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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자연 그리고 사람
자연스러운 만남
  • 완도의 바다를 지키는 101가지 방법
    김경석
    완도사회혁신네트워크
    운영위원장

    • 글. 최행좌
    • 사진. 김범기
  • 265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완도군은 바다를 빼놓고 말하기 어렵다. 완도에서 만난 김경석 완도사회혁신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청정 바다에서 얻은 풍요로움이 미래 세대에도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의 완도 바다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해양 오염의 주범, 플라스틱을 줄여요

“해양 쓰레기가 심각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사실 예전에는 환경문제에 큰 관심이 없었어요. 제가 해양 쓰레기에 관심을 가진 것은 완도군사회혁신네트워크(이하 완사넷)에서 비치코밍(Beach Combing) 프로젝트를 하면서였죠.”
2019년에 창립한 완사넷은 시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지역의 정책이나 사업을 발굴해 이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단체다. 김경석 운영위원장은 완도문화예술협동조합 이사, 완도군소상공인연합회 상임이사로 활동하면서 지인의 추천으로 완사넷에 참여했다. 좋은 취지라는 데 공감해 완사넷 운영위원장까지 맡게 됐다.
완사넷은 출범하자마자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의제로 ‘해양 쓰레기 수거 캠페인’을 정했다. 주민들에게 해양 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깨끗한 바다를 지키자는 데 뜻을 모았다.
“바다에 쓰레기가 얼마 없을 것 같지만 배를 타고 가보면 쓰레기가 엄청나요.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 바닷속은 신기할 정도예요.”
김경석 운영위원장은 바다에 얼마나 다양한 쓰레기가 있는지 모른다고 답했다. 실제로 해양 쓰레기 수거 활동을 해보면 폐타이어, 어구, 그물은 물론 페트병, 유리병, 신발 등 각종 쓰레기가 쏟아져 나온다. 그는 연안 지역에 쌓여있는 쓰레기를 눈으로 직접 보고 환경문제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해안가에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바람을 타고 바다로 유입되기도 하고, 낚시 등 바다에서 레저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나 해안가를 찾는 사람들이 직접 버리는 쓰레기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해양 쓰레기 중에서도 플라스틱은 치명적이다. 바다로 유입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분해되지 못한 채 미세 플라스틱과 이보다 작은 초미세 플라스틱으로 부서진다. 미세 플라스틱은 작은 크기로 인해 수거하기가 어렵다.
“눈에 보이는 해양 쓰레기를 치움과 동시에 사람들의 마음속에 쌓여있는 쓰레기도 함께 치워졌으면 좋겠어요.”

해양 쓰레기가 정크아트로 재탄생

완사넷은 바다를 사랑하고 보호하기를 원하는 시민들과 함께 활발한 해양 보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바다가 품기엔 너무 벅찬 쓰레기–Beach Combing’은 2021년 전라남도 사회혁신 공모사업으로 선정돼 해양 쓰레기 제로화를 실현하고자 선상 토론회와 비치코밍 캠페인, 해양 쓰레기 수거 캠페인, 해양 쓰레기 업사이클링 체험데이 등을 진행했다. 김경석 운영위원장은 캠페인을 추진한 숨은 공로자다.
“해양 쓰레기 수거는 한두 번의 캠페인으로 해결하기 어려워요. 보여주기식 행사보다 의미가 있으면서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캠페인으로 중·장기적으로 추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조금이라도 깨끗해진 완도 바다를 기대하며 완사넷 회원들은 완도읍 연안부터 고금면, 신지면은 물론 사람 발길이 닿지 않는 소모도, 대모도 같은 섬에서도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수거한 해양쓰레기는 약 3톤에 이른다.
“해양 쓰레기를 대형 포대에 담아서 배에 한가득 싣고 와 수거 업체로 보낼 때 보람이 커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완사넷은 최종적으로 해양 쓰레기를 재활용해 업사이클링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새로운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장보고공원에 설치된 ‘꿈꾸는 고래’는 해양 쓰레기와 플라스틱 뚜껑을 이용한 정크아트로, 학생과 주민들이 직접 참여했다. 고래 뱃속에는 중국과 일본에 밀려온 플라스틱과 부표도 들어있다.

우리 집 마당을 청소한다는 마음으로
세심한 관심과 주의를 기울인다면 머지않아
해양 쓰레기 제로화는 실현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다음 프로젝트는 스티로폼 제로화 실현

김경석 운영위원장은 완사넷 활동을 하면서 인식의 변화가 엄청난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실감했다. 나뿐만 아니라 내가 사는 지역, 미래 세대까지 생각하면 누구나 변화할 수 있으며, 함께 행동한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완도 바다를 지키기 위해서는 우선 버리지 않는 것이 먼저다. 양식장에서 설치한 부표들이 훼손되면 수거하고, 낚시를 가면 쓰레기를 가져와야 하며, 쌓여있는 연안 쓰레기를 함께 수거해야 한다. 한 사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기에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
“내가 조금 더 움직이고, 조금 더 절약하고, 목소리를 내면 청정한 완도 바다를 지켜낼 수 있어요.”
이제는 배만 타면 해양 쓰레기만 보게 된다는 김경석 운영위원장은 흰색 부표들이 쌓여있는 곳은 없는지 살펴보게 된다.
올해도 전라남도 사회혁신 공모사업에 선정된 완사넷은 활동 범위를 넓혀 스티로폼 제로화를 위한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미래 세대와 공유하는 청정한 바다를 만들기 위해 양식용 스티로폼 부표 제로화를 위해 노력한다. 스티로폼 부표를 친환경 부표로 교체하는 캠페인을 진행해 해양 환경 보호에 앞장서겠다는 계획이다. “우리 집 마당을 청소한다는 마음으로 세심한 관심과 주의를 기울인다면 머지않아 해양 쓰레기 제로화는 실현될 것이라고 믿어요.”

※ 본 취재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해 안전하게 진행했습니다.
완도군사회혁신네트워크

2019년 지역사회의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창립한 단체.
지역주민 스스로 참여해 여러 가지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혁신 플랫폼이다. 완도군사회혁신네트워크는 해양 쓰레기 수거 캠페인을 통해 지역주민과 지역사회에 해양 오염에 대한 심각성을 알려 해양 환경을 개선하고 참여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