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1일부터 일주일 동안, 한국수자원공사 해외봉사단은 필리핀을 찾아 아이들의 웃음과 희망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그들의 작은 손길이 필리핀 아이들의 일상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 냈는지 전해본다.
글. 조수빈 사진. 황지현 영상. 노재준
전 세계로 뻗어가는 깨끗한 물
깨끗한 물과 위생시설은 건강한 삶을 지탱하기 위한 기본적인 요소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21억 명에 달하는 인구가 안전한 물 인프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열악한 식수 환경은 수인성 질병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전염병 확산 가속화, 영양 불균형 문제까지 일으킨다.
이에 한국수자원공사는 물 인프라가 열악한 국가들의 물 문제 해소를 위해 2006년 타지키스탄을 시작으로 해외사회공헌활동을 펼쳐 오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수자원공사가 손길을 뻗은 국가는 미얀마, 인도네시아, 몽골, 솔로몬제도 등 13개국에 달하며,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안전한 식수 공급을 위한 관정 개발, 급수시설 설치, 위생여건 향상 등의 활동을 진행해 왔다. 이로써 현지 주민들이 스스로 깨끗한 물을 이용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자립 기반 마련에 기여해 왔다.
필리핀으로 향한 K-water의 발걸음
필리핀은 국가 개발 과정에서 난개발 등에 따른 산업용수 부족, 하·폐수 처리 문제와 더불어 최근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로 물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필리핀 전체의 상수도 보급률은 약 40%에 불과하며, 이는 동아시아 지역 평균 수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팜팡가주는 화산재 퇴적과 지반 침하 등으로 인해 지하수에서 WHO 기준치를 초과하는 비소가 검출되고 있으며, 음용 시설 역시 수동 펌프나 우물에 의존하고 있어 대장균 등의 수인성 질환 위험에 취약하다. 지역 내 학교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지난 9월 한국수자원공사가 팜팡가주의 초등학교 다섯 곳을 대상으로 정수처리 시스템과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여 깨끗한 식수를 확보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수도 시설 운영을 지원하기에 나섰다.
이와 더불어 지난 8월 31일에는 직원 32명으로 구성된 K-water봉사단이 필리핀으로 출발했다. 봉사단은 약 일주일간 필리핀 팜팡가주 지역의 초등학교 네 곳을 방문해 현지 학생들과 위생· 안전 교육과 정수처리 체험, 문화교류 활동을 진행했다.
아이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었던 시간
봉사단이 첫날 향한 곳은 크리스토레이 초등학교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교정에 들어선 봉사단을 향해 학생들이 열렬하게 환영 인사를 건네자, 예상 밖의 뜨거운 반응에 봉사단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SK하이닉스산업용수관리단 문지은 대리는 “처음 만나는 저희를 이렇게 반겨주다니 고맙고, 또 봉사를 앞두고 책임감이 더 강해지는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K-water연구원 이호현 수석위원은 “설계처에 근무하면서 종종 해외 출장을 갔었는데, 그때마다 아이들이 반겨주었던 기억이 있어요. 이번에도 아이들의 좋은 기운을 받아갈 수 있을 것 같아 기대하고 왔어요.”라며 아이들과 서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나눴다.
봉사단은 간식, 식료품, 생필품 등이 담긴 키트를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칠이 벗겨진 교실 벽에 새롭게 페인트를 칠하는 등 교내 정비에 손을 보탰다. 방독 마스크를 쓰는 것조차 힘들 만큼 더운 날씨였지만 봉사단원들은 이마에 맺힌 땀도 잊은 채 작업에 몰두했다.
라위 초등학교와 마리솔 초등학교에서는 위생 교육이 진행됐다. 위생 교육은 단순히 깨끗한 물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건강한 위생 습관과 안전한 물에 대한 중요성 등 인식 개선을 위해 마련되었다. 학생들은 올바른 손 씻기 방법을 배우고, 직접 간이 정수기를 만들어 흙탕물이 맑아지는 과정을 체험했다. 자신이 만든 정수기에서 깨끗한 물이 흘러나오자 아이들은 감탄을 터트리며 기뻐했다.
