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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자연 그리고 사람
마을 인문학
  • 통영을 사랑한 작가
    박경리

    • 글. 최행좌
    • 일러스트. 하고고
    • 출처. <통영을 만나는 가장 멋진 방법 : 예술 기행>
  • 통영은 한때 ‘문화예술의 르네상스’라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시인 유치환부터 시인 백석, 시인 김춘수, 소설가 박경리, 화가 전혁림, 작곡가 윤이상 등이 모여 시대와 예술을 논하던 바로 그때다. 통영에서 태어나고 거쳐간 수많은 작가와 예술가들. 그들의 삶이 씨실과 날실처럼 엮여 있는 통영이 새삼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깨닫게 된다.
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이다.
부산과 여수 사이를 내왕하는 항로의 중간 지점으로서
그 고장의 젊은이들은 ‘조선의 나폴리’라 한다.
그러니만큼 바다빛은 맑고 푸르다. <김약국의 딸들> 제 1장 ‘통영’ 중
자랑스러운 고향이자 작품의 원천이 된 통영

작가 박경리의 본명은 박금이(朴今伊)이고, 필명이 박경리(朴景利)다. 삯바느질하던 어머니와 함께 충렬사 앞 명정동 일대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후 고향을 떠났다가 6.25 전쟁 중에 남편을 잃고 딸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왔다. 꽃다운 나이였던 그는 당시 통영 충렬학교의 한 총각 선생님과 재혼했지만, 결혼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고향을 떠난 그가 다시 고향 땅을 밟은 것은 2004년 11월 5일이다. 오랜 세월 통영을 떠나 있었지만, 고향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은 <토지>, <파시> 등의 작품에 끊임없이 나타난다.
박경리는 <생명의 아픔>에서 “고향은 내 인생의 모든 자산이며 30여 년간 내 문학의 지주요, 원천이었다”라고 말했다. 지금도 통영의 길 위에는 그가 작품의 영감을 얻고, 모티브로 삼았던 곳이 은은히 남아 있다.

작품 세계의 전환점이 된 <김약국의 딸들>

작가는 1962년에 발표한 <김약국의 딸들>로 작품 세계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이전 작품들이 전쟁미망인이나 전쟁이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그려낸 반면 <김약국의 딸들>은 통영이라는 지역을 배경으로 가족의 몰락과 네 딸의 비극적인 운명을 그려냈기 때문이다. 1963년에 개봉한 영화 <김약국의 딸들>은 통영에서 촬영해 소설 속 배경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1980년부터 지금의 박경리문학공원 자리인 강원도 원주시 단구동에 정착해 창작 활동을 이어가던 박경리는 통영을 오랫동안 떠나 있었지만, 마지막에 선택한 영혼의 안식처는 고향 통영이었다. 산양읍에 그의 묘소와 박경리기념관이 있다.

박경리 1926-2008 | 대표작 <토지>, <김약국의 딸들> 등

1926년 12월 2일(음력 10월 28일) 경상남도 충무시(지금의 통영)에서 출생했다. 본명은 박금이. 1945년 진주고등여학교를 졸업하고, 1946년 김행도 씨와 결혼해서 딸 김영주를 낳았다. 1950년 수도여자사범대학 가정과를 졸업한 후 황해도 연안여자중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6.25 전쟁 중에 남편과 사별한 후, 김동리를 만나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1969년부터 한국현대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대하소설 <토지> 연재를 시작, 1994년 8월 집필 26년 만에 <토지>를 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