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드, 록, 재즈, R & B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가수 윤하. 가창력과 곡 소화력이 남달랐던 그는 2006년 국내 데뷔 후 ‘비밀번호 486’, ‘우산’, ‘기다리다’ 등 히트곡을 남겼다. 한때 그는 비를 테마로 한 노래가 많아 ‘비 언니’라고 불리기도 했다. ‘Rain & The Bar’와 ‘빗소리’, ‘소나기’, ‘비가 내리는 날에는’, ‘Rainy Night’, ‘먹구름’,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노래’ 등이다. 특히 에픽하이와 함께 부른 ‘우산’은 너무 유명하다. 지금도 비가 내리는 날이면 라디오에서 들을 수 있는 이 노래에서 가수 윤하는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다른 뮤지션의 컬래버레이션 러브콜을 많이 받는 가수이기도 하다.
그랬던 그가 요즘은 ‘탄소중립 가수’로 불리고 있다. 6집과 6집 리패키지 앨범에 수록된 ‘6년 230일’이라는 곡 때문이다. 이 곡은 윤하가 작사한 곡인데 어떻게 이 곡을 작사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저의 6집 앨범 <END THEORY>는 ‘끝’에 대한 생각들을 풀어낸 앨범입니다. 곡마다 2가지의 끝에 대한 소재를 엮어 표현했는데요. 그중 ‘6년 230일’은 뉴스에서 발췌하게 됐어요. ‘기후위기 시계’의 남은 시간이 그쯤 된다고 하더라고요. 곡에서는 지구의 끝과 화자의 관계의 끝이 상징적으로 이어져요. 어쩌면 우리가 풍요롭게 살아갈 날보다 척박하게 살아갈 날이 더 많아질지도 모르니, 지금 이 순간 냉담함을 멈추고 사랑했으면 하는 내용이 담겨있는 곡입니다.”
그의 노래에는 서사가 있다. 음을 음미하며 가사를 따라가다 보면 우주의 장면이 선연하게 떠오른다. 가수 윤하 ‘자체가 장르’라는 표현이 붙는 이유다.
지난 3월 22일, 가수 윤하는 ‘2023 세계 물의 날’ 홍보영상에도 참여했다. 이 영상은 가수 윤하가 지난 2021년 11월에 발표한 ‘물의 여행’을 배경음악으로 제작했다. 물의 가치와 소중함을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그가 작사한 이 곡 역시 6집 앨범에 수록된 곡 중 하나다. 몽환적인 피아노와 서정적인 일렉기타가 가미된 오케스트라 팝 장르로 생동감 있는 가수 윤하의 파워풀한 보이스가 돋보이는 곡이다.
“이 곡은 물처럼 유연하게, 겁 없이 용감하게, 한계 없이 나아가자는 포부를 물의 순환에 비유한 내용이에요. 처음 곡을 작사할 땐 이렇게 큰 행사에서 제 곡이 불릴 거라고 상상도 못했어요. 이런 기회를 통해 ‘물의 여행’을 알릴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었어요.”
이외에도 여러 곡의 자작곡을 발표한 그는 자기의 곡을 스스로 만들고, 자기다운 노래를 부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자신이 쓴 가사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사는 무엇일까?
“6집에 수록된 ‘별의 조각’이라는 곡 중 한 소절인데요. ‘낮은 바람의 속삭임 / 초록빛 노랫소리와 / 너를 닮은 사람들과 / 이 별이 마음에 들어’ 이 구간이 제가 느끼는 지구를 잘 표현한 구절이라 좋아합니다.”
작사는 물론 작곡, 편곡 실력까지 갖춘 그는 2018년 발매한 싱글 <느린 우체통>을 통해서 직접 프로듀싱 한 앨범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니 5집 앨범 <UNSTABLE MINDSET>, 6집 앨범 <END THEORY>와 6집 리패키지 앨범 <END THEORY : Final Edition>을 프로듀싱 하며 물오른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이는 가수 윤하가 아티스트로 넘어가는 변곡점이 됐다.
가수 윤하는 ‘역주행의 아이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지가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에서 윤하의 ‘그 거리..’를 불러 차트 역주행을 만들었고, 아이유는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윤하의 ‘기다리다’를 불러 음원차트에 재진입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3월에 발표한 ‘사건의 지평선’도 역주행하면서 각종 음악차트를 석권했고, 제37회 골든디스크어워즈, 제32회 서울가요대상, 제20회 한국대중음악상 등을 휩쓸었다.
“곡이 역주행을 한다는 게 엄청 신기했어요. 꿈만 같아서 음원차트를 자꾸 들어가 확인해 보기도 했죠. 볼 때마다 자부심이 들고 뿌듯했어요.”
6집 앨범으로 우주를 여행해 온 그는 지구와 환경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다. 폭우, 폭설, 폭염 등과 같은 이상 기후를 넘어 생태계의 변화로 인한 바이러스의 급속한 전파 등 기후위기에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환경문제를 어렵사리 외면하지 않고서야 자연히 관심을 가지게 되는 시대가 도래한 듯해요. 우리의 삶의 질과 직결되어 있고, 나아가서는 전 지구적인 문제이고 인류 생존의 문제가 되기도 하니까요. 특히 6집 앨범이 ‘끝’에 관한 주제이다 보니 여러 생각들을 하게 됐습니다. 카르마(Karma)는 외면할 수 없고, 한번에 해결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죠. 작은 것부터 조금씩 습관을 들여야 하다 보니 들여다보는 내용도 늘어난 것 같아요. 앞으로 다채로운 주제로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싶어요.”
‘사건의 지평선’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그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음악적 모험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