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전한 지구 : 한국수자원공사 웹진 2024. MAY VOL.674

ON전한 지구

사춘기가 온 듯,
변덕스럽고 요란한 봄 날씨

글. 김세현 KBS 기상전문기자

봄을 앞두고 한바탕 ‘이른 봄꽃’을 기대하는 소동이 있었습니다. 따뜻했던 지난 겨울의 영향으로 봄꽃이 예년보다 빠르게 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입니다. 지자체들은 벚꽃이 다 지고 나서 열렸던 지난해 축제를 떠올리며 올해에 들어서는 축제 일정들을 서둘러 앞당겼는데요. 아뿔싸, 올해는 벚꽃이 피기도 전에 축제를 여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사실 벚꽃들은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예상대로 예년보다 2~8일가량은 일찍 피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각생으로 오해를 받았으니 말이죠.

역대 두 번째로 따뜻한 겨울을 보낸 것치고 올해 벚꽃이 예상만큼 기록적으로 일찍 피지 않은 이유는, 3월에 들어서 시작된 오락가락한 날씨 탓입니다. 꽃의 개화는 기온이 높고 일사량이 많아야 빨라지는데, 3월 초에는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기온이 오히려 평년보다 낮았고 후반에는 우리나라 남쪽으로 저기압이 짧은 간격으로 세 차례나 지나며 평년보다 많은 비를 뿌렸습니다.덕분에 가뭄 걱정은 덜었지만, 낮은 기온에 흐린 날이 많았던 탓에 기대보다는 개화가 늦었던 것입니다.

사실 이렇게 변덕스러운 날씨는 계절이 변하는 시기인 ‘환절기’에 발생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겨울 동안 세력을 확장했던 북쪽의 찬 공기와 이제 봄이 오면서 세력을 키우는 남쪽의 따뜻한 공기 사이에 충돌이 잦아지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환절기 변동 폭은 점점 커지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 또한 기후 변화의 영향이라고 설명합니다. 단순히 기온이 오르는 것뿐만 아니라 기온이 오른 세력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현상 변화가 클 수 있다는 겁니다.

지난해만 해도 역대 가장 따뜻한 3월이 지난 뒤 꽃샘추위가 강하게 나타나면서 많은 농작물이 냉해 피해를 입었었는데요. 올해도 변덕스럽던 3월이 지나자마자 4월 초부터 이례적인 고온 현상이 나타나며 초여름 날 씨가 갑작스레 찾아왔습니다. 서울의 경우 낮 기온이 30도까지 오르며 중순 기준으로는 역대 1위를 차지했습니다. 4월 전체로는 역대 3위를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1, 2위는 4월 하순의 기록으로, 중순에 이러한 기록을 세우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북쪽의 찬 공기와 남쪽의 따뜻한 공기의 세력이 엎치락뒤치락하다가 남쪽의 따뜻한 세력이 본격적으로 밀고 올라오면서 시작되는 게 여름인데요. 제대로 된 봄이 시작하기도 전에 여름이 성큼 찾아온 겁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봄철 기온은 계속 오르면서 여름의 시작일 또한 크게 앞당겨 졌습니다. 과거에 평균적으로 6월 11일이었던 여름의 시작일도 최근 들어서는 5월 30일로 앞당겨졌습니다. 그만큼 5월의 기온도 많이 올랐다는 건데, 5월 전국 평균 기온이 1990년대(1990년대~1999년) 16.95도였는데, 2010년대(2000~2019년)에는 18.11도로 무려 1.2도나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5월의 기온도 평년보다 높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또 대체로 맑은 날이 많아 일교차도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요. 이렇게 되면 더위 말고도 주의해야 할 부분이 또 있습니다. 바로 ‘비와 우박’입니다. 낮 기온이 크게 오르면 5월의 경우 아직 상층으로는 찬 성질의 공기가 남아있기 때문에 상층과 하층의 기온 차이가 커지며 대기 불안정이 굉장히 심해집니다. 이럴 경우에는 우박이 쏟아지고, 강한 비구름이 만들어지는 등 요란한 날씨가 펼쳐지는데요. 최근 들어 짧게 내리는 소나기조차 내렸다 하면 시간당 50mm의 폭우 수준으로 쏟아지는 경우가 잦아 침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봄을 만끽할 새도 없이 급변하는 날씨 속에 벌써부터 더위를 걱정하게 되는데요. 끓는 지구의 시대 속에서 매년 변덕스럽고 요란해지는 봄 날씨는 기후 위기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구가 보내는 빨간 신호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