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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자연 그리고 사람
지구를 지키는 여행
  • ‘특별한 옛날’을 만나는 하루
    친환경 도보여행지,
    강화 원도심

    • 글·사진. 이시목(여행작가)
  • ‘역사의 도시’ 강화도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면 원도심 도보 투어는 어떨까? 그 속엔 강화도를 관통하는 한반도의 역사와 오래된 동네 특유의 풍치, 퇴적층처럼 쌓인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강화도의 ‘특별한 옛날’이 집약돼 한층 걷기 좋은 원도심으로 친환경 도보여행을 떠나보자. 탄소 발생은 줄이고, 산책의 묘미는 더할 수 있다. 문화관광해설사와 동행하는 ‘원도심 도보 해설투어’에 참여하면, 고려 시대부터 근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는 역사 이야기를 보다 깊이 있게 들을 수 있다.
뚜벅뚜벅 걸어 만나는 ‘강화도의 시간’

골목, 역사, 흔적, 옛날, 뉴트로, 공존, 축적, 재생…. 원도심에 얽힌 키워드들을 가만가만 꼽아본다. 원도심은 도시가 형성되고 발달하는 과정에서 최초로 도심지 역할을 한 곳을 말한다. 다른 도심지가 생겨나기 전에 형성된 도시의 오래된 중심부라는 의미다. 그래서일까. 원도심은 대체로 오래돼 낡은 가운데 새롭고, ‘지금’을 벗어난 시간 속에 존재하는 풍경인양 오묘하다. 오랜 기간, 시간에 시간이 얹히고 이야기에 이야기가 스며들며 만들어진 이른바 ‘축적의 풍경’이 오롯해서다.
‘축적의 풍경’은 모름지기 느릿느릿 걸으며 살펴야 제대로 볼 수 있다. 강화 원도심은 좁은 범위 안에 많은 볼거리가 가득해 걸으며 둘러보기에 좋은 곳이다. 짧은 시간 뚜벅뚜벅 걸으며 ‘강화도의 시간’을 촘촘하게 만나니 탄소 발생도 적거나 없다. 그 이유로 강화 원도심은 지난해 ‘탄소중립 실천 여행지’로 선정됐고, 관련 도보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 중에 있다.

1. 대몽항쟁기의 강화도를 상상할 수 있는 강화산성의 남문.
소읍에서 만나는 시간의 지층

강화도는 우리나라 그 어디보다 오래된 도시다. 그만큼 역사 유적도 풍부하다. 선사 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시간이 수많은 유적으로 남아 저마다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중 역사와 산업, 종교 유적이 집중된 곳이 원도심이다. 콕 찍어 원도심엔 고려 시대부터 지금까지 1천 년의 시간이 마치 지층처럼 쌓여 있다. 굳이 지층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보이지 않는 시간 위에 보이는 시간이 쌓이고, 그 위에 또 다른 풍경의 시간이 덧대듯 보태어졌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고려 시대 궁터 위에 조선 시대 동헌이 들어서고, 1930년대 방직공장이던 곳이 카페가 되는 식이다. 기록 속의 유적과 시선 안의 유적이 공존해 더 매력 있다.
강화도에 있는 유적은 한 손에 꼽히지 않을 만큼 많다. 한반도 역사와 궤를 같이 하는 역사유적이 가장 많고, 산업에 얽힌 이야기도 많다. 고려궁지와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용흥궁, 강화향교, 강화산성, 강화3.1독립만세기념비, 김상용 순절비, 대명헌 등은 원도심이 품은 대표적인 역사 유적이다. 소창체험관과 조양방직, 심도직물 터, 이화견직 담장길 등은 원도심에 남은 산업유적이다. 모두 도심 한복판에 있는 용흥궁공원을 중심으로 반경 1km 안에 있어 천천히 걸으며 돌아보기에 좋다. 시공간의 특별한 경계 없이 존재하는 곳들이라, 걷다 보면 1970년대와 마주했다가 조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고, 아기자기한 풍경의 동네책방에 빠졌다가 다시 고려 시대에 이르곤 한다.
길은 별다른 코스 없이 어디로든 이어진다. 하지만 명확한 코스를 두고 걷기 원한다면, 강화군 추천 도보 코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코스는 6개로 나뉜다. 찬란했던 고려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고려궁 성곽길’과 조선 철종의 한양 행렬 길을 따라 걷는 ‘왕의 길 코스’, 고려부터 근대까지 강화도의 역사를 두루 살펴보는 ‘시간여행 코스’, 강화도에 꽃피웠던 직물산업의 과거를 돌아보는 ‘직물산업 코스’, 과거와 미래를 아우르는 ‘개화·근대 코스’, 강화도의 우국충절을 기리는 ‘독립운동 코스’다. 이 중 원도심의 핵심 여행지만 가려 뽑은 ‘왕의 길 코스’와 강화도만의 풍경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직물산업 코스’가 인기다. 왕의 길 코스에서는 대몽항쟁기의 고려를 상상할 수 있는 고려궁지와 강화도령으로 알려진 철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 살았던 용흥궁, 동서양 건축양식이 조화를 이룬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등을 빼놓을 수 없다.

