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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자연 그리고 사람
지구를 지키는 여행
  • 지친 일상에서 잠시 ‘로그아웃’
    대청호오백리길 5구간

    • 글·사진. 이시목(여행작가)
  • 습한 마음에는 바람이 필요하다. 초록빛 바람 부는 대청호에서 습한 마음을 말렸다. 바람은 늘 호수에서 시작되고, 갈대밭과 숲과 마을과 산을 지나 다시 호수로 불었다. 대청호를 삥 둘러 걷는 대청호오백리길이 유난히 좋았던 건 이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짙푸른 갈대밭과 오묘한 호안(湖岸) 모래밭, 전망 좋은 산을 품어 아름다운 5구간을 걸었다. 지난해 탄소중립 실천여행지로 선정된 5구간은 대중교통과 도보만으로 완주가 가능한 코스다. 쉬어가기로 마음먹은 날, 그곳에 바람 닮은 쉼표 하나 찍고 오자.
걸어서 만나는 ‘내륙의 다도해’, 대청호오백리길

여름을 싱그럽게 보내는 방법 중 하나는 나무그늘 짙은 호숫가에 드는 것이다. 대청댐으로 인해 생긴 대청호가 딱 그런 곳이다. 완공한 지 40년을 훌쩍 넘어 호반 주변이 무성한 숲인 곳이 많은 데다, 쓰레기 또한 없기로 유명해 여름 내 청량한 바람이 부는 것이다. 덕분에 대청호를 따라 흐르는 여름날의 호숫가는 눈살 찌푸리게 하는 풍경 하나 없이 어디든 맑고 푸르다.
무릇 충분히 잘 관리된 공간엔 숨은 노력들이 많은 법이다. 대청호 역시 관계기관들의 지속적인 환경정화 활동이 지금의 풍경을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시민들의 자발적 플로깅이 빈번한 것도, ‘넷제로’ 같은 탄소제로 실천 공간이 호수 가까운 곳에 자리한 것도 이즈음의 대청호를 빛나게 하는 요소들이다.
대청호엔 무엇보다 생태환경 건강한 호수를 보다 가까이에서 살갑게 즐길 수 있는 길이 조성돼 있어 좋다. 대전광역시와 충청북도 청주시, 옥천군, 보은군에 걸쳐 있는 대청호오백리길 얘기다. 대청호오백길은 호수와 숲과 마을과 산을 함께 돌아보는 약 220km의 도보길이다. 총 21개 구간 27개 코스로 나누어져 있으며, 구간마다 각 지역 특성에 맞는 이름을 붙였다. 구간 길이와 난이도뿐 아니라 소요 시간과 품은 풍경까지 다양해 접근성과 취향에 따라 코스를 골라 즐기면 된다. 이 중 도보여행객들에겐 대중교통 연계가 용이한 대전 구간(1 ~ 5구간, 21구간)이 인기다.

1. 방축골에서 만난 대청호 풍경. 구름과 하늘이 호수 속에 푹 담겼다.
대청호오백리길의 스테디셀러, 백골산성낭만길

대전 구간 중에서도 5구간, 즉 백골산성낭만길은 특별한 매력으로 찾는 이들이 많다. 색깔 뚜렷한 풍경들이 잘 조화된 데다, ‘핫플’ 카페와 ‘뷰맛집’까지 두루 품은 덕분이다. 여기에 571번 지방도를 따라 들쑥날쑥 길이 이어져 있어, 걷는 중에도 코스에 변화를 주기 좋다. 이를테면 중간에 지친다거나 구간 점프를 하고 싶을 때 571번 지방도로 나와 버스만 타면 되는 것이다. 62·63번 버스가 대전역과 5구간 일대를 1시간 정도 간격으로 오간다.
전체적으로 볼 때 5구간은 균형이 잘 잡힌 코스로도 꼽힌다. 동구 신상교에서 와정삼거리까지 이어지는 13km(약 6시간 소요) 코스 중, 신상교 ~ 흥진마을 ~ 바깥아감(백골산 입구) 구간은 두런두런 얘기 나누며 걷기 좋은 산책 코스이고, 백골산(해발 340m) 구간은 평소보다 숨이 조금 더 차는 정도의 산행 코스다. 이후 대청호 카페촌인 방축골에서 사성경로당까지는 다시 가벼운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구간이다. 타박타박 걷기 좋은 오솔길과 벚나무 산책로가 길게 이어져 있어, 특히 벚꽃 피는 봄날 걷기 좋다. 걷다 보면 마을도 지나고 풍광 좋은 전망대도 여럿 만나볼 수 있다.

