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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자연 그리고 사람
자연 밥상
  • 여름철 보양식의 최강자
    삼계탕

    • 글·사진. 이시목(여행작가)
  • 삼계탕의 계절이 돌아왔다. 신선한 닭고기에 찹쌀과 인삼 등을 넣고 푹 고아 만드는 삼계탕은 더위에 지친 몸을 달랜다는 ‘복달임’ 음식의 대표주자다. 소화와 흡수가 잘 돼 노인과 환자의 기운을 북돋우는 음식으로도 인기다. 풍성한 감칠맛과 높은 영양가로 여름철 입맛과 건강을 지키는 삼계탕의 효능과 이를 활용한 ‘현지인의 맛있는 삼계탕 레시피’를 소개한다.
제가 금산이 고향인데,
어릴 적 우리가 인삼 농사를 지었어요.
햇삼을 수확하는 7월이면 봄철에 태어난 병아리가
신기하게 딱 삼계탕 끓일 만큼 자라요.
어머님이 직접 기른 토종닭에 직접 재배한 인삼을 듬뿍 넣어
고아준 삼계탕 맛이 얼마나 좋았는지….
다른 메뉴가 범접할 수 없는 맛이었지요.
삼복더위를 이기는 삼계탕의 뜨끈한 맛

‘삼복지간(三伏之間)에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는 말이 있다. 입술에 묻은 밥알조차 무겁게 느껴질 만큼 기력이 쇠하기 쉬운 시기란 뜻이다. 여기서 삼복은 우리가 흔히 아는 초복, 중복, 말복을 말한다. 1년 중 가장 더울 때를 가리키는 이 시기를 조상들은 ‘복달임’의 지혜로 잘 극복해 왔다. 더울 때일수록 몸을 따뜻하게 하는 음식을 먹어 건강을 챙김으로써 기력을 보(補)하거나 잃지 않게 애써온 것이다. 이런 ‘복달임’ 음식의 정석이 바로 삼계탕이다. 한의학에서 삼계탕은 십전대보탕 같은 약으로도 쓰인다. 그만큼 기력 회복에 특효다.
영양가가 높은 것에 비해 조리방법이 단순한 것도 삼계탕의 매력이다. 덕분에 누구나 집에서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고,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다. 레시피의 확장성도 넓은 편이다. 전복이나 낙지, 문어 등과 잘 어울려 해신탕·해계탕 등으로 업그레이드된 지 오래다. 이 경우에도 닭과 환상의 짝꿍인 인삼은 필수다.

원기회복 및 면역증강, 혈액순환에 효과

삼계탕은 ‘영양의 보고’로도 통한다. 주재료인 닭과 인삼은 물론이고 부재료인 찹쌀, 황기 등도 제 역할을 다한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닭고기는 ‘성질이 따뜻하여 원기를 더해주고, 위장과 비장을 따뜻하게 해 소화력을 강화하며 기운이 나게 한다’고 적혀 있다. 리놀렌산이 함유돼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을 주고, 메티오닌과 니아신 성분이 풍부해 혈액순환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닭가슴살에 특히 많다는 이미다졸디펩티드도 주목받는 성분이다. 철새의 골격근에 다량 함유돼 있는 이미다졸디펩티드는 새가 장시간 비행할 수 있는 힘의 원천으로 밝혀진 물질이다. 이의 작용으로 피로 예방과 회복에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 수면을 유도하는 트립토판도 닭고기엔 함유돼 있다. 여름철 불청객인 열대야로 인한 고통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니 반갑다.
‘만병통치의 명약’으로 꼽히는 인삼도 보양에 특화된 식품이다. 면역력 증진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사포닌이 풍부해 피로 회복과 스트레스 완화에 효과적이고, 노화 방지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마늘은 살균 및 항암에 효과가 있고, 대추는 심혈관질환 예방과 변비 개선, 찹쌀은 우리 몸의 기운을 보충해 주는 데 기여한다고 한다. 황기, 엄나무 등 삼계탕에 함께 들어가는 한약재도 삼계탕의 신체 건강력을 증진하는 식품들 중 하나다. 엄나무는 관절염과 염증질환에, 황기는 피부 탄력성 유지에 도움을 준다는 소문이다. 삼계탕 한 그릇에 여름철 건강비법 수십 개가 들어있는 셈이다. 올 여름, 건강한 여름나기를 위한 필수템으로 삼계탕을 준비해 보는 건 어떨까.

