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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에 있어 곡물은 매우 중요한 식량 자원입니다. 그런데 이 지역의 공통점은 비단 ‘밥심’만 있는 것이 아니죠. 몬순 또한 공통점입니다. 봄철 모내기를 하고 나면, 벼는 여름 동안 강한 햇빛과 충분한 수분(비)을 공급받습니다. 그렇게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면 논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가을에 추수를 하죠. 우리가 이런 패턴에 따라 벼를 키우고, 쌀을 주식으로 하게 된 배경에는 몬순이 있습니다. 여름철 햇빛과 비가 집중된 덕분에 우리는 아주 먼 옛날부터 논에서 벼를 재배할수 있었고, 그 기후에 적응해 우리의 주식은 쌀, 밥이 된 겁니다.

하지만 모두가 익히 알 듯이 비는 양날의 검과도 같습니다. 적당히 온다면 풍년을 부르는 ‘감사한 비’지만, 갑작스레 엄청난 양이 퍼붓는다면 재산 피해를 넘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무서운 비’가 되니까요. 모두에게 이로운 ‘수자원’이냐, 모두를 위협하는 ‘수재해’냐를 가르는 것은 한끗 차이입니다.

지난 8월, 수도권을 비롯한 중부지방을 강타한 집중호우는 전형적인 ‘무서운 비’에 해당했습니다. 이 글을 함께 읽고 있는 국민들의 머리와 마음속에서 결코 잊힐 수 없을 만큼 강도 높은 집중호우가 쏟아졌죠. 수도권에서만 10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집계한 피해액만 3,155억 원에 달했습니다. 주택 2만 7,262세대, 차량 1만여 대가 침수됐고, 공공시설 1만 6,842곳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 비를 두고, 사람들은 ‘115년 만의 최악 폭우’라고 불렀습니다.서울특별시 동작구에 시간당 141.5mm의 비가 쏟아지면서,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시간당 강수량이 기록됐기 때문입니다. ‘100년 만의’, ‘역대급’ 등 조금씩 다르지만 비슷한 의미의 표현과 함께 곳곳에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언가에 대비할 때, 우리는 주로 ‘빈도’를 그 기준으로 삼습니다. 과거의 통계에 기반해 앞으로의 대비 계획을 세우는 겁니다. 이는 가장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방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대비, 특히 기후와 관련한 대비를 하는 데에 있어서 이 같은 기준은 더 이상 충분치 않습니다. 우리의 과거는 더 이상 적절한 바로미터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오늘날의 기후, 가까운 시일 내에 이보다 더 달라질 미래의 기후이기 때문입니다.

제아무리 ‘200년에 한 번 올 법한 폭우’, ‘200년에 한 번 올 법한 태풍’에 대비한다 한들, 이는 과거 기준에서 ‘200년에 한 번’ 에 불과합니다. 계속된 기후변화로 그 빈도는 ‘200년에 한 번’ 에서 ‘100년에 한 번’으로, ‘100년에 한 번’에서 ‘50년의 한 번’ 으로 바뀔 테니까요. 또한 이는 그 기간 동안의 안전을 담보하지도 못합니다. ‘100년에 한 번’이 향후 99년은 안전하다는 뜻이 아니니까요. 98년간 안전히 지내다 99년 364일째에 극한현상을 맞닥뜨릴 수도 있지만, 당장 내일 극한현상을 맞닥뜨릴 수도 있는 겁니다.

지난 8월, 집중호우를 계기로 정부는 ‘기후변화 대비 재난관리체계 개선 범정부 추진단’을 구성하고, 운영에 들어갔습니다. 기후변화 속 기후재난에 발맞춰 국가의 재난관리체계를 개선하기 위함입니다. 기후변화로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에선 물로 인한 피해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강수일수는 줄어들지만, 하루 또는 한 시간에 퍼붓는 비의 양은 늘어나면서 가뭄과 홍수는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기후변화로 기온뿐 아니라 바닷물 역시 뜨거워짐에 따라 전체 태풍의 수는 줄더라도 태풍의 강도는 세질 전망입니다. 기후변화에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게재된 글은 K-water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