4일 차에는 필리핀 원주민 아이따족이 거주하는 ‘예향 마을’로 향했다. 카파스시에 위치한 예향 마을은 오랜 군사지역으로 지하수 오염, 수도관 노후화 등의 문제를 겪고 있으며, 교육 인프라 또한 부족한 지역이다. 경기서북권지사 안정호 대리는 “실제로 마을에 들어서니 상상 이상으로 낙후되어 있더라고요. 수도 관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수인성 질환에 쉽게 노출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며 마을의 첫인상을 말했다. 이곳에서 봉사단은 노후 수도관을 정비하고, 비석치기·팽이치기· 딱지치기 등 한국 전통놀이를 함께 즐기며 색다른 추억을 쌓아 나갔다.
희망을 새기고, 미래로 향하다
봉사 마지막 날인 지난 9월 5일에는 구에고 초등학교에서 기증식이 개최됐다. 한국수자원공사 봉사단, 구에고 초등학교 마리안 피네다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피네다 교장은 “깨끗한 물과 쾌적한 환경이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을 든든하게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됩니다.”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번 지원으로 필리핀 현지 학생 1만 2천여 명이 깨끗한 물을 이용할 수 있게 되고, 정전으로 인한 수업 중단 또한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기증식을 끝으로 모든 봉사 일정을 마친 봉사단들은 그간 정들었던 현지 학생들과 인증사진을 남기며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봉사활동에 그치지 않고 필리핀 주요 물 인프라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앙갓댐 수력발전 현대화사업(246MW)을 통해 2014년부터 장기간 전력 안정화와 기술 이전을 지원하고 있으며, 뉴클락시티 상하수도 통합관리사업에서는 필리핀 최초의 지하 저류 댐과 AI 정수장, 스마트 관망관리 기술을 도입해 기후위기 대응형 도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수자원공사는 글로벌 물기업으로서 축적된 기술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Mini-Interview
경영혁신실 김희연 차장
한국수자원공사는 국내에서도 우수한 지역개발사업들을 통해 주민들의 자립을 돕고 있는데요. 해외사회공헌활동에서 그간 쌓아 온 역량을 발휘하여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깨끗한 물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소양강댐지사 김경민 대리
제 손길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왔는데, 너무 큰 보람을 얻고 돌아가요. 우리로 인해 기뻐하는 아이들을 보며 ‘한국수자원공사가 세계 곳곳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한 번 더 깨닫게 됐어요.
구미권지사 이동헌 대리
처음에는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아이들을 제가 소극적으로 대할까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과 추억이 많이 쌓여서 헤어지기가 아쉽더라고요. 한 학생에게 인형을 선물 받았는데 볼 때마다 이 순간이 생각날 것 같아요.
솔로몬제도에서 전해온
또 하나의 나눔 이야기
한국수자원공사는 솔로몬제도의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에너지원 공급을 위해 티나강 수력발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2028년 2월 준공을 목표로 진행 중인 이 사업은 솔로몬제도의 첫 대규모 재생에너지사업으로 지속 가능한 에너지 조달을 위한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공사는 티나강 수력발전사업과 더불어 지역주민과의 상생을 위한 해외사회공헌활동을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다. 수력발전사업을 위해 설립한 현지법인 THL을 통해 과달카날주 축구협회에 후원한 것이 한 사례다. 과달카날주 축구팀은 올해 열린 솔로몬컵에서 4강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뿐만 아니라 지난 5월 12일에는 티나댐 발전소 부지 인근에서 기부 행사를 개최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의류와 신발 등 약 16상자를 티나강 유역 4개 마을 주민들에게 전달했다. 이밖에 한국수자원공사는 티나강 수력발전사업과 연계한 다양한 협력을 통해 국가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