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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온하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호수

순천시는 녹지대가 많은 도시다. 전체 면적의 약 69%가 산림이다. 덕분에 도시 어디서나 나무가 보인다. 순천의 공기 기상도가 ‘맑음’인 이유가 아닐까. 공기가 청정하다는 건 숨쉬기가 편하다는 뜻이다. 숨이란 본디 충분히 뱉어내야 깊이 들이마실 수 있는 법이다. 깊은 호흡으로 숨을 내뱉어 개운해진다면, ‘코로나 엔데믹시대’에 이보다 더 적절한 여행지는 없을 것이다.
순천 일대는 습지가 많아 사람에게도, 지구에게도 이로운 곳으로 꼽힌다. 습지에서 걸러지고 정화된 생활용수가 호수로 들고 개천으로 흘러 바다까지 이어진다. 또 사람에게도 닿는다. 그 깨끗한 물을 따라 곳곳을 주유(周遊) 하니 굳었던 마음이 절로 말랑말랑해지는 느낌이다.
물빛 푸른 주암호부터 찾았다. 섬진강의 가장 큰 지류인 보성강의 물줄기를 막아 만든 주암호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오염원 하나 없는 호수로 유명하다. 나무 밀집도가 좋은 조계산(887m)과모후산(919m)에 폭 안기듯 자리해, 호안(湖岸)을 길게 따르는 도로 어디서든 식생 건강한 숲이 이어지는 것도 특징이다. 일교차가 큰 봄·가을철 아침에는 물안개까지 뽀얗게 돋아 몽환적인 풍경을 이룬다.
주암호에서 송광사 동구를 지나 선암사 쪽으로 가면 길은 그 어귀에서 상사호를 만난다. 주암조절지댐으로 생긴 상사호는 주암호와는 다른 호수인 듯 보이지만, 실은 주암호와 도수터널로 연결된 하나의 호수다. 이곳 또한 깊고 푸른 산 안에 있어 오래 ‘물멍’, ‘산멍’ 하며 쉬어가기에 좋다.

지구도 호수도 사람도 건강하도록

순천에서 습지는 으레 ‘순천만’을 뜻한다. 육지와 물을 이어주는 중간 단계의 생태환경적 특성을 지닌 습지는 물을 정화하는 지구의 ‘숨’ 같은 존재다. 수많은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명의 숨구멍’이자 홍수 때 물을 저장하는 방식으로 배수를 조절하는 ‘천연 댐’이기도 하다. 습지라는 경계 지역 특유의 풍경을 좋아하는 이라면, 주암호 상류에 있는 보성군 복내면도 둘러볼 일이다.
이곳의 인공습지들은 자연습지인 순천만과는 다른 형태의 습지라 둘러볼 만한 가치가 있다. 특히 반석리에 있는 ‘주암호 인공습지’와 유정리에 있는 ‘주암호 생태습지’는 같은 듯 다른 특성을 지녀 돋보인다.
상수원인 주암호의 수질을 보존하기 위해 조성한 완충녹지대란 점은 같지만, 인공습지는 자연습지에 가깝고 생태습지는 잘 꾸며진 체험형 습지에 가까워 취향대로 골라 거닐 수 있다.
둘 중 어느 곳에서든 오래 머물면 참개구리가 웅덩이에 폴짝 뛰어드는 소리며 바람이 습지를 훑으며 내는 소리 등을 쉽게 자주 들을 수 있다.

순천만에서 배우는 공존의 바른 예

해 질 녘엔 순천만습지로 길을 잡았다. 여수반도와 고흥반도 사이에 낀 순천만은 세계 5대 연안습지 중 하나다. 2,645만㎡의 광활한 갯벌과 231만㎡의 갈대밭이 장관을 이루는 생태계의 보고로, 국내 연안습지로는 최초로 국제습지조약인 람사르협약에 등록됐고, 지난해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도 등재됐다. 농게, 칠게, 짱뚱어 같은 온갖 갯것들이 꼼지락거리고 매해 겨울이면 흑두루미 묵직하게 날아올라 장관을 이루는 것도 바로 이곳이다. ‘공존’이란 키워드는 이 모든 구구절절한 설명 속에 숨어 있다. 개발 대신 보존을 택하고, 습지의 온전한 보존으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기 위해 한 노력들이 지금의 풍경 속에 잘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가만가만 바라보면 공존이란 키워드를 향해 가는 순천만의 지금이 보인다. 순하게 푸른 갈대밭에서는 ‘전봇대 없는 습지’가 보일 것이고, 해 지는 용산전망대에서는 경관농업단지의 역할이 짐작될 테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각종 생명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땅’에도 들어서 보자. 대대포구에서 출발하는 생태탐방선을 타면 습지란 자연의 드라마를 다른 방식으로도 즐길 수 있다.

여행고수가 알려주는 여행지 이야기
  • 송광사

    송광사는 크고 우람한 도량이다. 육당 최남선의 표현대로 ‘절집 중 맏형의 집에 드는 느낌’이다. 가람배치가 자유로운 것도 특징이다. 통상적인 일직선 배치 대신 사방으로 가람을 흩어놓는 배치를 택했다. 돌탑과 석등, 풍경(風磬)이 없는 점도 이채롭다. 풍수지리와 수도정진을 이유로 설치하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고려 이후 16명의 국사를 배출한 승보사찰로, 최근 이곳에서 영화 <헤어질 결심>이 촬영됐다.

    주소 전라남도 순천시 송광면 송광사안길 100

    문의 061-755-0107

  • 선암사

    태고종의 본산인 선암사는 꾸민 듯 안 꾸민 듯 담박한 미를 간직한 산사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사찰 중 한 곳으로, 억지스럽게 개·보수한 흔적이 별로 없어 좋다. 대웅전과 승선교, 해우소 등 유명 볼거리가 많은 것도 매력이다. 이 중 놓치고 오기 쉬운 볼거리가 원통전이다. 처마를 길게 돌출시켜 특이한 원통전은 ‘모란 꽃살문’이 아름다운 당우, 천장에 있는 동물 조형물들도 찾아보고 올 일이다.

    주소 전라남도 순천시 승주읍 선암사길 450

    문의 061-754-5247

  • 낙안읍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읍성 중 하나다. 동헌과 객사, 내아 등 옛 관청과 함께 둥글둥글한 초가지붕이 빼곡해 골목골목을 걸으며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기에 좋다. 마을을 동그랗게 감싸 안은 성곽(1.4km) 위를 걷는 재미도 남다르다. 남문과 서문 사이 계단 위가 전망 포인트다. 이곳에서 낙안읍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순천에서 하루 이상 머물 계획이라면 초가집 툇마루에 앉아 별을 볼 수 있는 민박체험도 해보자.

    주소 전라남도 순천시 낙안면 충민길 30

    문의 061-749-8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