대전은 인삼으로 유명한 금산이나 토종닭(오계)으로 유명한 연산(논산)과 지리적으로 가깝다. 그래서일까. 예부터 삼계탕이 맛있는 지역으로 손꼽혀왔다. 그중 대전의 삼계탕 맛집으로 알려진 풍전삼계탕을 찾았다. 국물 맛에 진심인 김종주 씨가 이곳의 사장이었다.

여름철 건강 담은 탕 한 그릇

“아무래도 조리과정이 간단하니까 재료에서 맛이 결정되죠.” 그는 “삼계탕을 끓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식재료”라고 말한다. 수십 가지의 식재료 가운데서도 닭과 인삼에 제법 많은 노력을 들인다. 그중 닭은 국내산 생닭을 손질해 쓰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지 않는 편이라고. 다만 “닭 어깨살에 기름기가 많아 최대한 제거하고 쓴다”라며 “그래야 고기 맛이 좀 더 담백해진다”라고 말한다.
인삼은 그가 삼계탕의 주재료인 닭보다 더 신경 쓰는 재료다. 2주마다 금산인삼시장으로 가 직접 삼계용 수삼과 미삼(尾蔘), 파삼(破蔘) 등을 구해 온다. 수삼은 닭 뱃속에 들어갈 용도이고 미삼과 파삼은 건조해 육수를 내는 데 쓴다. 육수에 훨씬 풍성한 인삼 향을 내기 위한 그만의 비법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의 육수내기 비법의 핵심은 따로 있다. 닭발이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닭은 발로 끊임없이 땅을 파헤치며 걸어 다니는 조류다. “닭발 사용 유무에 따라 국물 맛의 깊이가 많이 달라질 테니 꼭 한 번 써보시라” 권한다. 이어 그는 삼계탕이 계절음식으로 분류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전했다. “기온 차이 때문인지 겨울엔 닭이 여름보다 더디게 자라 육질이 더 쫀득거린다”는 것이다. 어쩐지 올해에는 여름보다 겨울에 삼계탕을 더 자주 먹게 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대전광역시 동구에서 삼계탕 전문점을 30년째 운영 중인 김종주 씨. 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삼계탕에 들어가는 온갖 재료를 직접 공수하는 정성으로 식당을 운영해 왔다. 그 질 좋은 재료들로 맛을 낸 그의 영양 만점 삼계탕 레시피를 지금 공개한다.

김종주 사장님의 ‘삼계탕’
① 망사 주머니에 적당량의 닭발과 황기, 엄나무, 미삼(건조) 등을 넣는다.
② 적당량의 물에 ①을 넣은 후 1시간가량 푹 끓여 육수를 낸다.
③ 손질한 닭의 뱃속에 삼계용 수삼과 대추를 넣은 후 다리를 묶어 고정한다.
④ 바닥이 두꺼운 냄비나 뚝배기에 미리 지어놓은 녹두찰쌀밥을 넣고, 통마늘과 볶은 은행을 넣는다.
이어 다진 마늘과 소금, 후추로 간한다.
⑥ ④에 진하게 우러난 육수를 넉넉하게 붓는다.
⑥ ⑤에 ③을 넣은 후, 닭이 익을 때까지 팔팔 끓여 준다.
풍전삼계탕
주소 대전광역시 동구 계족로 414, 2층
전화 042-631-3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