2. 갈대 무성한 여름날의 ‘흥진마을 둘레길.’ 가을이면 은빛 억새가 장관을 이룬다.
5구간 중 흥진마을 ~ 백골산 ~ 방축골길 ‘강추’

길은 신상교 끄트머리, 흥진마을 초입에서 시작된다. 흥진마을은 벚꽃한터(주차장)가 있는 바깥아감에서 토끼꼬리처럼 대청호 쪽으로 삐쭉 튀어나간 육지에 들어앉은 마을이다. 벚꽃한터를 기준으로 한 바퀴 순환할 수 있어 따로 ‘흥진마을 둘레길(3.1km, 약 50분 소요)’로도 불린다. 이 길에 대청호의 가을을 상징하는 갈대가 무성하다. 구불구불한 호안 모래밭과 주변 길들을 짙푸른 갈대가 빼곡하게 채워, 걷는 내 시야가 싱그럽다. 은빛 이삭 하얗게 피는 가을에는 그 풍경이 더욱 찬란하다.
이어 만나는 백골산은 5구간의 보석이다. 적지 않은 이들이 5구간이 빛나는 이유를 백골산에서 찾는다. 백골산은 백제 패망의 슬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그러니 꼭 올라가 보자. 초입부터 오르막이라 정상까지 오르기 만만치 않지만, 백골산에 올라 보는 풍치만으로도 수고로움은 잊힌다. 바깥아감에서 정상까지 거리는 약 2.8km며, 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10분 정도다.
5구간엔 리아스식 해안 같은 대청호의 호안에 푹 빠질 만한 공간도 있다. 방축골이다. 백골산 다음 가는 대청호 조망 포인트로 알려진 방축골은 대청호반의 오랜 명소 가운데 하나다. 전망 좋은 카페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도보여행자라면 카페촌 북쪽 땅끝에 있는 호안 모래밭에 꼭 서보자. 하늘 맑은 날 이곳에 서면 새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호수에 푹 담겨 거울처럼 빛나는 풍경과 조우할 수 있다.
사실 공식적인 5구간은 여기서 와정삼거리까지 한참 더 이어진다. 하지만 이쯤에서 걸음을 멈추는 것도 괜찮다. 호수 풍경이 잘 보이는 나무그늘에 앉아 잠시 ‘물멍’을 즐기거나 플로깅을 한 후, ‘세상에서 가장 긴 벚꽃길’이라는 덱을 따라 바깥아감까지 걸어가 보는 것도 꽤나 적절한 선택이다.

3. 대청호오백리길 이정표. 노란 띠는 대청호오백길 전 구간에 걸쳐 있고, 보라색은 5구간의 상징색이다.
슬기로운 ‘탄소중립 실천’ 여행법
대청호를 위한
네 가지 약속
조용히 천천히 다니기 서식 동,식물 보호하기 토석 채취하지 않기 취사와 야영하지 않기
대청호를 좀더 알차고 재미있게 여행하는 법 _ 새벽힐링투어 & 대청호순환버스
대청호는 매력이 많은 곳이다. 사계절 어느 날 어느 시간에 찾아도 좋을 만큼 보여주는 풍경이 다채롭다. 대전광역시에서 운영하는 새벽힐링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대청호의 숨겨진 풍경을 좀 더 색다르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코스는 대덕구 대청호 코스(옛 충남도청사 출발, 버스, 3시간 소요)와 동구 대청호 코스(옛 충남도청사 출발, 버스, 3시간 소요)로 나뉜다. 참가 신청은 ‘스토리투어 참가신청’ 사이트(http://bit.ly/2UHReM9)를 통해 하면 되고, 전화 문의는 대전체험여행협동조합(042-252-3305)으로 하면 된다. 대전역과 신탄진역을 오가는 대청호 순환버스 중 대청호 코스를 이용해 명상정원, 대청호 로하스 에코공원 등 주요 볼거리를 여행하는 방법도 있다. 승·하차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순환형 버스 투어 프로그램으로 토·일요일에만 운행한다. 대전시티투어 홈페이지(www.daejeoncitytour.co.kr) 내 ‘시티투어코스-순환투어’ 카테고리를 참고하자.
대전 핫플 리스트
대청호를 바라보며 쉬어가기 좋은 카페 팡시온

맑고 푸른 대청호를 바라보며 식사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브런치카페로, 요즘 대청호반에서 가장 ‘핫’하다. 카페 내부에서 바라보는 호수 풍경도 좋지만, 야외 정원에서 바라보는 호수 풍경이 더 좋다. 특히 호수를 눈높이에 두고 앉아 마시는 음료 한 잔의 낭만이 매력 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카페 입구에서 북쪽 땅끝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도 걸어볼 일이다. 구불구불한 리아스식 호안(湖岸)이 멋지다. 대청호오백리길 5구간 내 방축골에 있어, 트레킹 중 쉬어가기 좋다.

