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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자연 그리고 사람
자연 밥상
  • 여름 건강 지켜줄 천연 소화제,
    새우젓

    • 글·사진. 이시목(여행작가)
  • 새우젓은 일상생활에서 소금 대체재로 흔히 섭취하는 식품 중 하나다. 김치나 깍두기에 넣어 먹기도 하고 달걀찜, 애호박찌개 등에 넣어서도 섭취한다. 강력한 소화효소가 들어 있어 족발·수육 같은 돼지고기 요리와도 단짝이다. 특유의 감칠맛과 깊은 향으로 음식의 풍미를 더하는 새우젓의 효능과 이를 활용한 ‘현지인의 맛있는 젓국갈비 레시피’를 소개한다.
살코기 다 먹고 나면 뼈다귀만 남잖아요.
그걸 또 새우젓 넣고 우려먹은 거죠.
가난했던 시절이라 다 그렇게 먹었는데,
지금처럼 채소가 다양하게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뭐 별 맛이 있었겠어요.
그냥 짭짤하면서 달착지근한 새우젓
맛에 맛있는 줄 알고 먹었던 거죠.
달착지근한 듯 짠, 곰삭은 맛의 진수

“새우젓 사~려~ 새우젓, 짭짤하고 맛있는 새우젓~.” 점심 무렵 동네 어귀에서 새우젓 장수가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주문처럼 목청을 높여 내던 소리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불과 30 ~ 4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어느 동네에서나 쉽게 들을 수 있는 소리였다. 동네 주민들이 몰려들면 새우젓 장수는 기다렸다는 듯 통 위에 올려진 새우젓 더껑이를 흔쾌히 맛보게 했고, 주민들은 ‘잘 삭았다’ 는 안심의 표시로 고개를 몇 번 주억거린 후 하나둘 새우젓을 사가곤 했다. 그때마다 달착지근한 듯 짠 새우젓 향이 물씬했다. 새우젓은 ‘젓새우를 소금에 절여 만든 젓갈’이다. 약방의 감초처럼 한식의 주·조연으로 두루 쓰여 긴 시간 주방의 ‘필수템’으로 사랑받았고, 음식의 풍미를 더하는 천연 조미료로도 적극 활용돼 왔다. 때로는 약 대신 먹을 수 있는 ‘천연 소화제’로 이용됐으며, 여름철 식욕을 돋우는 데도 일조했다.
새우젓의 주재료인 ‘젓새우잡이’는 고려 시대부터 시작됐다. 이후 조선 시대에 이르러 주요 어업으로 자리 잡았고 새우젓 담기도 본격화됐다. 서유구(1764 ~ 1845년)의 어류학 기술서인 <난호어목지>에 그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 ‘새우를 소금에 담가서 젓을 만들어 팔도에 흘러넘치게 하는 것은 모두 서해의 강하(젓새우)이다.’ 이 같은 기록으로 볼 때 새우젓은 19세기에도 즐겨먹는 식품이었으며, 서해가 젓새우의 주산지였음을 알 수 있다.

동물성 단백질과 새우젓은 환상의 짝

서해에서도 강화도는 손꼽히는 젓새우 산지다. 10여 개 어촌계에서 전국 젓새우의 70%를 생산한다. 임진강과 한강, 예성강이 바다와 합류하는 곳에 자리한 영향이 크다.
담수와 해수가 만나 형성된, 영양염류 풍부한 천혜의 황금어장이 젓새우의 서식처인 셈이다. 그래서일까. 강화도에서 잡힌 젓새우는 유독 살이 많고 껍질이 얇아 특유의 감칠맛과 영양가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릇 음식은, 원재료가 좋아야 맛있는 법이다. 강화도 새우젓은 양질의 젓새우로 담가 일찌감치 명품 반열에 올랐다. 배에서 바로 염장해 신선한 데다,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낮아 새우를 절이는 소금의 양 또한 적어 풍미가 좋은 것. 덕분에 사계절 찾는 이들이 많다.
맛뿐 아니라 효능 면에서도 새우젓은 돋보인다. 예부터 새우젓은 매실청과 함께 ‘천연 소화제’로 통했다. 새우젓이 발효되는 동안 생성되는 프로테아제가 단백질 분해를 촉진시킨 결과다.
또 새우젓엔 동물성 단백질의 소화를 돕는 데 강력한 효능을 보이는 리파아제도 다량 함유돼 있다. 그래서 돼지고기와 새우젓은 환상의 짝이다. 강화도 토속음식인 젓국갈비에 새우젓이 들어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새우젓이 특산물인 강화도에는 새우젓으로 간을 하는 음식이 유난히 많다. 젓국갈비가 대표적이다. 문헌상 고려 시대 때부터 해 먹어온 젓국갈비는 돼지갈비로 우려낸 탕에 새우젓으로 간을 맞춰 보글보글 끓여 낸 음식이다. 그 담백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을 맛보러 강화도로 간다. 강화도엔 젓국 갈비를 내는 집이 여러 곳 있다. 그중 색감 좋고 풍미 좋은 젓국갈비를 내는 것으로 유명한 신아리랑식당을 찾았다. “얼른 드시라”라는 재촉이 살가워 입보다 마음이 부쩍 행복했던 그곳에서 손맛 남다른 김부전 사장을 만났다.

