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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자연 그리고 사람
자연스러운 만남
  • ‘다 같이’ ‘더 가치’ 있게
    지구지킴이로 살아가는 문점숙 수녀

    • 글. 최행좌
    • 사진. 김범기
  • 걸음 하나, 호흡 하나 조심스럽다. 자신이 머문 흔적이 뒷 사람에게 부담이 될까봐서다. 환경지킴이 문점숙 수녀는 세제 대신 발효비누를, 전기 대신 미니태양광 빛을, 자원순환 100%가 되는 분리배출을 실천하고 있다. 이렇듯 그는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건강한 자연 회복을 위한 생태보전교육

햇살이 곱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의 햇살은 언제나 포근하기 이를 데 없지만 노틀담 생태영성의 집에 머무는 햇살은 유난히 보드랍게 느껴진다. 때묻지 않은 모습으로 호흡하는 자연에 감싸여서일까. “이 집에는 창조질서의 회복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어요. 땅을 살리는 생명 농업을 실천하는 가운데 생태영성교육을 통해 모든 이들과 자연 회복을 위한 의식을 공유하고자 마련한 공간이에요.” 노틀담수녀회 평화의 모후 관구 소속이며, 지구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환경파괴에 반대해 온 문점숙 수녀는 말한다.
노틀담 생태영성의 집은 2008년 강화도 불은면에서 첫 삽을 떴다. 흙과 볏짚과 나무를 이용한 친환경 건축이었다. 이듬해 아침가리 생태농장 첫 공동체가 구성되면서 현장 주변에 텃밭을 일구기 시작했다. 땅을 일구며 땅에서 배우는 과정이자 생태영성과정 교육을 위한 준비의 기간이었다. 2011년 수녀들이 아침가리 생태농장으로 이사하면서 초기 생활이 시작됐고, 그해 가을 처음으로 인천 노틀담 유치원 농장 체험을 실시했다. “다양한 생태영성교육을 기획하고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전반에 대해 교육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생태적 삶을 소개하는 일이지요.”
그는 생태보전교육을 통해 생태적 삶과 더불어 에너지 절약법, 친환경 식습관, 자원순환 가능성을 가르친다. 환경 기반 시설 견학 및 줍깅을 실시하기도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 환경만큼 경험으로 인한 깨우침이 큰 분야도 없기 때문이다.

비닐봉지없는 바자회부터 플라스틱 이삭줍기까지

그는 1990년대 초 대구광역시에서 시작된 푸른평화 운동을 통해 생태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다. 수질 오염의 주범이 되는 샴푸를 사용하지 않는 등 단편적인 지식들을 실천해 오다가 2012년 노틀담 생태영성의 집에서 진행하는 환경 교육을 통해 환경 보호가 본격적인 실천과 투신의 영역임을 깨달았다. “편리 위주의 생활습관 때문에 지구가 심각하게 망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눈을 뜬 거지요.” 다양한 환경 분야에 관심을 두고 공부를 해오던 그는 2016년 카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에서 생명문화학을 전공하면서 환경 관련 석사논문을 발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반포한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기반으로 생명 문화를 확산하는 것에 대한 연구 내용이었다. 2018년 천주교 인천교구 환경사목부에 파견된 그는 이후 4년간 구체적인 활동을 통해 54만여 명의 인천교구 신자들을 대상으로 ‘환경사도직’을 수행했다. 환경을 생각하는 ‘비닐봉지 없는 바자회’를 여는가 하면, ‘전통시장 비닐 줄이기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에서 실시 중인 플라스틱 방앗간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얻어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을 모으는 ‘플라스틱 이삭줍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저는 환경을 회복하고자 하는 노력을 ‘운동’ 이라 생각하지 않고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창조주 하느님의 자녀로서 공동의 집지구를 돌본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실천할 때나 공동체의 이웃에게 환경 교육을 할 때 조금이라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큰 보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작은 노력들이 모일 때

환경지킴이로 활동하면서 쌓은 추억들도 많다. 인천광역시 환경특별시민 1호로 추대된 일, 각시바위에 있는 저어새에 추적기를 달아 방류하는 탐조활동에 참가했던 일, 도우미들과 자원순환가게 활동을 한 일, 물재생센터에서 미생물의 활동을 보고 놀라움을 느낀 일, 제주도 강정마을 지킴이에 동참한 일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활동들이 소중한 자산으로 남아 있다. “그 자산을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쓰고 싶습니다.” 그가 주력하는 인천의 현안은 자원순환과 더불어 친환경 에너지 전환 및 강화도의 갯벌을 자연그대로 보존하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버킷리스트가 소유와 체험에 집중되어 있을 때, 그의 체크리스트는 온통 환경과 공존을 위한 이슈들로 채워져 있다.
“2025년 매립지 종료시점을 앞두고 미니멀리즘 실천과 쓰레기 최소화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봅니다.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화학적 오염원을 줄이는 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고요. 탄소중립이라는 거시적 목표를 한시라도 빨리 앞당겨 실현하기 위해 자전거 도로도 확충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요즘 지구온난화의 위험 신호들이 속출하는 지구촌 뉴스를 보기가 두렵다. 이렇게 가다가는 지구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마음의 고삐를 바싹 쥐게 되는 요즘이다.
“한국인이 하루에 사용하는 물의 양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한 달 동안 쓸 물의 양과 맞먹는다고 해요. 물을 아끼기 위한 노력을 미루지 말아야 할 때입니다. 많은 분들이 물 절약에 적극 동참해 주면 좋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정원으로 향했다. 전기절약을 위해 얼마 전 새로 들였다는 미니태양광이 정원 곳곳에서 빛나고 있었다. 환경 보호란 어쩌면 공동체를 위해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는 행동에 다름 아닐 것이다. ‘적은 것이 결국 더 많은 것(Less is More)’이라는 말처럼 말이다. 말보다 실천을 통해 그 일부로 자연에 스며든 문점숙 수녀의 뒷모습이 우리가 미래를 위해 갈 길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 본 취재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해 안전하게 진행했습니다.
문점숙 수녀가 추천하는 지구를 위한 작은 실천 3가지

1. 없는 대로 불편한 대로 _ 당장 없으면 불편할 것 같지만 사용을 자제하면 모두에게 도움 이 되는 것들이 있다. 일회용 빨대, 플라스틱 용기나 수저, 포크가 그것들이다.
2. 샴푸 대신 발효비누! _ 풍성한 거품을 약속하는 샴푸나 바디클렌저 대신 깨끗한 환경을 약속하는 EM발효비누를 사용해보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에 사용할 수 있다.
3. 반짝반짝 미니태양광 _ 오늘부터 형광등 대신 가정용 미니태양광을 이용해 보자. 베란다 등 볕이 잘 드는 곳에 낮 동안 두면 밤에 전깃불만큼이나 환한 조명을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