대전의 아침과 밤을 빛내는 곳 식장산해돋이전망대

식장산(해발 598m)은 대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이곳에 조성된 전망대가 바로 식장산해돋이전망대다. 이름에는 ‘해돋이’만 키워드로 존재하지만 일출과 일몰, 야경까지 제대로 볼 수 있는 대전의 ‘뷰맛집’ 1번지로 꼽힌다. 한옥 누각으로 지어진 전망대와 그 앞 조망 덱에 서면 대전의 도심 풍경은 물론 대청호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산 8분 능선쯤에 ‘마지막 주차장’이 있고, 산 초입 세천유원지에도 주차장이 있다. 마지막 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는 도보 10분 정도 거리다.

풍차가 반짝거리는 언덕 위 벽화마을 대동하늘공원

발아래 펼쳐지는 대전 시내 풍경이 멋스러운 곳이다. 노을과 야경, 벽화가 감상 포인트. 최근엔 전망 좋은 카페가 여러 군데 생기면서 ‘야경을 보며 차 한잔할 수 있는 곳’으로도 입소문 났다. 대동하늘공원이 자리한 동구 대동은 6.25전쟁 때 피란민이 모여 살던 달동네다. 집들이 켜켜이 쌓인 마을의 제일 높은 곳에 예쁜 풍차가 놓인 하늘공원이 있다. 이곳에서 보는 밤 풍경이 운치 있다. 다만 주민이 거주하는 공간이므로 소란스럽게 관람하거나 늦은 시간에 방문하는 것은 피하자.

독특하고 예쁜 시간탐험 여행지 소제동 철도관사촌

대전은 이 땅에 철도가 놓이며 교통의 요충지로 발달한 도시다. 대전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소제동은 이런 대전의 역사와 깊은 연관이 있다. 1905년 경부선 철도 개통 이후 1920년대 역 근처인 이곳에 철도 관련 종사자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면서 관사촌이 생긴 것이다. 이후 개발되지 않은 도심지로 남으면서 과거의 풍경을 오롯이 간직한 시간 탐험 여행지가 됐다. 최근 이 골목 곳곳에 ‘뉴트로’ 감성의 카페와 식당이 속속 들어서면서 대전의 새로운 핫플로 주목받고 있다.

대전 맛집 리스트
    • 초가랑

      30년 넘게 대청호반을 지키고 있는 한식당이다. 토속적이고 정갈한 15여 가지 장아찌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맛뿐 아니라 커다란 채반에 담겨 나와 상차림도 인기다. 아삭한 숙주가 듬뿍 들어가 식감이 좋은 해물아삭전도 별미다.

    • 원미면옥

      1953년부터 3대째 손맛을 이어오고 있는 대전 대표 냉면집이다. 닭육수로 맛을 낸 물냉면이 대표메뉴다. 오랜 시간 볶은 메밀을 제분해 만든 면발 위에 닭고기 고명이 수북하게 올라가는 것이 특징이다.

    • 진로집

      대전의 명물인 두부두루치기의 원조집으로 알려진 곳이다. 1969년 포장마차로 시작해 두부두루치기를 대표메뉴로 하는 집으로 성장했다. 두부 속까지 깊숙하게 스며든 양념 맛이 일품이다. 깔끔한 매운 맛으로 수십 년 단골이 많다.

    • 성심당

      대전 식도락 여행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곳이다. 전국 3대 빵집 중 한 곳으로 유명하다. 튀김소보로와 부추빵 등 세트메뉴가 인기다. 부드럽고 달달한 ‘보문산 메아리’와 개그우먼 이영자 씨가 극찬한 명란바게트까지 군침 도는 빵이 수두룩하다.

대전 100배 즐기기

대전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를 한눈에 만나볼 수 있는 세 가지 테마길을 걸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