2. 별이 쏟아지는 안해루의 야경.
지나간 시간의 산뜻한 ‘새활용’

흔히 쓰는 말에 ‘왕년(往年)’이 있다. 사전적으론 ‘지나간 해’라는 뜻이지만, 대게 ‘왕년’은 화양연화의 시절을 뜻한다. 어느 날 문득, 강화도의 ‘왕년’이 궁금하다면 ‘직업산업 코스’를 따라 걸으며 화려했던 강화도의 어제를 만나보자. 강화도는 ‘왕년에’ 도심 전체가 면직공장일 만큼 직물 산업이 성행했던 곳이다. 가장 규모가 컸던 직물공장은 심도직물이었고, 가장 먼저 강화도에 터를 잡은 곳은 조양방직이었다. 평화직물이나 이화견직 같은 크고 작은 직물공장도 더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사라지고 지금은 딱 두 곳만 ‘새활용’돼 살아남았다. 평화직물을 리모델링해 복합문화공간으로 개관한 소창체험관과 조양방식을 리모델링해 카페로 만든 ‘조양방직 카페’다.
‘나만의 소창손수건’을 만들 수 있는 소창체험관에서는 다도와 직조 체험 등을 즐길 수 있고, 미술관 겸 카페인 조양방직에서는 근대식 방직공장의 흔적 안에서 도보 투어 후의 여독을 풀기 좋다. 특히 조양방직은 단무지공장과 젓갈공장을 거쳐 폐가로 전락했던 방직공장의 세월 그대로를 확연히 드러내고 있어, 원도심 투어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제격이다.

3. 강화도 직물산업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는 이화견직 담장길.
슬기로운 ‘탄소중립 실천’ 여행법
강화도를 위한
네 가지 약속
조용히 천천히 다니기 서식 동,식물 보호하기 토석 채취하지 않기 취사와 야영하지 않기
강화도를 좀더 알차게 여행하는 법 _ 원도심 도보해설 투어 & 강화이야기투어
강화 원도심은 ‘원도심 도보해설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보다 알차고 의미 있게 둘러볼 수 있다.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으로, 강화읍 관청리와 신문리 골목 사이사이를 걸으며 용흥궁과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강화3.1독립만세기념비, 고려궁지, 노동사목 표지석, 이화견직 담장길, 김상용 순절비, 심도직물 터 등을 둘러보게 된다. 코스 길이는 2.6km며, 걷는 데 2시간 정도가 걸린다. ‘원도심 도보해설 투어’ 참여 방법은 네이버예약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미리 예약하면 친환경 전기자전거를 이용한 ‘강화이야기투어’에도 참여 가능하다.
문의: 032-930-3568(강화군청 문화관광과)
강화도 핫플 리스트
느긋하게 쉬어가기 좋은 미술관 해든뮤지엄

산세와 풍경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지하에 전시장을 조성한 미술관이다. 2013년 ‘올해의 건축 베스트 7(한국건축가협회)’에 선정될 만큼 공간이 아름다운 것이 매력이다. 특히 ‘이카로스의 토르소(이고르 미토라이 作)’가 놓인 ‘미러 가든’이 멋스럽다. 현재 1 ~ 6전시장에서는 화려한 색감이 돋보이는 ‘메타-화양연화 展(4월 1일 ~ 8월 28일)’이 열리고 있으며, 7전시장에서는 ‘2022 New Generation 릴레이展(3월 2일 ~ 12월 18일)’이 열리고 있다.

