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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생태의 보고, 낙동강

강은 은유적이다. 시간과 세월, 나아가 역사까지도 강의 흐름에 견주기 때문이다. 정의와 진리도 예외가 아니어서 강물처럼 순리대로 흐르기 마련이다. 바쁘게 사느라 때때로 이런 단순한 진리를 망각할 때가 있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무뎌진 망각의 회로를 바로잡기 위해서가 아닐까?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괜찮다. 잠시 고개를 들어 푸른 세상을 바라보거나, 도심과 가까운 자연 속에 몸을 맡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낙동강(506.17km)은 남한에서 가장 긴 강이다. 강원도 태백시에서 발원해 산을 뚫어 물길을 내고 경상북도 구석구석을 적신다. 이윽고 대구광역시 사문진에 이른다. 사문진은 조선시대에 무역을 했던 ‘왜물고(倭物庫)’가 있던 나루였다. 또 근대에 해외 선교사들은 이 물길을 이용해 한반도에 최초로 피아노를 들여왔다. 이후 다리가 놓이면서 사문진은 나루터의 기능을 잃었다. 그렇지만 오늘날 와서 주막촌이 들어섰고, 낙동강에는 유람선이 오간다. 사문진 주막촌에서 달성습지 생태학습관까지 생태탐방로가 놓였다. 총연장 1km 남짓한 이 길은 화원동산의 벼랑을 따라 물 위를 걷는 데크 길이다. 구간은 짧지만, 볼거리는 풍성하다. 움푹 파인 하식애와 그 주변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 수면을 박차고 치솟는 물고기들과 녀석들을 노리는 왜가리들까지, 특히 푸른 달성습지를 붉게 물들이는 노을이 볼만하다.
생태탐방로 끝에 달성습지 생태학습관이 있다. 그 앞은 강폭이 넓으며 강 중간에 섬이 길게 누워있다. 이 하중도 오른쪽은 금호강이고 왼쪽은 낙동강이다. 달성습지는 두 물이 만나는 지점인 것이다. 달성습지에는 흑두루미와 맹꽁이를 비롯해 520여 종의 생물이 산다. 이곳이 생물학적으로 보전 가치가 매우 큰 이유다. 달성습지의 형성과 서식하는 생물, 낙동강에 관련된 자료는 생태학습관에서 만날 수 있다. 2층 전시실에는 시청각을 활용한 다양한 자료가 있다.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지점에 독특한 건축물이 있다. 마치 육지로 올라온 고래를 닮은 디아크문화관이다. K-water가 운영하는 디아크문화관은 세계적인 건축가 하니 라시드가 디자인했다. 디아크는 강 표면을 가르는 물수제비, 문밖으로 뛰어오르는 물고기 등 자연의 모습과 한국 전통 도자기의 미려한 곡선을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디아크 내부는 강 문화 전시실과 아트갤러리, 서클영상존, 전망대 등 ‘강과 사람의 공감’이라는 메시지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야간에는 경관조명을 밝혀 낮과 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디아크에서 강변 쪽으로 향하면 우리나라 16개 보 가운데 가장 긴 강정고령보(953.5m)가 있다. 자전거길 종주 인증센터가 길 입구에 있어 자전거 라이더들이 즐겨 찾는다. 보 중간에 친수 시설로 꾸민 낙락섬과 전망데크 탄주대가 있다.

