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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자연 그리고 사람
자연스러운 만남
  • 강릉의 내일지킴이
    생태전환마을 내일협동조합
    지현탁 대표

    • 글. 최행좌
    • 사진. 김범기
  • 강릉에서 ‘힙’한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가게를 찾는다면 ‘내일상회’를 기억하자. 천연세제, 비누, 칫솔, 텀블러, 에코백 등을 판매하며 친환경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다. 건강한 지구를 위해 내일의 일상을 제로 웨이스트로 만들어가는 생태전환마을내일협동조합 지현탁 대표의 일상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강릉에 살다

“강릉에 살게 된 지는 벌써 10년이 넘었어요. 강릉의 친구들이 지역에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고 했죠. 이곳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공동체도 만들면 좋겠다고 제안했거든요. 그렇게 강릉살이를 시작하게 됐어요.”
20살, 강릉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그는 강릉과 인연을 맺었다. 대학교를 졸업하면 당연히 서울로 돌아갈 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알면 알수록 강릉의 매력에 빠졌다. 봄이면 경포호수 일대를 핑크빛으로 물드는 벚꽃이, 여름이면 새하얀 파도가 밀려오는 바다가, 가을이면 피톤치드 가득한 솔숲에서 즐기는 캠핑이, 겨울이면 고요하게 속삭이는 겨울 바다 풍경이. 그를 떠나지 못하게 붙잡았다.
이렇게 강릉을 그의 삶터로 만든 결정적 계기는 텃밭 가꾸기였다. 평소에 먹고사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지역의 환경단체에서 주관하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저 경험 삼아 한번 시작한 게 이렇게 인생을 바꿔놓을지 꿈에도 몰랐다. 호기심에서 시작한 텃밭 가꾸기는 자연스럽게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이끌었다.
이후에도 뭔가 같이 해보고 싶었던 그는 처음에는 단순히 주변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겠다는 마음 으로 매주 한 번씩 책 읽기 모임을 했다. 그런 시간이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나도 이런데 관심이 있는데, 함께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들을 만나니까 답답했던 숨통이 트이더라고요. 생태환경 문제를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해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작은 움직임이 결국 더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었거든요. 아마 저 혼자였다면 못했을 거예요.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죠.”

강릉 최초의 제로 웨이스트 가게, ‘내일상회’

청년들이 모여 강릉에서 뭔가를 시작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고 지현탁 씨는 말한다. 아무래도 대도시보다 취미나 취향,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기 어려울뿐더러 그런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고 했듯이, 강릉의 생태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 뜻은 결국 그를 그 길로 인도했다. 이런 일을 하면 그의 삶도 더 즐겁고 재미있게 변화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시작이 2019년 문을 연 ‘내일상회’다.
포남동에 위치한 작은 가게인 이곳은 아담한 가정집을 개조해서인지 얼핏 보면 가게인지 아닌지, 문을 열었는지 아닌지 헷갈릴 수도 있다. 어쩌면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 마침 대문 앞에 세워진 간판이 친절하게 알려준다.
내일상회는 제로 웨이스트와 관련한 제품을 전시·판매하는 매장으로, 강릉에선 처음으로 선보였다. 제로 웨이스트는 포장을 줄이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를 사용해 쓰레기를 줄여 환경을 지키는 라이프스타일이다. 이곳에서는 일상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고 버려지는 플라스틱 제품의 대안이 되는 생활용품 40여 개와 천연세제, 비누, 소프넛 열매 등을 소분해서 판매하고 있다. 진열된 제품들은 불필요한 포장을 벗어낸 대신 정성스러운 손글씨로 작성한 안내문으로 자기소개를 대신해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일상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한다는 말은 곧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게 어려운 건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내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것 가운데 한 가지라도 바꾸는 것. 그거면 충분하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칫솔 대신에 대나무 칫솔 사용하기, 일회용 비닐 대신 천주머니 사용하기, 설거지 세제로 소프넛 열매 활용하기. 특히 소프넛 열매는 자연에서 온 열매로, 과피에는 천연계면활성제 ‘사포닌’ 성분이 풍부해 설거지는 물론 식재료 세척까지 가능하다. 찾아보면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는 그중에서 딱 한 가지만 실천해 보라고 권한다.

K-water는 기후변화에 맞춰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은 물론 우리 일상과 가장 가까운
물을 책임지고 있어 항상 감사한 마음이에요.
국민들과 함께 하는 다양한 물 분야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꼭 참여하고 싶어요.
강릉의 내일을 여는 삶

지현탁 씨는 강릉에서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찾는 청년 활동가다. 기후변화에 맞춰 강릉의 생태환경을 지켜내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친환경을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모두학교’ 도 그중 하나다. 지난해는 강릉의 초·중·고에서 교육을 진행했다. 단순한 이론 교육에서 벗어나 일상생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체험 교육으로 친환경 샴푸 만들기, 쓰레기를 활용한 리사이클링 등으로 학생들의 호응을 얻었다.
“청소년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걸 실감했어요. 친환경 교육이 정말 재미있고 좋았다고 학생들이 이야기해 줄 때 보람을 느꼈어요. 긍정적인 에너지도 많이 얻을 수 있어서 기억에 남아요.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이런 활동을 계속하고 싶어요.”
그는 시민들과 함께 매월 플로깅(plogging)도 한다. 하천이나 바닷가를 달리면서 버려진 쓰레기를 주우며,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지킨다. 또 우유팩과 두유팩을 모아 제지회사로 보내는 캠페인도 하며, 정수기 필터를 모아 제조회사에 보내는 캠페인도 한다. 이 모두가 재활용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제 남의 일이 아니라 자신의 일이에요. 강릉의 산과 바다가 점점 사라지고 있거든요. 강릉의 생태환경을 지키기 위해 올해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내일의 친구들’을 찾아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어요. 아름다운 자연, 머물 수 있는 강릉이 제가 꿈꾸는 강릉이거든요.”

※ 본 취재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해 안전하게 진행했습니다.
내일상회

기후위기 속에서 강릉이란 지역에서 내일을 위해 생태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품을 판매, 전시하는 제로 웨이스트 가게이자 고민들을 함께 만나서 나누고 배우고 이야기하는 만남의 공간이다. 생태전환마을내일협동조합에서 운영하고 있다.
주소: 강원도 강릉시 용지로96번길 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