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world : 한국수자원공사 웹진 2024. APR VOL.673

ON the world

강으로 흘러 들어
다시 태어나는 도시, 도쿄

‘봄날의 도쿄’하면 벚꽃이 흩날리는 강가와 피크닉을 즐기는 공원 풍경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벚꽃 잎 떨어지는 칸다가와 강물에 은어가 살고 있는 것을 아는지. 도쿄 물재생센터에서 깨끗하게 정화한 물이 강으로 방류되는 덕분이다. 벚꽃비 내리는 봄, 도시 곳곳에 청정의 강이 흐르고 꽃이 피어나는 도시, 도쿄를 거닐며 마천루와 강, 공원이 조화를 이루는 풍경을 만나보자.

글. 우지경(여행 작가) 사진. 편집실





하수처리수로 새로운 수원을 창출하는 도쿄

일본은 연간 140억 8,000만㎥의 하수처리수 중 1억 8,700만㎥, 약 1.3% 정도를 재이용하고 있다. 자연수원 고갈로 인해 물 재이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일본 또한 물 재이용이 ‘제2의 물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곳이 바로 도쿄다. 하수처리수를 물 부족 문제 해결 솔루션 중 하나로 인식하고 관련 정책을 다양하게 추진 중인 것. 하수도는 오수를 처리해 도시 생활환경을 쾌적하게 만들고, 빗물을 신속히 흘려보내 침수를 막는다. 그런 의미에서 도쿄 하수도국은 하수처리장을 ‘물재생센터’라고 부른다. 이곳은 오염된 물을 깨끗하게 정화해 하천이나 바다로 되돌리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처리된 물을 빌딩의 화장실 용수로 이용하는 등 사용된 물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한다.
현재 도쿄 23개구, 13개의 물재생센터가 있는데 그중 오치아이 물재생센터는 신주쿠 부도심에서 가까운 물재생센터다. 이곳에서 처리된 물 중 일부는 도쿄를 대표하는 강인 칸다가와에 방류된다. 칸다가와는 벚꽃 시즌 수많은 여행자들이 벚꽃놀이를 위해 찾는 강가이자 수질이 좋기로 유명한데 1992년부터는 은어가 돌아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칸다가와 강


몸소 경험하는 물의 재탄생, 오치아이츄오 공원

오치아이츄오 공원


도쿄 내 위치한 물재생센터는 일반인들이 하수를 친밀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홍보 시설도 갖추고 있다. 누구나 물재생센터를 통해 실제로 하수가 어떻게 정화되는지, 하수처리 시설을 견학할 수 있도록 한 것. ‘도쿄도 무지개 하수도 전시관’은 도쿄도 하수도국이 운영하는 하수도를 주제로 한 대표적인 홍보 시설이다. 평소에 들어가 볼 수 없는 하수도관과 펌프실, 물재생센터가 생생히 재현돼 있어 어린이들의 현장 실습 장소로 인기다. 2013년에는 실물 크기의 하수도관과 물재생센터를 재현하는 등 볼거리를 더욱 강화했다. 전시를 관람하면서 태블릿 단말기를 통해 하수도의 구조 등에 관한 퀴즈도 풀어볼 수 있다.
물처리시설 상부를 이용해 조성한 ‘오치아이츄오 공원’도 시민들에게 인기다. 공원 내 수로와 연못에는 하수를 정화한 물이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른다. 또 물처리시설의 상부 공간에 어린이 광장을 조성했을 뿐 아니라 공원 내에 야구장과 테니스 코트도 갖추었다. 매년 여름 열리는 ‘오치아이 여름 축제’도 이곳에서 열린다.


올 봄에는 벚꽃 길만 걸어요

신주쿠 교엔 공원


서울의 강남과 여의도를 한데 모아놓은 것 같은 신주쿠는 도쿄 교통의 요지이다. 신주쿠역 하루 이용객만 약 350만 명으로 전 세계에서 하루 이용객 수가 제일 많은 역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동쪽의 신주쿠 공원에서 서쪽 도쿄 도청 사이에 이세탄 백화점, 오다큐 백화점, 마루이, 빔스 재팬, 키노쿠니야 서점 등 쇼핑몰과 명소가 빼곡해 지루할 틈이 없다. 빌딩 숲 속 허파 역할을 하는 신주쿠 공원은 일본 정원, 영국식 정원, 프랑스식 조경 정원 등 다채로운 볼거리가 있다. 4월이면 벚꽃이 만개해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도쿄의 벚꽃 명소이기도 하다. 신주쿠 서쪽의 랜드마크는 도쿄 도청이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단게 겐조가 설계한 건물로 유명하다. 제1청사, 제2청사, 도의회 의사당 3개 동으로 구성돼 있는데 제1청사 45층에 누구에게나 열린 전망대가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 오르면 도쿄의 스카이라인을 감상할 수 있다. 청명한 날에는 후지산까지 보인다.


도쿄 도청


신주쿠역


언제나 번화한 거리, 시부야의 에너지

신주쿠와 더불어 도쿄 3대 부도심으로 꼽히는 시부야는 도쿄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JR시부야 역 앞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로 유명하다. 5개의 횡단보도가 교차하는 도로 위, 최대 3천 명이 건널 수 있다. 하루에만 50만 명이 교차로를 건넌다고. 시부야역 맞은 편 큐프론트 건물에 자리한 스타벅스나 JR시부야역과 케이오 전철 시부야역 연결 통로는 수많은 인파가 길을 건너는 광경을 보기 좋은 명당자리로 인기다.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의 미야시타 파크도 피크닉을 즐기기 좋은 장소다. 1층부터 3층은 쇼핑과 식도락을 즐길 수 있는 상업 시설이고, 4층에는 잔디 광장과 암벽 등반 시설을 갖춘 구립 미야시타 공원이 자리한다. 미야시타 파크 산책 후엔 파르코, 도큐 핸즈, 로트프 등 쇼핑몰을 둘러보기도 좋다.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하라주쿠의 활기와 네즈 미술관의 고요를 한 번에

하라주쿠에서 오모테산도까지 걷기 좋은 길이 이어진다. 하라주쿠 역 옆 요요기 공원은 봄이면 벚꽃나무 아래 돗자리를 깔고 벚꽃 소풍을 즐기는 피크닉 명소로 이름이 났다. 요요기 공원은 크게 A지구와 B지구로 나뉘는데 A지구 중앙에는 분수와 호수가 있으며, 호수를 중심으로 벚꽃, 매화, 장미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하라주쿠를 지나 오모테산도로 오면 건물 자체가 작품인 네즈 미술관을 마주할 수 있다. 토부 철도 사장을 지낸 실업가 네즈 가이치로의 소장품을 전시하기 위해 만든 사립 미술관이다. 네즈 가이치로가 일본, 중국, 한국에서 수집한 고미술품도 볼거리지만, 도쿄 올림픽 경기장 설계를 맡은 구메 겐고가 디자인한 본관과 정원이 신비로운 매력을 뿜어낸다. 기다란 미술관 통로 옆으로는 대나무 숲이 펼쳐지고, 전시장 통유리 밖으로 내려다보이는 정원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도쿄 여행의 끝, 고요한 정원에서 쉼표 같은 시간을 누려보자.

요요기 공원


네즈 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