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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자연 그리고 사람
직장인 생활탐구
  • 슬기로운 직장생활을 위한 슬로건

    • 글. 김성회 CEO 리더십연구소장
      (코치경영원 코치)
  • “Stay foolish, Stay Hungry(항상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 故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식 때 한 유명한 말이다. 세대별로 해석은 다르다. 선배 세대는 ‘배고픈 상태에 머무르지 말고 더 노력하라’는 뜻으로 해석하며 도약을 위한 투지를 다진다. 반면 MZ 세대는 ‘배고픈 상태, 어리석은 상태에 평화롭게 머물러라.’ 즉 너무 애쓰지 말라는 여유와 관조의 미덕으로, 액면 그대로 풀이한다.
    세대별로 살아온 시대적 배경이 다르니 생존 조건도 다르다. 다들 자신의 세대가 가장 일도 많고, 탈도 많고, 더 고통스러웠다고 생각한다. 어느 세대고 아픔이 없고 흔들리지 않은 세대가 없다. 내가 인터뷰한 3세대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을 ‘트래드밀 세대’라고 표현했다. 모두 열심히 뛰었지만 이룬 것 없다는 것이다. 각 세대가 생각하는 생존의 조건과 그들이 가진 불안은 무엇일까?
베이비부머 세대: Be Ambitious

‘밥값 하자’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인생 구호다. 스티브 잡스가 말하지 않아도 늘 굶주리고 궁핍한 상태였다. 산업화 세대와 마찬가지로 베이비부머 세대에게도 밥줄은 지엄했다. 모든 일은 밥줄로 통했으며, 늘 밥과 연관됐다. 역시 그 궤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네가 밥값만큼만 일하겠다고 하면 회사는 기대에 못 미친다고 생각해. 농땡이 부린다고 자를 수도 있고. 밥값의 3배는 일해야 회사는 겨우 ‘저 친구는 밥값 하는군’ 한다”라고 강조한다. 이 말만큼 조직생활을 관통하는 진리는 없었다. 남들은 절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결점은 등에 붙은 먼지 티끌까지 다 보였다. 잘하는 것은 모를 수 있지만, 못하는 것은 모르기 힘든 게 조직의 묘한 이치다. 이른바 밀레니얼이 말하는 사축(社畜) 회사형 인간이라 할 수 있다. 성실한 만큼 성공한다는 명제 하에 ‘월화수목금금’ 성실 하나로 버텨온 세대다. ‘간조심조(간은 조직에, 심장은 조국에)’는 뜨거운 정열과 명분으로 똘똘 뭉쳐 어려움을 헤쳐온 이들 세대의 찡한 건배사다.

X 세대: 몸값을 올리자

고도성장기에 자라 민주화 시대 이후에 대학을 다녔고,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직격으로 맞은 세대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성실한 직장인’을 지향했다면 이들은 ‘탁월한 직업인’이 되기 위해 몸값 높이기에 열중했다. 똥값과 금값을 가르는 것은 결국 실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밥값이 엄숙하다면 몸값은 엄격하다. 직장인의 대학원 진학, 자기계발 열풍이 시작된 것도 이때다. 오직 실력, 경력만이 생존의 조건이란 걸 몸으로 뼈저리게 체감한 세대다. 회사에서 하라는 것만 해서는 부족하고 전직(이직) 시장에서 높게 평가받는 프로가 되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 이전 세대가 ‘회사인간(조직에 모든 것을 바쳐 충성하는 회사원)’이었다면 이들은 ‘학원인간’이다. 샐리던트(샐러리맨+스튜던트)란 신조어가 나온 것도 이때다.

MZ 세대: Show me the money

MZ 세대에게 “회사를 위해 일하라”라고 했다간 “개코같은 소리”라고 당장 그 자리에서 들이받힌다. X 세대가 “때린 사람은 다리를 못 뻗고 자도, 맞은 사람은 발 뻗고 잔다”라는 논리를 펴면 MZ 세대는 “지는 것은 지는 것일 뿐”이라며 코웃음 친다. 살아가는 데는 팃포탯 전략(tit for tat: 경기자가 이전 게임에서 상대가 한 행동을 이번 게임에서 그대로 따라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역(逆) 훈수까지 둔다. X 세대가 조직 내에서 ‘사노라면’ 하며 어떻게든 생존하고자 했다면 이들은 대우가 기대에 못 미치면 쿨하게 떠난다. 이들은 가늘고 길게도 아니고, 굵고 짧게도 아니다. 짧게 끊어서 빠르게 간다. 지구는 둥글다. 회사 밖은 낭떠러지가 아니라 또 하나의 세계일 뿐이다. 예전보다 직업 안정성은 떨어졌지만 유연성은 높아졌기 때문이다. 기대 수준만 낮춘다면 아르바이트, 프리랜서 등 짧게 끊어서 살 기회가 도처에 있다. 아르바이트나 프로젝트 성격의 일, 정 안되면 부모에게 얹혀서 사는 최소한의 출구전략이 있다.

#선배 세대가 후배 세대를 대할 때

예전엔 성과를 통해 성장했다면 지금은 거꾸로다. 성장을 해야 성과를 낸다고 생각한다. 선배가 트레이너를 넘어 멘토, 코치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말을 줄이고, MZ 세대를 인정해 주는 표현을 작은 것에도 구체적으로 전달해 진정성 있는 신뢰를 확보하는 게 첫걸음이다.

#후배 세대가 선배 세대를 대할 때

MZ 세대를 중심으로 직장에서의 시간 개념이 달라졌다. 예전엔 장기 투자라면 현재는 단기 투자의 개념에 가까우니 직장생활 마인드에서 차이를 보인다. 상사나 회사를 위해 일하기보다, 내 성장을 위해 일을 배운다고 생각하면 더 빛나게, 찬란하게 일할 수 있다. 영혼을 갈아 넣기보다 영혼에 밥을 준다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