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가장 중요한 측면은 창의성이다. 창의성은 ‘새롭고 유용한 것을 만드는 능력’이다. 문제는 새로움과 유용성 사이의 간극이 생각보다 멀다는 점이다. 즉, 새로운 것일수록(독창적일수록) 유용한 것이 되기 어렵다. 회의실에서 ‘우와!’를 부르는 아이디어가 현장에서는 ‘별 쓸모가 없는데’로 끝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몇 해 전 한 가정용 주스 기계가 화제를 모았다. 전용 팩을 넣으면 모터가 힘껏 짜서 신선한 주스를 내준다. 그런데 사람들은 곧, 손으로 짜도 거의 똑같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걸 알아챘다. 성능 좋은 모터와 깔끔한 디자인은 새로웠지만, 그것이 돈값을 하는지 의문을 가졌다. 증강현실 안경도 비슷하다. 기술은 놀라웠지만, 문제는 가격, 프라이버시, 시선의 부담이라는 현실의 벽이었다. 길거리에서 카메라 달린 안경을 쓰는 게 아직은 어색했다. 또 다른 사례인세그웨이(Segway) 또한 발명 자체는 대단했지만, 보도, 자전거도로, 법규, 보험 같은 주변 생태계가 따라오지 못하니 ‘도심의 표준 이동 수단’이라는 꿈은 좌절되었다. 이처럼 새롭고 독창적이나, 유용하지는 못한 경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위턴스쿨의 조직심리학자 애덤 그랜트(Adam Grant)는 여러 실험과 현장 연구에서 타인을 도우려는 마음인 ‘친사회적 동기’가 창의적 아이디어의 유용성을 높이는 데 기여함을 보여주었다. 그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에서 나오는 ‘내적 동기’만으로는 창의적 사고와 행동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고 보고, 여기에 친사회적 동기가 더해지면 ‘새롭고도 유용한’ 아이디어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유는 간단하다. 남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상대방 입장에 설 수 있도록 관점을 바꾸며, 이를 통해 정말 쓸모 있는 것을 생각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즉, 이타성은 단순히 착한 마음으로 끝나지 않고, 아이디어의 방향을 바꾸는 힘으로 작동한다. 이타성이 강하면,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나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인가?” 와 같이 새로움만을 지향하는 방향에서 벗어나, “이 아이디어가 누구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와 같이 유용성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이렇게 되면, 혁신의 초점도 “우리 아이디어가 얼마나 기발한가?”에서 “누구의 하루가 실질적으로 더 나아지는가?”로 바뀐다. 이 질문을 놓치지 않을 때, 새로움은 드디어 ‘쓸모’에 닿는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유용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타인의 관점에서 보는 다음 세 가지에 주목해보자. 첫째, 눈앞의 불편을 끝까지 따라가는 것이다. 새로움은 머리에서 시작되지만, 유용성은 발바닥에서 나온다. 출근길 지하철 개찰구 앞, 한 손엔 커피, 다른 손엔 가방을 든 채 교통카드를 꺼내려던 순간을 떠올려 보자. 바로 그 어색함과 불편함이 유용성의 씨앗이다. 카드 위치를 바꾸거나, 휴대폰 인식 위치를 재설계하거나, 컵 홀더를 바꾸는 식으로 조그만 것이라도 손을 대면 삶이 편해진다.
둘째, ‘좋다’라는 반응보다 다시 사용하는지를 본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여주었을 때 사람들은 일단 “좋네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다음 날 또 썼는지가 유용성의 증거이다. 식당에 새로 도입한 주문 태블릿이 있다 치자. 첫날은 모두 써본다. 문제는 둘째 날이다. 직원이 “메뉴 선택이 복잡해져서 오히려 시간이 더 걸려요.”라고 말한다면, 화면 순서를 바꾸거나 추천 세트를 앞에 놓는 등의 작은 수정이 필요하다. 유용성은 반복 사용에서 증명된다.
셋째, ‘민망함’을 줄이는 것이다. 기능은 좋은데 쓰기 민망하면 사람들은 멀리한다. 길거리에서 얼굴을 스캔하는 기능, 회의실에서 질문을 자동 자막으로 띄우는 기능도 비슷하다. 좋아 보이지만, 시선이 부담스럽거나 사생활이 걱정되면 손이 안 간다. 그래서 유용한 아이디어는 종종 조용하고 배려 깊다. 켜고 끄는 티가 덜 나고, 실패해도 덜 부끄럽다. 디자인이 예뻐서가 아니라 사회적 리스크를 줄였기 때문에 채택되는 것이다.
새로움은 시선을 끌지만, 유용성은 시간의 검증을 거쳐 습관이 된다. 우리가 기억하는 위대한 제품과 서비스는 대부분 처음엔 눈에 띄었어도, 결국엔 없는 듯 자연스러워진 것들이다. 그런 변화는 대개 거창한 기능 한 방이 아니라 작은 수정의 연쇄에서 온다.
“이 아이디어가 참신한가?”라는 질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누군가를 덜 불편하게 만드는가? 정말 다시 쓰게 될까?”라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할 수 있을 때, 새로움은 비로소 유용성에 닿는다. 구성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대하는 조직의 리더가 해야 할 일은 기발함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유용성에 닿도록 구성원들의 시선을 돌려주는 일이다.
더 나아가 “누군가를 덜 불편하게 만드는가?
정말 다시 쓰게 될까?”라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할 수 있을 때,
새로움은 비로소 유용성에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