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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자연 그리고 사람
지구를 지키는 여행
  • ‘탄소 없는 섬’ 통영 연대도
    무해해서더 반짝이는

    • 글·사진. 이시목(여행작가)
  • 여행은 어딘가로 이동해 머물고 즐기는 행위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여행의 모든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을 연간 21억 톤으로 추정한다. ‘탄소 없는 여행’을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면 연대도를 주목해보자. 연대도는 2011년 태양광 발전시설을 구축해 국내 최초로 에너지 자급자족을 실현한 에코아일랜드다. 우리나라 어느 곳보다 먼저 지구에 무해한 에너지를 사용한 덕분에 오랜 시간 맑게 반짝일 수 있었다. 올 겨울엔 지구가 좋아하는 착한 에너지 만나러 또 ‘탄소 없는 여행’ 즐기러 연대도로 가보자.
1. 마을에서 에코파크로 가는 해안 데크로드
‘화석에너지 제로’를 꿈꾸는 연대도

언젠가 풍문으로 들은 적이 있었다. 태양광으로 밥을 짓고 텔레비전을 켠다는 얘기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개의치 않았다. ‘설마 실제겠어?’ 했던 탓이다. 그랬던 것이 지난 2012년이었나. TV에 떡하니 연대도가 등장했다.
태양광으로 냉난방을 하고 밥을 짓고 세탁기를 돌린다는 섬마을, 연대도. 풍문에는 주민들의 전기료가 1,000원이라는 얘기도 들려왔고, 난방을 하지 않아도 춥지 않다는 믿을 수 없는 얘기도 들려왔다. 도시에서 사는 사람치고 겨울철 난방비 걱정을 하지 않는 이가 얼마나 될까. 조금 따뜻하게도 아니고 다만 덜 춥게 지냈음에도 난방비가 20만 원을 훌쩍 넘기 일쑤니, 풍문이 사실이라면 마냥 부러울 일이었다. 그래서였다. TV에서 그 실제를 봤음에도 ‘설마?’ 하는 마음인 채로 연대도를 찾았던 건. 연대도의 에너지 자급자족은 그만큼 믿기 힘든 ‘신기(神技)’였다.

“우리 마을은 석유통을 반납했어요!”

“저거 때매 왔제?” 태양광 발전소는 촌로가 가리키는 대로 마을 뒷산에 있었다. 아름다운 섬마을을 지키는 태양광 발전소는 심청이 버금가는 효녀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태양광 발전소는 한 집에 3kW씩 총 150kW의 전기를 만드는 신재생에너지 시설이다. 덕분에 주민들의 화석에너지 사용 비용은 부쩍 줄었고 탄소 배출도 대폭 감소했다. 연대도 이장은 “2011년에 태양광 발전소를 구축한 이후로 한 달 전기료가 집마다 다른 동네의 20% 정도 밖에 나오지 않았다”라며 “시에서 겨울에 지원해 주던 석유도 필요 없어 진즉에 통을 반납했다”라고 말했다.
눈에 띄는 건 이뿐이 아니었다. 선착장에서 내리면 바로 보이는 ‘비지터센터(visitor center)’도 특별했다. 마을회관을 겸한 이 건물은 우리나라 공공건물에서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 인증을 받은 첫 번째 건물이다. 패시브 하우스는 첨단 단열공법을 이용해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 건축물에 부여하는 인증으로, 연간 난방에너지요구랑(ℓ/㎡)이 1.5이하인 건물에 붙는다. 연대도의 비지터센터는 1.5에도 못 미치는 1.0. 그만큼 건물의 단열이 우수하다. 놀라운 건 비지터센터 옆에 있는 마을 경로당 ‘구들’과 에코아일랜드 체험센터(현 에코파크)도 패시브 하우스라는 점이다.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및 에너지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건축물들답게 이들 세 곳의 실내는 겨울철에도 제법 훈훈했다.

  • 2. 연대도 비지터센터는 우리나라 공공건물에서 패시브 하우스 인증을 받은 첫 번째 건물이다.
  • 3. 섬마을 연대도의 상징이 된 문패
탄소 없는 섬, 그 착한 이름 안에서

