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물들다
낭만은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무섬마을은 영주를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다. 인생샷을 찍는 낭만적인 명소로, 이 시대가 이어받을 선비의 정신이 깃든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과거, 양반도 평민도 모두 함께 공부했다는 조용한 선비의 마을 무섬마을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한다.
글.사진 최갑수(여행작가), 편집실
▲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위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관광객의 모습 ⓒ영주시청
350년 된 외나무다리 지나 만나는 섬 아닌 섬
선비의 고장, 영주를 대표하는 무섬마을. 국내에 전통가옥은 많지만 이곳처럼 원형을 그대로 유지한 채 주민들이 삶을 살아가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또한 무섬마을은 선비의 도시라는 명성처럼, 유교의 고장이지만 그 옛날에도 양반과 평민 가리지 않고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했던 개혁 정신도 높이 사는 곳이다. 멀리서 보면 언뜻 섬처럼 보이지만, 낙동강의 가장 큰 지류인 내성천이 산과 들을 휘감아 돌며 말발굽 모양으로 휘어지는 곳에 자리하고 있는 엄연한 육지다. 이곳에는 무섬마을과 바깥세상을 이어주는 내성천을 가로질러 존재하는 외나무다리가 하나 있다. 세상이 편해지려거든 얼마든지 편할 수 있는데, 이곳 무섬마을은 350년 전 생긴 외나무다리로 여전히 길을 내어주고 있다. 물론 1983년 시멘트로 만든 수도교가 놓이기 전까지 말이다. 편의를 위해 놓아준 수도교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느릿하게 외나무다리를 건넌다. 발밑에 흐르는 물길과 함께, 그만의 낭만이 있기에.
느긋하고 느린 걸음으로 한 수 배우는 곳
외나무다리의 폭은 약 30cm에 불과하다. ‘ㅠ’ 모양으로 약60cm 높이의 기둥을 세운 다음 그 위에 통나무를 반으로 쪼개어 상판을 얹어 만들었다. 물이 얕은 곳을 따라 휘어져 있는데, 길이는 150m가량 된다. 워낙 길이 좁다 보니 강에 빠지는 일도 다반사다. 다행히 물의 깊이가 허리 높이니 걱정할 건 없다. 또 한편 다행인 건, 20m 정도의 간격마다 마주치는 이를 비켜설 수 있는 다리가 하나 더 놓여 있다. 그곳에 서서 숨을 돌리고 있는데 반대편 끝에 지팡이를 짚은 노인 한 분이 빠른 걸음으로 걸어온다. 올해 여든셋이라는 노인께서는 이곳, 무섬마을에서 태어났다고 하신다. “지금 이 다리야 옛날에 비하면 고속도로지. 옛날에는 이런 통나무를 구할 수 있었나. 동네 장정들이 저기 산에서 나무 베어 와서 얼기설기 만들었어. 비가 오면 다리가 떠내려가서 해마다 다시 만들어야 했지.” 지금은 다리가 하나뿐이지만 이전에는 외나무다리가 3개였다. 상류의 다리는 장 보러 나갈 때, 가운데 다리는 아이들이 학교 갈 때, 하류의 다리는 농사지으러 갈 때 소를 몰고 건넜다고 전해진다. 지금 우리는 외나무다리에 서서 내 갈 길에 조바심 내고 있진 않았는지 생각해 본다. 소박하고 유유자적한, 개혁과 개방에 앞섰던 무섬마을을 따라 잊었던 평화와 낭만에 욕심내보면 어떨까
▲ 옛 선비들이 머문 자리 그대로 명백을 이어오고 있는 무섬마을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