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추석 음식들은 시대에 따라 그 이름이나 모습,
의미가 조금씩 변해왔다고 한다.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는 추석 음식들의 역사를 살펴보자.
글. 조수빈
풍요를 상징하는 전통 과자 한과
전통 디저트 한과는 삼국시대부터 시작해 자그마치 천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특히 조선시대에 기록된 한과는 종류만 무려 254종에 이른다고 한다. 한과는 제례 문화와 관련이 있는데, 과일이 없던 계절에 곡물의 가루와 꿀로 과일 형태를 만들어 마치 과일처럼 제사상에 올렸다고 한다. 과일이 없을 때 대체품으로 사용했기에 ‘조과’라고 불리기도 했다.
한과는 곡물가루나 과일, 식용 가능한 식물, 꿀, 엿 등을 섞어 만드는데, 특히 한 해 농사의 결실인 곡물은 풍요를, 꿀이나 엿 등 윤기를 내는 재료들은 화합을 상징했다고 한다. 시대가 흐르며 제례 음식에서 일상 속 디저트, 선물까지 자리를 넓히고 있는 한과는 그 변화 속에서도 ‘풍요’와 ‘화합’의 의미를 지켜가고 있다.
만월을 바라는 음식 송편
대표적인 추석 음식 중 하나인 송편은 멥쌀가루를 반죽해 깨나 콩 등을 넣고 반달 모양으로 찐 떡을 말한다. 소나무의 솔잎을 깔고 만들어 ‘송편’이라 불리는데, 원래 ‘소나무 송(松)’, ‘떡 병(餠)’을 써 ‘송병’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우리는 추석에 먹는 송편을 꼭 ‘반달’ 모양으로 빚는데, 보름달이 아니라 하필 반달인 이유는 반달에는 ‘하루하루 채워진다’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한 해 중 가장 풍요로운 날인 추석이 지난 후에도 좋은 일만 계속 일어나길 바라는 염원이 담겨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우리 선조들이 완벽 대신 자연스러움을 추구했다는 설과 백제시대 한 무당이 ‘둥근 달과 같다는 건 기운다는 것이며, 초승달과 같다는 건 점차 가득 차게 된다는 뜻’이라는 말을 했는데, 이후 차오르는 반달 모양으로 송편을 빚게 됐다는 설이 있다.
자연의 힘을 담은 한 그릇 토란국
토란은 가을 무렵에 가장 맛있어 추석 즈음이면 밥상에 더욱 자주 오른다. 이 시기의 토란은 땅의 기운을 꽉 담고 있는 만큼,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음식으로 통한다. 부드럽고 알이 동글동글해 ‘자손의 번창과 화목’이라는 의미도 함께 담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명절에 토란을 먹는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중추절 구운 토란을 먹어야 한 해의 액운을 막을 수 있다는 풍습이 전해지고, 일본에서는 그해 수확한 토란을 하늘에 바치고 제례 음식으로 먹으며 보름달을 보았다고 한다. 이처럼 한때 밥상에 빠지지 않던 토란국이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차례상의 풍습이 달라지면서 이제는 토란국이 오르지 않는 곳도 많다.
궁중 별미에서 명절 음식으로 잡채
잡채는 본래 명절이 아니라 임금의 잔치 음식에서 시작됐다. 조선시대 광해군 시절 한 신하가 궁중 연회에 여러 가지 채소와 고기를 섞어 만든 음식을 바쳤는데, 광해군이 크게 흡족하며 궁중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여러 가지 나물이 섞였다’라는 뜻의 ‘잡채(雜菜)’라는 이름 또한 여기에서 비롯됐다. 당시 잡채는 손님 접대나 큰 행사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격식 있는 음식이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풍성함’과 ‘정성’을 상징하게 됐다. 다만, 이때의 잡채는 지금처럼 당면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조선 말기 궁중 음식이 민가로 퍼지는 과정에서 감자나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당면이 보급되며 오늘날 우리가 아는 잡채의 모습으로 자리 잡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