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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 탄소중립 이행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반응이 있습니다. “거시적인 일 아냐?”, “물론 중요하다는 거야 알지만, 지금 당장 먹고살기 바쁜걸” 등의 반응입니다. 그 기저엔 기후변화가 ‘먼 일’이라는 생각이 자리합니다. 한반도가 아닌 극지방의 일이라는 ‘물리적 거리감’, 내가 아닌 먼 후손의 일이라는 ‘시간적 거리감’ 말입니다. 그런데, 더 이상 ‘먼 일’이 아니라고 느끼더라도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가 있으니… 바로, 이 단어가 갖는 ‘숭고함’이란 이미지입니다.

친구들과의 모처럼 편한 저녁식사 자리. 여기서 ‘온실가스 감축’ 을 얘기해 본다고 생각해 볼까요. 선뜻 그려지지 않는 상황입니다만 이 이야기를 꺼낸다고 했을 때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갈 겁니다. ‘친구 아무개는 고배기량의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데, 이 이야기가 불편하지 않을까?’, ‘열심히 고기 구워 먹는 자리에서 이 이야기가 맞는 걸까?’ 등 결국 마음을 접고 이 이야기는 꺼내지 않게 될 테죠.

그런데 ‘주식 투자’를 얘기해 본다고 생각해 볼까요. 서로가 알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새로운 소식(신기술 개발, 신제품 출시, 수익구조 변화 등)을 쏟아낼 겁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A 자동차 기업이 새로 전기차를 공개했는데 1,000km를 간다더라”, “그래, 안 그래도 요즘 기름값도 비싼데 전기차로 갈아타야 하나 고민이야”, “B 기업이 요즘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크게 늘고 있는데, 여기 주식을 더 살지 말지 고민이다”, “C 기업은 글로벌 투자회사에서 ESG 경영 실적 때문에 압박을 받는다더라.”

이런 와중에, 최근 이사와 함께 리모델링을 고민하는 한 친구에게, 친구들은 저마다 훈수를 둡니다. “요즘 인건비에 자재비까지 인테리어 비용 자체가 엄청 올랐다더라”, “무몰딩, 무문선 인테리어가 대세라더라”, “요즘 거실이랑 주방 위치를 바꾸는 집들도 있다더라” 여러 이야기가 오가다 창호 이야기까지 나오게 됩니다. “슈퍼로이 창호로 바꾸면 관리비가 확 줄어든다더라”, “단열재 보강도 요즘 많이들 한다더라.”

기후변화, 탄소중립, 온실가스와 같은 단어는 없었지만, 모두 이와 관련한 이야기입니다. 기후변화 대응은, 온실가스 감축은, 탄소중립 이행은 이처럼 어느새 우리 삶 속에 들어와 있는 것이죠. 지금 당장 에어컨을 덜 틀고, 채식을 하고, 10여 km의 출근길을 자전거로 다니는 등 불편함을 감수할 정도의 기여는 아니지만, 이 역시 나름의 기여를 하는 겁니다. 에너지 신기술을 개발하고, ESG 경영에 적극 나서는 기업에 투자하는 일도,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리모델링에 나서는 일도, 모두 탄소중립에 도움 되는 일이니까요.

30년도 채 남지 않은 시간, 그 사이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것은 몇몇 ‘열성 생태환경주의자’만 나선다고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그들의 진심 어린 노력은 인정받아야 마땅하나, 결국 탄소중립의 관건은 ‘모두의 참여’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기후변화 대응의 숭고함’, ‘탄소중립의 당위성’에만 매몰되어선 안 되는 이유입니다. 나밖에 모르는 욕심쟁이 옆집 박 씨도, 자연과 한 몸 되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지내는 앞집 김 씨도, 농사짓는 이 씨도, 제조업에 종사하는 최 씨도… 모두가 불편해하지 않고 이 주제를 이야기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탄소중립을 향해 제대로 된 걸음을 옮길 수 있을 겁니다.

※ 게재된 글은 K-water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