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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자연 그리고 사람
자연스러운 만남
  • 365일 탄소중립 라이프
    탄소독립군 김미진 씨

    • 글. 최행좌
    • 사진. 김범기
  •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싶은데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집에서 안 쓰는 물건을 챙겨 필요한 이웃에게 나눠주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통영을 지키는 탄소독립군 김미진 씨다. 당장 눈앞의 편의보다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며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있는 그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본다.
아름다운 통영을 지키고 싶은 마음

“통영의 옛 지도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정말 많은 곳이 매립되었더라고요. 미래에는 후손들이 지금의 지도를 보며 어쩌면 저처럼 놀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통영이 가진 자원이 풍요롭다고 하나 그것이 무한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무분별한 개발보다는 통영이 가진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살리는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계절마다 아름답게 변하는 꽃과 나무, 때론 자장가처럼 때론 오케스트라처럼 들리는 파도 소리,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 이렇게 통영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자란 탓에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환경에 대한 생각이 남달랐다. 어린 시절에는 <동물의 왕국>,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을 통해 ‘지구에는 정말 다양한 생물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구나’ 알게 됐다. 육지나 심해 생물에 대한 책을 읽으며, 지구의 변화로 멸종된 동물들과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이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프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러면서 사람 중심에서 지구 중심으로 생각이 변했다. 그 시기부터 점점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들이 눈에 보였고, 보이는 쓰레기를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리게 됐다.
“고등학생 때 수련회 활동 중에 등산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산의 입구에서부터 버려진 쓰레기들이 많아서 하나씩 주섬주섬 주워 체육복 주머니에 넣으면서 갔는데, 아직 산의 중간도 못 갔는데 주머니가 쓰레기로 가득 차버렸어요. 그때 친구들도 하나둘씩 함께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고, 결국 저희가 지나온 곳의 쓰레기는 전부 주워서 하산하게 되었어요. 비록 냄새나고 더러워진 차림이었지만 친구들과 깔깔 웃으며 내려왔던 기억이 나요.”
통영에는 기후위기 인식과 실천을 확산하는 마음으로 탄소중립에 동참하고자 하는 시민 캠페인이 있다. 탄소독립군이다. 김미진 씨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어떻게 탄소독립군이 되었을까? 그가 직장 생활을 할 때였다. 옆 사무실이었던 통영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직원 한 명이 탄소독립군에 대해 알려줬는데, 좋은 취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선한 영향력의 강한 전파력을 느껴봤기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탄소독립군은 현재 2,700여 명의 시민이 참여하고 있으며, 분리배출 실천하기, 다회용 컵 사용하기, 에너지 절약하기 등 다양한 미션으로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방법

김미진 씨는 누구든지 쉽고 재미있게 탄소중립을 실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요즘은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은 이들이 많아져서 에코백·텀블러 사용하기,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등 다양한 활동을 일상에서 실천하고 있다. 플라스틱병을 분리수거할 때 라벨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링도 잘라서 분리해 주면 더 완벽한 분리수거가 된다. 플라스틱 링을 잘라서 분리수거하지 않으면 자연으로 흘러간 플라스틱 링이 새 부리에 끼여서 새들이 밥을 먹지 못하는 원인이 돼 죽음을 맞이하는가 하면 새끼 거북이의 몸에 끼여서 그대로 호리병 모양으로 성장한 사례도 있다. 이렇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때문에 그는 플라스틱 링을 제거하는 데 동참해 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일상 속 작은 노력이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발자국을 만든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심함이 그에게 ‘탄소독립군의 고수’라는 타이틀을 안겨준 것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우리 동네는 정자나무 앞에서 365일 자원 순환 캠페인을 하고 있어요.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해요.”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사용하지 않는 물품을 동네 정자나무 앞에 두면 된다. 어떤 물건들을 기부하면 좋을까? 품목은 매우 다양하다. 반찬통 같은 생필품부터 의류, 도서 등 버리기엔 아깝지만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라면 가능하다. 누군가 가져다 놓은 물품을 필요한 이웃이 가져간다.

다 같이 노력하면 바뀔 수 있다고 믿어요.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같이 해주면
더 나은 지구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지구는 함께 살아가는 곳이잖아요.
함께해서 더 좋은 탄소중립

자연과 환경에 관심이 많으니 김미진 씨의 직업을 환경운동가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직업은 그림책 작가다. 평소에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파스텔로 그린 작품은 엄마의 품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마음이 묻어난다.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오는 2월에는 첫 그림책이 출간될 예정이다. <고양이 원정대>는 저마다의 아픔을 가진 고양이들이 희망을 품고 소원의 그네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담고 있다. 책을 통해 소외당하는 고양이를 매개로 다른 종과의 연대, 더불어 살아가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를 대변하는 ‘나무’는 바람도 쉬어가고, 동물도 쉬어가는 환경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린 작품이다. 땅에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하늘로 풍성한 가지를 뻗어가는 모습을 그리면서 스스로 위로를 받고, 마음의 치유가 되었다고 한다.
김미진 씨는 비치코밍을 하며 작품의 원천을 얻기도 한다. 비치코밍은 해변을 뜻하는 ‘beach’와 빗질을 뜻하는 ‘combing’의 합성어로 해변을 빗질하듯 쓰레기나 바다 표류물을 줍는 활동을 말한다. 이를 통해 해양 쓰레기를 줄일 수 있으며, 플로깅처럼 운동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나아가 비치코밍을 통해 모은 쓰레기를 재활용해 창작 활동을 하기도 한다. 김미진 씨도 그렇다. 비치코밍으로 모은 쓰레기를 활용해 작품을 만든다. 조개껍데기와 유리조각, 나무를 실에 꿰어 만든 모빌부터 문이나 벽에 걸어두는 리스까지. 다양한 소재들을 만나면서 김미진 씨의 작품 활동도 더 풍성해졌다.
“번잡한 일들이 머리를 어지럽힐 때 저는 비치코밍을 해요. 바다를 거닐며 시원한 파도 소리와 갈매기 울음소리를 들으며 신기한 조개껍데기나 멋진 쓰레기를 발견하면 그 자체로도 힐링이 되지만, 그것으로 무언가 만들었을 때 또 다른 행복을 느껴요. 버려진 물건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듯한 특별한 기쁨 말이에요.”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공존’이다. 자연과 동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하며 다양한 시선으로 자연을 새롭게 표현한다. 그런 의미에서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일도 일맥상통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살아가면 편할지는 몰라도 지금 우리가 누리는 것들이 미래에는 사라질지도 몰라요. 눈에 안 보이지만 제가 살고 있는 바다 건너편에 고래도 살고 있고, 북극곰 가족도 살아가고 있어요. 우리가 당장 얼음을 다시 얼리고 바다의 모든 쓰레기를 없앨 수는 없지만, 다 같이 노력하면 바뀔 수 있다고 믿어요.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같이 해주면 더 나은 지구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지구는 함께 살아가는 곳이잖아요.”

※ 본 취재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해 안전하게 진행했습니다.
김미진 Kim Mi Jin

경상남도 통영시에서 탄소독립군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림책 작가.
어린 시절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환경지킴이 꿈나무였다. 계단 이용하기, 플라스틱병 링 제거하기 등 일상에서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있으며, 비치코밍을 통해 모은 쓰레기를 재활용해 창작 활동을 하기도 한다. 오는 2월에는 첫 그림책 <고양이 원정대>를 출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