연대도가 ‘탄소 제로 섬’이 되면서 마을에는 소소한 변화도 함께 일었다. 50여 채의 집들이 예쁜 문패로 단장되었고, 마을을 한 바퀴 휘도는 도보길(지겟길)이 조성됐으며, 2015년에는 만지도와 연대도를 잇는 출렁다리까지 개통됐다. 에너지 제로 콘셉트를 성공적으로 구현한 점을 인정받아 2012년에는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도 수상했다. 이 중 문패는 뭍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집에 문패가 달린 것이 무엇이 자랑이 될까 싶지만 연대도의 문패는 남달랐다. 일테면 “이도태 할아버지 댁, 관광버스에서 이박삼일동안 춤을 추어도 끄덕 없습니다”류의 문패다. 누구라도 관심을 가지면 사람이 보이고 그 사람의 삶까지 도드라져 보이는 문패라 더 정겹다.
이런 친근감은 ‘지겟길’에도 충만했다. 하마터면 ‘똥장군 길’이 될 뻔도 했다는 이 길은 이름 그대로, 주민들이 지게를 지고 나무하러 다니던 길을 정비한 것이다. 총 연장 2.3km 길이로, 한 바퀴 도는 데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가 걸린다. 태양광 발전소 입구에서 출발해 에코파크 쪽으로 나오는 길이 쉽고 경관도 좋은데, 소박한 오솔길의 느낌이 좋다. 콩자개덩굴 울창한 길을 두 발로 천천히 걷는 느낌도, 자그락 자그락 소리를 내는 몽돌밭 위를 가만가만 걷는 느낌도 참 좋다. 지구를 아프게 하지 않는 환경과 태도를 가졌고, 지구를 건강하게 하는 에너지 시스템을 지녀 더 좋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연대도를 위한
네 가지 약속
슬기로운 ‘탄소 제로’ 여행법
‘탄소 제로 섬’ 연대도를 좀 더 재미있게 여행하는 법
‘탄소 없는 여행’ 프로그램 참여하기
한국관광공사와 통영시가 협력해 특별 기획한 여행 프로그램이다. 2~4명이 한 팀으로 참여하는 소규모 에코 캠핑으로, 연대도 에코파크에서 1박 2일 동안 진행된다. 체류 기간 중 참여자들은 ‘세 가지 안하기(화석연료 사용 안하기, 일회용품 사용 안하기, 재활용불가 쓰레기 배출 안하기)’를 실천하며, 로컬푸드 음식을 조리해 먹는 등 ‘탄소 없는 여행’을 즐기게 된다. 또 ‘비치코밍 업사이클 대회’, ‘언플러그드 콘서트’, ‘섬마을 별보기 야행’ 등의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탄소 없는 여행’ 프로그램은 통영에코파크 홈페이지(ecopark.yeondaedo.kr) 등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통영핫플 리스트
밤이 되면 열리는 빛의 정원 디피랑

요즘 통영에선 ‘삼피랑’ 여행이 필수다. 삼피랑은 통영에 있는 세 개의 피랑(‘벼랑’의 순수 우리말), 즉 동피랑과 서피랑, 디피랑을 말한다. 이 중 가장 핫한 장소는 디피랑이다. 동피랑 벽화들이 밤이면 남망산에 모여 축제를 벌인다는 상상력으로 기획된 디피랑은, 미디어아트라는 디지털 기술에 통영을 대표하는 예술가인 전혁림 화백과 김종량 자개장인의 작품 같은 ‘지극히 통영다운 색채’를 입혀 펼쳐낸 빛의 정원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디지털 테마파크인데다 풍경마저 황홀해 인기 고공행진 중이다.

눈 없이도 짜릿하게 쌩쌩 통영루지

2020년 기준, 통영을 찾는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관광시설은 루지다. 2017년 국내에서 처음 루지를 선보인 통영루지는 인근 도심과 바다를 바라보며 빠른 스피드로 트랙을 활강할 수 있는 레포츠 썰매장이다. 구불구불한 코스와 360도 회전 구간 등이 있어 스릴 넘치지만, 특수 설계된 카트를 타고 중력을 이용해 탑승자 스스로 조종하며 트랙을 내려올 수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안전하게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마치 영화처럼 실감나게 통영VR존

최신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3층 규모의 체험시설로, 총 11종의 콘텐츠를 체험해 볼 수 있다. 통영 관광 체험존인 1층에서는 하늘을 나는 갈매기가 되어 통영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고, 역사문화 체험존인 2층에서는 이순신 장군이 지휘하는 400년 전 삼도수군통제영의 현장으로 타임슬립해 볼 수 있다.

온몸으로 즐겨라! 통영어드벤처타워

특별한 모험을 원한다면 어드벤처타워가 제격이다. 15m 높이의 육각타워형 시설인 통영어드벤처타워는 94개의 장애물 코스를 완주하는 모험레포츠다. 초급과 중급, 고급 등 난이도별로 90여 개 코스가 준비돼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데, 지상 3층 높이에서 번지점프하는 ‘퀵 점프’가 스릴 만점짜리 코스로 입소문 났다.

통영맛집 리스트
    • 어부의집(연대도)

      5대째 연대도에서 살고 있는 서태동 씨 부자가 직접 잡은 자연산 회와 각종 해산물을 파는 집이다. 추천 메뉴는 모듬회와 털고둥회. 특히 어른 손바닥만한 크기의 털고둥이,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과 담백하고 달달한 맛으로 인기다.

    • 원조이모전복해물라면집(만지도)

      만지도에서 처음으로 ‘전복해물라면’을 팔기 시작한 식당이다. 노란 양은냄비에 주인장의 비법 육수를 부은 후, 큼지막한 전복과 홍합·꽃게 등을 넣어 라면을 끓여 낸다. 그 맛이 얼큰하면서도 깊어 금세 한 그릇 뚝딱이다.

    • 뚱보할매김밥집(통영시내)

      충무김밥은 메뉴 구성이 단출하다. 하얀 쌀밥만 넣어 싼 꼬마김밥에, 섞박지와 꼴뚜기(오징어)무침을 곁들어내는 것이 전부다. 선원들이 도시락으로 들고나간 메뉴이기에 따로 원조집은 없지만 뚱보할매김밥집이 가장 유명하다.

    • 오미사꿀빵(통영시내)

      통영에서 가장 오래된 꿀빵집이다. 꿀빵은 밀가루 반죽 안에 팥소를 넣고 튀긴 뒤 겉에 물엿과 깨를 먹음직스럽게 바른 ‘도넛’의 일종으로, 연대도 입·출도 전후에 간식 삼아 먹기 좋다. 다만 이곳의 꿀빵은 일찍 품절되기 일쑤니 서둘러 방문해야 한다.

통영 100배 즐기기

통영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를 한 눈에 만나볼 수 있는 세 가지 테마길을 걸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