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전한 지구
스치듯 지나가는
봄의 흔적
글. 이경민 전자신문 기자
3월 중순 한낮 서울의 기온이 15℃까지 오를 만큼 완연한 봄이 다가왔습니다. 동네 어귀마다 봄의 전령사인 산수유가 노란 꽃을 피웠고, 매화와 영춘화, 개나리가 곳곳에서 꽃망울을 터뜨립니다. 봄의 절정을 알리는 벚꽃도 예년보다는 조금 이른 3월 말 남쪽에서부터 개화를 시작했습니다.
한반도의 봄은 평균 3월 중순에 시작해 5월 25일경까지라고 합니다. 그러나 지속된 기후 변화로 인해 평균 기온이 상당히 오르는 탓에 봄꽃의 개화 시기도 지역에 따라 평년보다 5~6일가량 앞당겨졌습니다. 남쪽의 대표적인 벚꽃 축제 장소 중 하나인 화개장터도 올해에는 다소 이른 시기인 3월 22일에 축제를 개최했습니다. 아울러 5월도 봄이 아니라는 소리를 듣곤 합니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기상학적 기준은 일평균 기온 20℃ 이상인데요. 5월의 낮 기온이 18~19℃에 이르며 여름 못지않게 덥다 보니 봄이 짧아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한반도의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는 현상은 2010년대 중반부터 이상 고온이 잦아지면서 체감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기상청의 기록에 따르면 중부지방에서는 2월 말~3월 초, 남부지방은 2월 중하순에 봄이 시작되는 경우도 잦아졌습니다.
당연히 봄이 끝나는 기간도 당겨졌습니다. 5월 10~20일 무렵이면 봄이 끝나가는 것이죠. 1994년, 1998~1999년, 2001~2005년, 2014~2018년, 2021~2023년 등 잦은 범위 내에서 이상 고온 현상이 매우 심해져 4월부터 더위를 보인 적도 더러 있습니다.
특히 2016년 4월에는 꽃샘추위가 거의 없었습니다. 서울의 최저 기온이 5℃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으니까요. 4월 24일까지는 뚜렷한 더위가 나타나진 않고,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봄 날씨를 보였습니다. 삼한사온의 의미는 사라진 채 말이죠. 2010년대 중반부터는 이상 고온이 잦아져 전국적으로 2월 하순에 봄이 시작된 기록이 있습니다.
기상 전문가들은 봄과 가을이 짧아진 원인을 지구의 온실효과와 엘니뇨 현상, 도시의 열섬현상을 들어 얘기합니다.
엘니뇨 현상이란 해수가 온난화되는 현상입니다. 페루와 칠레 연안에서 나타나 동태평양 일대의 수온이 올라가는 것을 뜻합니다. 안 그래도 더운 여름에 물의 온도까지 올라가니 더 더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도시의 열섬현상은 산업의 발달로 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공장에서 사용하는 열과 전기, 난방시설 혹은 에어컨 실내기에서 나오는 열, 자동차 배기가스 등으로 인한 인공적인 열의 발생으로 인해 도심 지역이 주변보다 온도가 3~4℃ 정도 더 높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러한 요인은 한반도의 전체 기온을 상승시키고 점차 봄과 가을이 사라지게 만듭니다. 무더운 여름과 기온이 상승한 겨울만 남게 되는 것이죠. 물론 이는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 1년간 전체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처음으로 1.5℃를 넘어선 사실이 유럽에서 관측됐습니다. 1.5℃는 국제사회가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약속한 ‘마지노선’입니다. 결국 지구가 점점 뜨거워져 사람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는 얘기입니다.
이유는 단연, 환경오염 때문입니다. 사막화, 온실가스의 증가로 인한 오존 파괴 등인데요. 앞으로 더 더워지거나 추워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구를 위하는 환경을 절실히 생각할 때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 가솔린차 덜 타기, 일회용 플라스틱 안 쓰기 등 지구온도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천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