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는 대구광역시에서도 녹지 면적이 가장 넓은 편이다. 금호강 주변 너른 들녘은 이곳이 대구광역시인가 싶을 정도로 논밭이 드넓다. 도심 속 푸른 섬 같은 야트막한 산들이 도시와 맞닿은 지점에 <제로웨이스트샵 예쓰>가 자리한다. 가게 간판이 하늘색이어서 여름 더위를 식혀줄 것 같은 이 가게는 전희택 대표가 지난 2021년 10월에 문을 열었다.
전희택 대표는 제로웨이스트와 전혀 상관없는 플라스틱 영업에 종사했었다. 그랬던 그가 어느 날 집에서 쓰레기 분리배출을 하던 중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일상에서 버려지는 쓰레기에 너무 많았던 것이다. 그날 이후 그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제로웨이스트와 환경운동에 관심을 가졌고, 아내마저 든든한 서포터가 됐다.
<제로웨이스트샵 예쓰>는 다른 제로웨이스트 가게보다 상품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세제 종류만 10여 종이 넘고 개인 위생용품과 각종 식기류, 세척용 솔, 환경호르몬이 없는 천연고무 소재 고무장갑, 유리병을 활용해 만든 맥주잔, 비건 식품 등 종류가 워낙 많아서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중에 가장 잘나가는 건 포장조차도 쓰레기가 배출되지 않는 제로웨이스트 선물세트다. 전희택 대표가 이렇듯 다품종 전략을 선택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아직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해요. 그래서 ‘저 가게에 가면 나한테 필요한 게 있을 거야’라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실제로 동네 주민들 가운데 “여긴 별의별 게 다 있네”라며 구경 오는 분들이 제법 있다고 한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전희택 대표는 제로웨이스트 운동을 소개하고 있다.
시종일관 전희택 대표의 얼굴은 밝았다. 하지만 그 밝음 뒤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거라 여겼다. 당연히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큰 어려움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매출이 적은 것보다 무관심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했다. “주변에서 저희 부부를 볼 때마다 어떻게 먹고 사느냐며 걱정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그러면 저희는 ‘밥 먹고살죠’라고 말해요. 지금 우리 세대가 돈이 없어서 힘들다고 하지만 미래세대는 쓰레기에 파묻혀 살 수도 있어요.” 그러면서 가게의 존재 이유를 설명했다. “저는 가게에 손님 한 분이 오셔서 물건 하나를 사는 것보다 환경의 심각성을 느끼고 쓰레기를 줄이는 일에 동참하는 게 목적이에요. 그래서 저는 돈보다 사람이 더 중요해요.”
전희택 대표는 현장의 분위기도 전했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보다 사실상 더 어려워요. 그때는 사람들이 환경 파괴가 코로나19나 기후변화를 불러왔다고 비로소 인식했거든요. 그런데 코로나19가 종식되자 그때 가졌던 경각심이 완전히 사라진 것 같아요.” 안타까운 마음에 그는 대구환경교육센터에서 탄소중립강사과정을 수료한 뒤 환경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전희택 대표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라는 광고처럼 전희택 대표의 제로웨이스트 선택은 그의 인생을 뒤바꿔놓았다. 누구는 일을 먹고 사는 수단으로, 또 다른 이는 경쟁에서 이겨 위로 올라가는 과정으로 여긴다. 하지만 전희택 대표에게 일(제로웨이스트)은 소명처럼 느껴졌다. 그렇지 않고서야 제로웨이스트 전도사를 자처한 그의 삶을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누구나 편하게 와서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가게, 그러면서 제로웨이스트를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우는 <제로웨이스트샵 예쓰>가 되길 전희택 대표는 학수고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