100년 양조장에서 막걸리 빚기 금풍양조장

1931년에 설립된 양조장에서 지금껏 그곳만의 전통 방식으로 술을 빚어내 들어서는 순간 술향기가 그득한 곳이다. 원형 그대로 잘 보존돼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양조장 건물과 켜켜이 쌓인 다락의 먼지, 오래된 술독이 인상 깊은 곳이다. 이곳에서 빚은 막걸리도 인기다. 강화도의 친환경 무농약 쌀로 빚은 무감미료 막걸리인 데다 탄산 또한 없어 쌀 그대로의 단맛이 고스란한 것이 특징이다. 1인 이상 막걸리 빚기 체험(예약 필수)이 가능하며, 현장 구입도 가능하다.

풍경에 운치를 더한 곳 월곶돈대 & 연미정

사방이 탁 트인 바다 절경을 운치 있는 정자에 앉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군사용 목적으로 옹벽을 쌓은 월곶돈대 안에 연미정이 있고, 그 곁에 500년 수령의 느티나무가 우뚝하다. 덕분에 풍경은 한층 수려해지고, 바람이 지나는 그늘은 더 풍성해졌다. 북한 땅이 훤히 보이는 지리적 위치와 강화도 조약을 맺은 곳이라는 역사적 의미도 남다른 곳이다. 한국관광공사의 해외 홍보 영상 시리즈인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 인천 편을 찍은 후 ‘뷰 맛집’으로 입소문이 났다.

바다 노을 찬란한 노천탕 석모도미네랄온천

석모도 해안가에 있는 노천 온천탕이다. 해풍을 맞으며 또 해 질 녘 노을 아래에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건물 옥상에서 바라보는 전망도 매력 있다. 바다를 등지고 서면 보문사 눈썹바위가 한눈에 들어오고, 바다 쪽을 향해 서면 15개의 노천탕 너머로 윤슬이 반짝거린다. 탕치(湯治)의 즐거움도 크다. 탕치는 온천에서 목욕하며 병을 고친다는 뜻으로 이곳의 온천수에는 칼슘과 칼륨 등이 풍부해 관절염과 근육통 등에 효과가 탁월하다고 한다.

강화도 맛집 리스트
    • 석촌돌솥밥

      현지인들이 첫손에 꼽는 백반 맛집이다. 콩과 단호박이 듬뿍 올라간 영양돌솥밥이 대표 메뉴다. 윤기 자르르한 강화섬쌀 밥에 토실토실한 가자미구이를 비롯한 순무지짐, 시래기지짐, 고들빼기김치 등 맛깔난 찬 20여 가지가 상에 오른다.

    • 왕자정묵밥

      오랜 시간 강화도 맛집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곳이다. 대표 메뉴는 묵밥과 묵전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진한 멸칫국물(냉, 온 선택 가능)에 말아 나오는 묵밥에 노릇노릇하게 구워 나오는 쫄깃쫄깃한 식감의 묵전을 곁들여 먹는다.

    • 충남서산집

      강화도의 꽃게탕 집들 중 원조로 알려진 곳이다. 구수한 된장 양념에 단호박이 들어간 꽃게탕과 청주나 소주 등을 넣지 않고 쪄내 게 본연의 맛을 느끼기 좋은 꽃게찜이 대표 메뉴다. 남은 꽃게탕 국물에 넣어 먹는 수제비와 라면 사리도 별미다.

    • 토담마을

      SNS에서 ‘석모도맛집’, ‘보문사맛집’ 이란 해시태그로 가장 많이 검색되는 곳이다. 인기 메뉴는 새콤달콤매콤한 밴댕이회무침정식과 매콤하게 맛있는 낙지볶음정식이다. 식물 가득한 야외 테라스에서 바다를 보며 식사하는 낭만도 누릴 수 있다.

강화도 100배 즐기기

강화도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를 한눈에 만나볼 수 있는 세 가지 테마길을 걸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