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라이즌 유럽,
비상(飛上)하는 K-water
글. 이준희 전자신문 기자
지난 8월 말 오스트리아 빈에서 저녁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탑승한 우버 택시. 라디오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 주제곡 ‘골든’이 흘러나왔습니다. 워낙 전 세계적인 신드롬 한 가운데에 있던 터라 현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K-pop이 크게 놀랍지는 않았습니다. 한 차례 광고가 흘러간 후에는 블랙핑크의 ‘뛰어’ 그리고는 발매된 지 4년이 지난 BTS의 ‘Butter’까지 재생됐습니다. 유럽에서 K-pop이 인기가 있는 줄은 알았지만, 독일어권 국가의 공중파 라디오에서 미국이나 영국 팝송과 대등한 수준의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른바 ‘국뽕’이 느껴졌습니다.
8월 25일부터 28일(현지시간)까지 오스트리아 빈 공과대학에서 열린 ‘2025 한·유럽 과학기술 학술대회(EKC-2025)’ 현장을 찾았습니다. 한국과 유럽 과학자·엔지니어 900여 명이 오스트리아 빈에 모였습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죠. 유럽 내 한국의 문화적 위상 못지않게 과학적 위상도 크게 높아지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번 현장 취재 목적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독일·프랑스 등 유럽연합(EU) 주요국 대표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인공지능(AI) 전문가를 찾아 본사 연구소장 인터뷰를 성사시키는 것. 또 하나는 기후위기 대응 역량을 갖춘 유럽 과학자들의 기술 성과를 취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행사 첫날 제 눈을 사로잡은 부스는 ‘K-water(한국수자원공사)’였습니다. K-water는 이번 EKC에 참석해 세계 최대 연구혁신 프로그램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 프로젝트 차원에서 ‘수자원위성’, ‘상하수도 수처리’ 등 기술협력을 논의했습니다.
‘호라이즌 유럽’ 예산은 2021~2027년 875억 유로(약 140조 원) 수준에서 2028~2034년 1750억 유로(약 280조 원)으로 100% 증액될 예정입니다. 미국·중국·일본에 앞서 ‘호라이즌 유럽’ 준회원국이 된 한국의 과학자들은 기후변화, 에너지전환, 스마트도시 등 과학기술 전반에 걸쳐 유럽연합(EU) 회원국들과 양자·다자간 국제공동연구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리고 K-water는 이 모든 것을 해낼 잠재력이 있습니다.
한국,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가 이상기후가 초래한 재해·재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K-water는 유럽연합(EU)과 파트너십을 강화해 ‘기후테크’를 한국과 유럽 선진국에서 연구개발(R&D)하고, ‘탄소중립’이란 산업적 성과를 개발도상국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장 취재 결과, 이미 K-water는 수자원위성 분야의 경우 위성기반 물관리 기술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글로벌 연구협력을 통해 다국적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K-water가 호라이즌 유럽 프로젝트를 주도해 EU 위성 프로그램의 글로벌 기후변화 서비스 개선을 위한 데이터 예측·분석 기술협력을 전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K-water는 미량 오염물질인 ‘과불화화합물(PFAS)’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상하수도 수처리 기술 또한 협업 시너지가 기대되는 EU 국가들과 협의 중입니다.
앞으로 한국 기업들에게는 호라이즌 유럽뿐 아니라 유레카 등 유럽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프로젝트 발굴 기회가 상당히 많아질 것으로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합니다. K-water가 60년간 축적한 물관리 노하우와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물기술에 대한 연구성과와 산업적 성과를 다국적 컨소시엄을 구성해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이니까요.
K-pop이 전 세계 공중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듯 K-water의 물 기술이 유럽을 비롯한 세계 곳곳으로 확대돼 기후위기 등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난제를 해결할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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