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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한옥에서 꿈꾸는 ‘반짝거림 한 줌’

활짝 열렸음에도 빼꼼히 들여다보게 되는 곳이 있다. 주로 대문이 있는 한옥이 그렇다. 그 안이 몹시 궁금하긴 한데 성큼 들어서기엔 왠지 조심스럽다. 순천 역전길에 있는 <유익한 상점>을 찾았을 때도 그랬다. 한옥 특유의 고즈넉함이 발걸음을 주춤거리게 해 한참 동안 대문 앞을 서성거렸다. 그때 눈에 들어온 문구가 ‘다만 꺼지지 않는 작은 불빛이 여기 반짝 살아있어요’였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작은 상점’이라는 뜻일 텐데, 실제 문구 뒤 상점에서도 작은 주황색 불빛들이 반짝반짝 빛나 따스했다.
“처음 상점을 열었을 때 동네 분들 반응이 딱 그랬어요. 되게 궁금한데 못 들어오시는….” <유익한 상점>의 양진아 대표가 짐작했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문을 연 지 5년이 지난 지금 <유익한 상점>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양 대표는 “이젠 좀 더 편하게 오셔서 우유팩도 놓고 가시고, 필요한 게 있으면 제안도 해주세요”라며 “많은 제로웨이스트 제품들이 그렇게 추가됐어요”라고 설명했다. 주민들에게 좀 더 가까워지고, 소개 제품이 다양해지면서 상점은 더욱 반짝이게 됐다.

사회적이고 친환경적이면서 순천다운 것들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착한 소비, 즉 ‘무엇을 어떻게 소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중요하다. 그에 걸맞은 답 또한 여러 방면에서 요구되는 시점이다. <유익한 상점>은 이 같은 질문에 ‘유익한’이라는 뚜렷한 답을 내놓은 곳이다.
사전적으로 ‘유익한’은 ‘이롭거나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다’는 뜻이다. 어디에 혹은 무엇에 유익하다는 것일까? 양 대표는 “지구와 지역, 그리고 사람에게 사회·환경적으로 유익한 물품을 모아 소개하는 편집숍”이란 설명으로 <유익한 상점>의 지향점을밝혔다. 지구촌 사람들의 공존에 기여하는 소비재를 소개하고, 지구에 무해한 소비 활동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소비 활동을 돕는 공간이란 얘기다. 이를테면 네팔 여성들이 직물로 짠 가방을 사면 그들의 경제적 자립에 도움이 되고, 코끼리 똥으로 만든 공책을 사면 나무 한 그루를 베지 않게 되는 효과가 있는 식이다. 지역의 숨은 로컬 크리에이터와 로컬 브랜드를 알리는 창구로서의 역할도 꾸준히 해 왔다.
순천만의 색채로 매력을 더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 제품들도 있다. 순천 어린이들의 그림을 달력이나 메모지 디자인에 활용한 제품이나, ‘순천만 마그네틱’과 ‘갈대 빗자루’ 같은 ‘로컬 굿즈’ 등이 그것이다. 이 제품들은 특히 지극히 순천다운 것들에 대한 꾸준한 고민의 결과라 더 의미 있다.
<유익한 상점>은 상점을 벗어난 활동의 범위도 넓다. 비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유익 플리마켓’과 우유팩을 모아 화장지를 만드는 회사로 보내는 ‘밀크로드(milk road) 캠페인’ 등을 개업 초기부터 진행해왔고, 최근엔 ‘유익’이라는 지역지까지 발간해 화제를 모았다.
양 대표는 “앞으로 순천다운 것들에 대한 관심을 더 많이 가질 예정”이라며 “그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더 많이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익한 상점> 표 ‘로컬 굿즈’들이 기대된다.

※ 본 취재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해 안전하게 진행했습니다.

지구촌 사람들의 공존에 기여하는 소비재를 소개하고, 지구에 무해한 소비 활동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소비 활동을 돕는 공간이란 얘기다.
interview
보다 순천다운, 순천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자체 제작 상품’의 비중을 점점 더 높여가고 싶어요. <유익한 상점> 양진아 대표

<유익한 상점>을 열게 된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을까요?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는 주부지만, 과거 국제개발협력 NGO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NGO 활동가로 일했습니다. 그 경력을 살려서 지구촌과 지역, 그리고 사람이 연결되는 유익한 지점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었어요.

공정무역, 제로웨이스트 같은 유익한 가치를 표방하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들을 판매하나요?

공정무역 인증 제품, 사회적 기업 제품, 업사이클링 제품, 멸종 위기 동물 관련 제품, 친환경 제품, 제로웨이스트 제품, 순천에서 생산된 로컬 굿즈, 자체 제작 상품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공정무역 인증 제품으로는 커피, 설탕, 핸드메이드 바구니, 초콜릿 등이 있어요. 사회적 기업이 만든 가방·문구류 등과 유기농 면 소재의 양말과 손수건, 그리고 대나무칫솔을 비롯한 설거지바 등 제로웨이스트 제품들도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제주도에서 만든 씨글라스 액세서리와 공정무역 인증 인형들이 품질이 좋고 디자인이 예뻐 인기가 많아요.

<유익한 상점>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순천의 ‘로컬 굿즈’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제품인가요?

순천만 마그네틱과 아이들 그림 메모지 등 여러 개가 있는데요. 그중 ‘갈대 빗자루’는 정말 자랑할 만합니다. 순천만에서 자란 갈대의 순을 뽑아 건조한 후 장인이 손으로 직접 만든 빗자루인데, 갈대를 묶는 끈을 제외한 나머지가 다 순천에서 난 것들입니다. 저도 하나 쓰고 있는데 층간 소음이 걱정되는 분들에게 ‘강추’합니다. 올해는 컴퓨터 키보드 사이 먼지 청소용이나 커피콩 분쇄기 청소용 등으로 빗자루의 쓰임새를 달리해 제작해 볼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공간을 어떤 방향으로 이용해 나갈 생각이세요?

한옥 전체를 리모델링해 과거와 현재가 숨쉬는 공간으로 발전시켜볼 계획입니다. 한옥 상점 맞은편 공간은 다락과 마루가 있는 카페로, 현재 사무실 공간은 ‘뭔가 재미난 게 항상 돌아가는’ 팝업 공간으로 변신시킬 생각이에요. 두 곳 모두 지역적이고 사회· 환경적인 가치 안에서 운영해 보려고 하는데, 물건을 사거나 음료를 마시지 않아도 언제든 오면 그 자리에 있어서 방문하시는 분 누구나가 편하게 오가는 자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유익한 상점

주소 전라남도 순천시 역전길 77

문의 0507-1315-0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