호국 안보를 기억하며

낙동강은 예부터 영남의 젖줄이었다. 더욱이 강 주변의 비옥한 농토는 고대국가들이 쟁탈전을 벌였던 격전지였다. 그 치열한 싸움 가운데 한국전쟁도 예외일 수 없다. 북한은 지난 1950년 6월 25일 남한을 선전포고 없이 기습 공격했다. 국군은 저항했지만, 무기력했다. 전쟁 발발 이후 석 달도 안 돼 낙동강 전선까지 밀렸다. 대구광역시는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여행하기에 적합한 곳이 여럿 있다. 그중 앞산에 자리한 낙동강승전기념관은 지난 1979년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호국·안보 교육장으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다. 이 기념관은 야외 전시관과 3개 층의 전시 공간으로 나뉜다. 1, 2층 전시관에는 한국전쟁의 발발 배경과 개전 초기 상황, 국군의 방어선 구축 등 치열했던 당시 모습을 자료와 영상으로 소개된다. 눈에 띄는 것은 1950년 8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친 낙동강 전투다. 낙동강이 격전지가 된 것은 국군과 유엔군이 마지막 보루로 낙동강 방어선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북한군은 이 방어선을 뚫기 위해 병력 21,000여 명을 다부동 일대에 투입했다. 국군은 유엔군과 경찰, 주민까지 힘을 합쳤지만,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8,200여 명이었다.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국군은 55일간 북한군과 맞서 싸워 방어선 사수에 성공했다. 기념관에는 당시 긴박했던 전투 상황을 디오라마로 재현해 놓았다.
대구광역시 달성군 비슬산 자락에 유치곤장군호국기념관이 있다. 달성군이 고향인 유치곤 장군은 한국전쟁 당시 공군 전투기 조종사로 1951년 강릉공군기지에서 처음 출격했다. 그 이후 평양 인근에 있는 승호리 철교 폭파 작전 등 수많은 전투에서 전공을 세우며 우리 공군사에 남을 203회 출격 기록을 남겼다. 유치곤 장군의 실화를 바탕으로 1964년에 개봉한 영화 〈빨간마후라〉는 당시 최고의 전쟁영화로 인기를 얻었다. 기념관 야외에는 퇴역한 전투기들이 유치곤 장군 동상과 함께 전시돼 있다.
대구광역시에서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칠곡군에 이른다. 이곳은 낙동강 방어선이었던 다부동 전투가 벌어진 현장이다. 이곳에 칠곡호국평화기념관이 2015년 10월에 개관했다. 이곳에는 55일간의 낙동강 방어선 전투와 관련된 자료 전시와 전투체험관, 입체영상관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
출퇴근 시간 우리는 꽉 막힌 도로에서, 지옥철과 만원 버스에서 소리 없이 아우성치며 사투를 벌이듯 살아간다. 그렇다면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전쟁 같은 일상과 군인들의 싸움은 무엇이 다를까?어쩌면 겉모습만 다를 뿐 그 속은 똑같은 아비규환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동강을 바라보며 희망을 노래하고 싶다. 모든 건 강물처럼 순리대로 흐르기 마련이니까.

디아크

유치곤장군호국기념관

여행고수가 알려주는 여행지 이야기
  • 대구수목원

    대구수목원은 지난 1990년까지 생활 쓰레기 410만 톤가량이 18m 높이로 쌓여 있던 ‘쓰레기 산’이었다. 이것을 1996년부터 2002년까지 수목원으로 재생시켜 산림청 등록 공립수목원 1호 수목원이 됐다. 현재 생태학습과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활용되며 대구의 허파라 불린다.

    주소 대구광역시 달서구 화암로 342

  • 두류공원

    대구광역시 달서구 금봉산과 두류산에 조성된 공원이다. 4·19혁명의 시발점이 된 2·28학생의거기념탑을 비롯해 민족시인 이상화의 동상, 축구장, 야구장, 금봉산 산책로, 성당못 산책로 등이 잘 갖춰져 있다.

    주소 대구광역시 달서구 공원순환로 36


  • 앞산전망대

    대구광역시 남쪽에 우뚝 솟은 앞산(660m)은 산성산과 대덕산과 이웃해 있다. 계곡을 따라 조성된 공원이 앞산공원이다. 대구광역시 남구, 달서구, 수성구에 걸쳐 있는 도시자연공원으로 케이블카, 전망대, 낙동강승전기념관 등이 있다.

    주소 대구광역시 남구 앞산순환로 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