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살다
명맥과 사람을 잇는
영주 사람들
선비의 도시로 잘 알려진 영주. 곳곳마다 고즈넉한 운치와 수려한 산세가 오는 이를 반긴다. 오랜 전통의 명맥을 잇고자 하는 장인부터 자신만의 색깔로 영주를 재해석하는 아티스트, 영주 고유의 멋을 알리고자 하는 이들까지, 영주에서 만난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글. 전혜정 사진. 각 인터뷰이 제공
50년 장도 외길을 걷다
과거 영주는 금속 광산이 네 곳이나 존재해 금속 기술자들이 많이 거주했었다. 무형문화재 전승교육자 이면규 명장은 바로 이 영주에서 50여 년 동안 장도를 만들어 오고 있다. 장도란, 칼집이 있는 작은 칼을 뜻하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은장도가 바로 이것이다. 은으로 세공된 물건이 많다 보니 은장도로 알고 있지만, 본래 명칭은 장도이며 재질에 따라 각각의 이름으로 불린다. 이면규 명장은 15살부터 귀금속을 만드는 일을 하다가 19세가 되던 해에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영풍장도장(경상북도 영주시에 장도 제작 기술을 보유한 장인) 보유자인 스승 김일갑 옹을 만나 본격적으로 장도장 기능을 전수받았다. 지난 2002년 스승이 세상을 떠난 후, 기능 보유자 후보로 지금까지 한길을 걷고 있다. 모든 과정을 손수 작업하기 때문에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풍기은장도 대장간에서 작업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이면규 명장은 우리의 전통 기술이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깝다며,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져 장도의 명맥이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전 세계 어딜 가도 영주의 장도만큼 아름다운 것이 없는 것 같아요.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는 것도 좋지만, 좋은 작품을 만들어 영주가 좀 더 알려지고 많은 사람들이 장도를 알아준다면 그것만큼 기쁜 일이 없을 테지요.”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공간을 만들다
영주시는 다른 도시에 비해 원도심과 신도심이 뚜렷하게 나누어진다. 이중 원도심의 문화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공간으로 탄생한 곳이 바로 ‘영주 이음센터’이다. 2021년 행정안전부의 지역사회 활성화 기반조성 사업으로 선정된 이음센터는 작년 10월 개소식을 갖고 주민·관광객의 쉼터이자 문화행사공간으로 본격 운영되고 있다. “영주시는 한국의 유·불교 문화와 전통을 모두 간직하고 있습니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두루 갖춘 관광지를 찾으신다면 영주를 적극 추천드려요. 우리 이음센터는 이처럼 역사와 문화를 아름답게 품은 영주시의 이름을 더 널리 알리고,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공간으로 자리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음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김택우 협의회장은 지역주민들과 함께 문화관광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며 앞으로 이음센터가 영주 여행의 중심 거점이자 주민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장소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영주의 바람과 산이 그림으로 다시 피어나다
유난히 소박한 멋과 고즈넉함으로 둘러싸인 도시, 영주에서 작품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이다은 작가를 만났다. 그녀는 영주에서 보기 드문 청년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 작가는 지난 6년 전 영주에 ‘작업실’이란 이름의 공간을 열고, 더욱 다채롭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22년, 경북전문대학교 내 148아트스퀘어 입주 작가로 선정되었어요. 덕분에 <그저, 노력만으로는>이라는 개인전을 개최했는데요. 이후로도 영주 내 곳곳에서 지속적으로 전시회를 열 수 있었어요. 적극적으로 예술가를 지원해 주는 것이야말로 영주살이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다은 작가는 수업하랴, 작품활동 하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스스로 성장할 기회가 된 것 같아 지금의 생활이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소백산에 둘러싸여 있는 영주는 사계절마다 아름답게 변하는 자연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죠. 작품에 관련된 영감을 받는데 큰 도움이 돼요. 예술가에게 최적의 환경 때문일까요? 영주 곳곳에 저 말고도 멋진 능력을 갖춘 예술가들이 많이 거주한답니다. 함께 협업할 기회가 많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