에 독성이 생겨 살짝 익혀 먹는 것이 좋다.
한의학서인 <본초강목>에는 껍데기의 용도도 나온다. ‘눈이 멀 병도 전복 껍데기로 고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석결명’이라고도 하는 전복 껍데기의 영양성분들이 작용한 결과다. 전복 껍데기엔 탄산칼슘과 마그네슘, 인, 인산염 등의 성분이 많다. 냉동실에 껍데기를 보관해 두었다가 육수를 낼 때 물에 함께 끓여 우려내면 시력 향상에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백내장·녹내장·결막염 등을 예방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진시황도 즐겨먹던 ‘영양소의 황제’

산에서 나는 자양강장제가 ‘산삼’이라면, 바다에서 나는 기력보강제는 ‘전복’이다. 중국 진시황이 불로장생하기 위해 전복을 구해 먹었을 만큼 전복은 함유한 영양소가 많고 효능도 탁월하다. 특히 단백질 함량이 높다. 타우린을 비롯한 메티오틴, 시스테인, 아르기닌 등 대표 아미노산을 20가지나 함유하고 있어 피로 해소와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고, 신체 각 부위의 기능을 높여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향상시킨다.
전복은 산후조리를 위한 식품으로도 손꼽힌다. 전북에 든 미네랄과 비타민이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모유를 잘 돌게 하는 것이다. 또 전복은 해조류를 먹고 자란 덕에 요오드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요오드는 체중 조절, 해독, 항암 등에 작용하는 갑상샘호르몬을 합성하는 데 꼭 필요한 물질이다. 기초대사량을 증진시켜 성장기 어린이 발육에 도움을 준다.

언젠가부터 ‘완도 가는 날’은 ‘전복 먹는 날’이 됐다. 전국 전복 생산량의 약 70%가 완도에서 나오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해조류까지 풍성하게 나오는 곳이 완도다. 그래서 찾았다. 전복과 해초를 맛있게 버무려 내는 완도전복거리로. 그곳에서 30여 년간 전복요리를 해 온 손용준 사장을 만났다. 해조류와 전복 손질에 남다른 노하우가 많은 그는 요리에 멋까지 툭 더할 줄 아는 주인공이었다.

완도 바다를 담은 한 끼

“세모가사리가 포인트여.” 그의 전복해초비빔밥엔 기본적으로 제철 해초 세 가지가 들어간다. 미역이 맛있을 땐 미역을 넣고, 다시마가 싱싱할 땐 다시마를 넣는다. 톳이나 꼬시래기, 모자반 같은 덜 알려진 해초가 들어갈 때도 있다. 하지만 사철 빼놓지 않고 넣는 것이 세모가사리다. 해조류 중에서도 홍조류에 속하는 세모가사리는 탱글탱글한 생김새만큼이나 식감이 독특한 해초다. ‘가사리’도 식감이 가슬가슬하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여기에 ‘가는 털’을 닮았다는 의미에서 ‘세모(細毛)’란 단어가 더해져 ‘세모가사리’가 됐다. 실제로 세모가사리를 씹어보면 식감이 오돌오돌 야들야들 재미있다.
그의 전복해초비빔밥엔 몇 가지의 포인트가 더 있다. 우유와 식은 밥, 초고추장이 핵심 포인트다. 먼저 우유는 “솔에 우유를 묻혀 전복을 닦으면 전복 살이 뽀얗게 잘 닦인다”라는 얘기고, 식은 밥은 “갓 지어 뜨끈한 밥보다는 살짝 식은 밥이 비빔밥엔 더 잘 맞는다”라는 설명이다. 또 초고추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뻣뻣해지는 전복이나 해초와 관련이 있다. 그에 따르면 “전복과 해초의 식감을 한결 부드럽게 하는 것이 초고추장”이라고 한다. 속성 과외처럼 콕콕 찍어 설명하는 그의 말솜씨가 요리 솜씨만큼이나 좋아 먹는 맛만큼 듣는 맛도 남달랐던 시간이다.

완도에서 전복요리 전문점을 운영 중인 손용준 씨. 그는 자칭 해조류 전문가다. 식당 개업 전 수산물가공공장에서 18년간 생산부장으로 근무하며 해조류를 다룬 것이다. 덕분에 좀 더 식감 좋은 전복해초비빔밥을 만들어 낸다. 그의 맛있는 레시피를 지금 공개한다.

손용준 사장님의 ‘전복해초비빔밥’
① 해초를 물에 담가 염분을 제거하고 체에 밭쳐 물기를 제거한다. 다시마는 채 썬다.
② 오이, 상추, 매운 고추 등 채소를 손질한다. 이때 오이는 채 썰고 매운 고추는 어슷썰기 한다.
③ 솔에 우유를 묻혀 전복을 깨끗하게 씻은 다음, 껍질과 살을 분리하고, 이빨과 내장을 제거한다.
④ 손질한 전복 살을 사선 방향으로 얇게 썬다.
⑥ 손질한 해초와 채소, 전복을 그릇에 가지런하게 담고, 초고추장을 넣은 후 김 가루를 뿌린다.
마지막으로 통깨를 뿌리고 참기름을 끼얹어 고소한 맛을 더하면 끝.
남강회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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