이토록 깊은 강화도의 맛

“제가 별다르게 한 건 없어요. 재료가 다 했죠.” 애벌로 끓여내 맛있는 냄새 풀풀 나는 젓국갈비를 내오며 그녀가 말했다. 언뜻 봐도 색감에 신경 쓴 태가 담뿍 나는 데도 말이다. 그래서 물었다. “고려 시대 때도 이렇게 예뻤을까요?”라고. 돌아온 답은 말 대신 환한 웃음이었다. 짐작건대 ‘지금이 더 예쁠 것’이란 무언의 답이었다.
젓국갈비는 고려 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1천 년 역사의 레시피다. 대몽항쟁기에 강화도로 피난 온 임금님께 강화도 백성들이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들로 정성껏 차려 올렸던 것이 시초가 됐다. 이후 강화도 사람들의 식습관을 통해 면면이 이어져 오다, 1988년 김부전 사장을 통해 지금의 레시피로 발전했다. “어릴 적 습관처럼 먹던 젓국갈비에 몇 가지의 재료를 추가한 것이다”라고 하지만, 그녀의 레시피 보강으로 젓국갈비는 한층 예쁜 색감과 깊은 풍미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젓국갈비의 맛내기 비법도 물었다. 그녀의 답은 한 가지였다. “사실 젓국갈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새우젓이에요. 강화도 외포리의 추젓이라면 걱정 없습니다.” 짠 맛 덜하고 감칠맛 깊은 추젓 때문이었을까. 한 숟가락 크게 떠먹은 젓국갈비 맛이 참 깊었다.

강화도에서 젓국갈비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부전 씨. 그녀는 집에서 먹던 젓국갈비를 세상에 널리 알린 장본인이다. 1988년 열린 강화 향토음식발굴대회가 계기가 됐다. 양질의 재료와 직접 만든 두부, 추젓 등으로 맛을 낸 그녀의 맛있는 젓국갈비 레시피를 지금 공개한다.

김부전 사장님의 ‘젓국갈비’
① 물 적당량에 다시마, 파뿌리, 멸치액젓(약간), 생강 등을 넣고 20분 정도 팔팔 끓여 육수를 낸다.
② 기름을 제거한 돼지갈비를 찬물에 20여 분 담가 핏물을 뺀 다음, 체에 받쳐놓는다.
③ 감자, 단호박, 애호박, 표고버섯 등 채소는 깨끗하게 씻어 손질하고, 애호박은 반달썰기, 씨를 제거한 단호박은 슬라이스, 청양고추는 어슷썰기 한다.
④ 준비한 채소와 수제비, 두부, 핏물 뺀 돼지갈비 등을 전골냄비에 가지런하게 담은 후 식힌 육수를 붓는다.
⑥ 중불로 10여 분 보글보글 끓이면서 생강을 넣고, 새우젓으로 간도 맞춘다.
⑥ 채소와 돼지갈비가 어느 정도 익으면 팽이버섯과 미나리, 청양고추를 올려 감칠맛과 약간의 매운맛을 더한다.
신아리랑식당
주소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읍 강화대로409번길 4-3
전화 032-933-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