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ON
물이 이끄는 무한한 청정의 힘,
수열 에너지
수열을 활용해 냉난방 등의 용도로 이용하는 것을 수열에너지라고 한다. 최근 하천수, 해수 등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수열에너지 활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안정적인 공급과 지속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수열에너지에 대해 알아본다.
글. 편집실 자료. K-water 기후탄소산업처
물에서 얻는 친환경에너지, 수열에너지
데이터산업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AI), 디지털 기술 등의 원료라고 할 수 있는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센터는 365일 24시간 중단없이 서버를 가동하기 때문에 뜨거워진 서버를 식히기 위해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 센터가 과열되면 서버 작동이 멈추거나 화재 등의 위험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냉방전력 사용을 줄이는 것이 데이터센터의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전력 소비와 더불어 탄소를 줄일 수 있는 친환경에너지인 수열에너지가 주목받고 있다. 무더운 여름, 사람들이 바다와 계곡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밖보다 물 속이 훨씬 시원하기 때문이다. 한여름에도 물은 차가운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물은 비열(온도 1℃를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이 대기나 땅보다 커서, 잘 데워지지 않고 반대로 잘 식지도 않는 특성이 있다. 즉, 여름에는 대기보다 시원하고 겨울에는 대기보다 따뜻한 것. 수열에너지는 이러한 물의 특성과 원리를 냉난방에 활용한 것으로, 물이 가진 열 에너지를 히트펌프를 통해 건축물에 전달하여 냉난방을 하는 친환경에너지이다. 수열에너지는 물을 열원으로 하므로, 자연적 과정을 통해 무한하게 얻을 수 있다. 특히 타 재생에너지와 비교해 날씨의 영향을 덜 받아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롯데월드타워의 경우 수열을 활용하여 약 35%의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며, 화석연료를 사용할 때보다 약 38%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아울러 도심 열섬현상 또한 저감시킬 수 있어 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 극복에도 도움을 준다.
탄소중립의 핵심 열쇠! 국내외 수열에너지 활용 사례
세계는 지금 수열에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는 건물 냉난방을 위하여 댐이나 호수 둑에 고여있는 심층 호소수와 하천수 등의 수열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네덜란드는 무탄소 도시를 만들기 위한 ‘시티 젠(City-Zen)’ 프로젝트로 운하의 강물이나 지표수, 폐수로부터 열을 얻어 수열에너지로 활용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의 운하를 따라 있는 건물들은 지하수로부터 열을 얻어 냉난방을 운영한다. 특히 동부 신도시인 에이뷔르흐(Iiburg)는 2000년대 초반에 시작된 1단계 사업부터 건물 냉난방과 전력 시스템에 수열에너지 등을 활용해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프랑스 또한 도시 열섬현상을 낮추기 위해 수열에너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1991년부터 파리 센강의 물을 이용한 75km의 도시 수열 공급네트워크를 구성하여 루브르박물관과 백화점 등 약 700개의 건축물을 냉방하고 있는 것. 파리는 2041년까지 수열에너지 시스템 규모를 3배 이상 확대할 계획으로, 오는 2024년 파리 올림픽 개막식 경기장과 선수촌 등에도 수열에너지 전력을 공급할 예정이다. 중국의 대규모 IT 기업인 알리바바는 지난 2015년부터, 댐에 의해 만들어진 천도호의 물을 활용해 데이터센터 냉방 시스템을 운영 중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2015년에 수열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지정하였으며, 2019년 10월 수열에너지의 원료로 기존 해수의 표층에 하천수까지 포함되면서 활용 가능성이 크게 늘어났다. 이후 환경부에서는 수열에너지 육성을 위하여 국비를 지원하는 ‘수열에너지 보급·지원 시범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본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지자체, 공공기관, 민간기업 소유 건축물 등에 수열에너지 도입 시, 연간 전력량 16GWh 절감 및 온실가스 8천 톤을 저감할 수 있으며, 이는 소나무 140만 그루의 식재 효과가 있다.
수열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K-water의 노력
K-water는 국내 유일의 물 전문 기관으로서, 2006년 K-water 사업장 내 수열 도입을 시작으로 정부 주도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수열에너지 사업의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지상 123층, 높이 555m로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최고층 건물, 잠실 롯데월드타워도 한강물을 이용한 수열에너지로 움직이고 있다. 팔당댐에서 흘러오는 물로 수열에너지를 생산해 냉난방 시스템에 활용하고 있는 것. 이는 전체 냉난방의 10% 가량을 충당하고 있으며, 연간 냉난방에너지 35.8% 절감 및 약 7억 원의 냉난방비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K-water는 소양강댐 심층수의 수열에너지를 활용해 4차 산업혁명 데이터센터 설비 냉방에 활용하는 ‘강원 수열에너지 클러스터’ 조성사업 또한 본격화한다. 지난 3월 착공식을 가진 강원 수열에너지 클러스터는 연중 7℃를 유지하는 소양강댐 심층수를 활용해 초대형 친환경 데이터센터, 스마트팜 첨단 농업단지, 데이터 산업 융합밸리 등을 구축하는 사업으로 춘천 동면 일대 81만㎡에 조성될 예정이다. 이로써 춘천은 데이터산업의 수도이자 글로벌 거점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한편, IT산업의 핵심 지역으로 손꼽히는 판교테크노 밸리에도 수열에너지를 도입한다. 일명 ‘판교 641 프로젝트’다. 팔당취수장에서 취수해 광역상수도 관로에 흐르는 원수를 활용해 수열에너지를 생산하고, 이를 활용해 전기사용량 및 온실가스를 절약하겠다는 계획이다. 물을 이용하는 수열에너지는 안정적으로 지속적인 공급이 가능하다. 또한, 우리나라는 풍부한 수자원 기반 시설을 갖추고 있어, 수열에너지를 활용하기에 최적화된 특성을 갖고 있다. 무한한 에너지원과 발전 가능성을 보유한 수열에너지의 미래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