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폭염과 폭우, 태풍 등 우리는 올해 다양한 형태의 기후위기를 직면했다. 이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탄소중립 선언 등이 꽤 오랜 시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속적인 관심만이 기후위기의 해결책이라는 말이 있다지만, 사실 기후위기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기후위기 시대를 꾸준히 고발하고 있는 기자가 있다. 바로 JTBC 보도국 정책부의 박상욱 기자다.
“JTBC 입사 전인 2010년, 주모로코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근무했습니다. 모로코의 개황이나 정세, 관영매체의 주요 뉴스를 정리해 보고하고, 영사업무를 보조했죠. 당시 모로코는 대규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었습니다. 드넓은 사막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고, 그 전기를 지중해의 해저 케이블을 통해 스페인으로 송전하는 프로젝트였죠. 그때는 재생에너지라고 하면, 그저 명절마다 시골 가는 길 주택 옥상에 설치된 소규모 태양열 설비를 본 것이 전부였습니다. 안 그래도 생소한 발전 방식인데, 해저 케이블로 다른 나라에 전력을 보낸다니… 마치 미래에 와 있는 것만 같았어요. 그렇게 처음으로 에너지전환이라는 것을 접하게 됐고,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이후 JTBC에 입사한 박상욱 기자는 순환보직을 거치며 겨울 폭풍 노리스터, 유럽 폭염, 파리협정과 송도 IPCC 총회(본 총회에서 <1.5℃ 특별보고서>가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 등 기후변화와 관련된 빅 이벤트들을 취재하게 된다. 그러다 첫 아이가 태어났고, 이후 ‘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생각하게 되었다는 박상욱 기자. 이는 곧 기자로서, 아빠로서 기후변화 문제에 집중해야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졌다.
박상욱 기자는 지난해 8월부터 <물, 자연 그리고 사람>의 ‘지구보고서’ 코너를 통해 기후위기에 대해 다루며, 독자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례와 리서치를 통해 연재를 이어왔다. 그리고 매주 월요일에는 [박상욱의 기후 1.5] 제목의 온라인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연재를 쉬지 않고 매주 꾸준히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담은 기사와 환경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싣고 있다. 이와 같은 언론 정기 연재는 기후위기 분야에서 유일하다. 박상욱 기자의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이 담긴 심층취재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한국기후변화학회 기후변화 언론인상(2019), 세계 기상의 날 기상청장 표창(2021), 한국수자원학회 언론인상(2022), 국회 기후변화포럼 대한민국 녹색기후상 대상(2023) 등의 수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환경부·교육부 공동 발간 교과서 <기후변화는 느리게, 우리의 대응은 빠르게>와 청소년 서적 <잠깐! 이게 다 인권 문제라고요?>를 집필했다. 지난 해엔 그간의 연재를 엮은 책 <기후 1.5℃ 미룰 수 없는 오늘>을 펴내기도 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글을 남기는 것뿐입니다. 길어야 2~3분에 불과한 방송 리포트로는 부족하기에 5~6천자에 달하는 연재 기사를 쓰게 됐고, 그 5~6천자로는 다양하고도 복합적인 컨텍스트(Context)를 전하기 어렵기에 책을 쓰게 됐습니다. 기후변화, 탄소중립, 에너지전환에 관한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더 세상에 나왔으면, 그 이야기를 접한 누군가가 하루 중 짧은 순간이라도 고민해 봤으면, 그래서 이 어젠다가 더 이상 ‘변두리 어젠다’ 나 ‘먼 미래의 일’로 여겨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내일의일, 내 일’로 여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써왔습니다.”
박상욱 기자에게 4년간의 취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냐고 질문했더니, 수많은 도움과 혜안을 주신 분 중에서 대기과학자 조천호 박사를 꼽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주최했던 교육 프로그램에서 조천호 박사의 강연을 듣고 연재의 연료, 원동력을 얻게 된 것. 박상욱 기자는 조천호 박사의 초연함과 열정, 그리고 통찰력에 힘입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사회적 분위기 전환에 동참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에서야 기후위기에 대한 개인과 기업, 국가의 노력을 요하는 움직임이 커졌다 느끼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늘날 탄소국 경조정제도와 같은 선진국의 움직임에 대한 경고에 처음 목소리가 나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94년의 일이다. 당시 우리나라 산업연구원은 EU, 미국, 일본이 탄소세를 도입하면 자동차, 석유화학, 전자제품 등 주력 수출상품 15개가 입는 타격이 매우 심각하다고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했다. 1998년에는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범정부 대책기구인 <기후변화 대응대책팀>을 구성했다. 이는 오늘날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효시와도 같은 기구이다. 이러한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까지 증가세를 이어왔다. 만약, 1998년 출범한 대응대책팀이 제 역할을 다 했다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EU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진작에 감소세로 돌아섰을 것이라고 말하는 박상욱 기자. 지속적인 노력과 관심에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난 이유를 찾자면 ‘한참 밀린 우선순위’라고 말한다. 기후변화 대응이 국가 경쟁력 유지를 위한 ‘발등의 불’이 된 지금도 기후변화 대응의 우선순위는 다른 어젠다들에 밀리기 일쑤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한편 박상욱 기자는 온실가스 배출량만큼이나 중요한 어젠다로 물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리는 물에 대해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나요? 물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탄소중립은 물론,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넘어 생물다양성마저 위협받게 됩니다. 이는 비단 ‘대국민 인식 개선 캠페인’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빈번해진 극한 기상 현상에 따른 안정적인 물관리는 기본입니다. 이젠 취수와 정수 과정에서의 에너지 효율 증대와 같은 초기 생산 과정부터 녹물, 수도관 파열과 같은 소비 말단까지 관리해야 하겠죠. 단순히 ‘사용하는 에너지만큼 재생에너지를 생산한다’는 점에 매몰되지 않고, 사용하는 에너지 자체를 줄이는 게 필요한 때입니다. 원 단위의 에너지 사용량, 원 단위의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것이죠.”
박상욱 기자는 이와 같은 수자원 활용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K-water가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 경쟁력을 키우는 마중물의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또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한 번 충전하면 오래가는 스마트폰이나 랩탑, 연비나 전비가 우수한 자동차, 소음과 열을 잘 차단하는 창호 등 생활 속의 선택도 탄소 배출과 직결된다는 것.
박상욱 기자의 내일이나 우리의 내일은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 일’이라 느끼고 합리적인 선택과 지속적인 노력이 이어진다면 분명 우리 다음 세대가 느낄 내일은 위기가 아닌새로운 기회로 남겨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