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지구
‘바다의 애물단지’ 해파리
이대로 괜찮을까?
📝글. 이유종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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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에도 어김없이 해파리가 찾아왔습니다. 해파리는 대부분 독이 있는 촉수를 가지고 있는데요. 이 독은 사람에게 매우 치명적입니다. 해파리에 쏘이면 회초리로 맞은 듯한 발진과 통증, 가려움증이 나타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구역질, 구토, 설사, 복통이 발생할 수도 있고 심하면 혈압저하, 호흡곤란, 의식불명,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죠. 전 세계에서 상어가 공격해서 죽는 사람보다 해파리 독에 죽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해파리 쏘임 사고도 늘고 있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전국 해수욕장 개장 이후 7월 5일까지 접수된 해파리 쏘임 사고는 총 2,989건입니다. 폭우 등으로 관광객이 줄어든 2023년(753건)을 제외하면 2021년 2,434건, 2022년 2,694건보다도 늘었습니다.
국내 연안에서 발견되는 해파리 종류는 다양합니다. 독성이 있는 것만 9종류로 노무라입깃해파리, 유령해파리, 커튼원양해파리, 야광원양해파리, 작은상자해파리 등이 있습니다. 노무라입깃해파리는 최대 길이가 2m, 무게는 150kg에 달하고 개체수가 많습니다. 이런 대형 해파리들은 그물에 걸려도 점액질을 분비하며 죽기 때문에 같이 걸렸던 물고기의 상품성을 떨어뜨리기 마련입니다. 수입이 5분의 1로 떨어졌다는 어민들의 볼멘소리도 나왔습니다. 해수욕장 피서객들은 언제 쏘일지 몰라 걱정하고 있습니다. 올해 7월 기준 제주와 남해 연안에서 출현한 노무라입깃해파리는 바다 1ha(1만㎡)당 108마리입니다. 가로세로 10m 면적마다 1마리가 넘게 있다는 의미인데요. 지난해(0.3마리)의 약 360배에 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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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해파리는 왜 이렇게 많아지고 있는 것일까요. 한반도 주변 바다의 표면층 온도는 2020년대 평균 18.2도였습니다. 2070년에는 20도를 넘긴 뒤 2090년대에는 21.7도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통상 20도를 넘기면 ‘열대 바다’로 분류됩니다. 열대성 어종인 해파리는 ‘바다의 온도계’라고 불릴 정도로 온도에 민감한 생물입니다. 기후변화로 바다 온도가 상승하다 보니 해파리도 한반도 주변에 몰리고 있습니다. 해파리는 보통 7월 정도에 한반도 연안에서 발견됐는데, 올해는 5월부터 해파리 특보가 내려질 정도로 눈에 띄게 많아졌지요.
과연 온도 변화만이 해파리를 유입시킨 원인일까요. 전 세계적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해파리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연안 개발과 오염 물질 방류로 바다에 영양분이 넘치게 공급되면서 해파리의 먹이인 플랑크톤이 매우 빠르게 번식했습니다. 해파리의 먹이가 풍부해지자 개체수가 빠르게 늘기 시작했죠. 해파리의 유생(변태하는 동물의 어린 것)인 ‘폴립’은 어딘가에 달라붙어 성장하는데, 제방 등 해양 인공구조물이 많아지며 번식이 쉬워졌습니다. 이 밖에도 개복치, 쥐치류 등 포식자 감소도 증가 요인입니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습니다. 수산업과 국가기간시설 피해 등 경제적 피해액은 연간 수천억 원으로 추산됩니다.
그렇다면 해파리를 달리 활용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일단 해파리는 먹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숲뿌리해파리로 식용이 가능합니다. 노무라입깃해파리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 원료로 인정했고 촉수를 제거하면 먹을 수 있습니다. 다만 염장 과정을 거쳐야 하는 등 제약이 많아 식용으로 상품화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해파리 독에서 관절염과 당뇨병, 치매를 억제하는 물질을 발견했습니다. 해파리에 풍부한 콜라겐을 추출해 화장품 원료를 생산할 수도 있습니다. 해파리 활용에 관한 연구가 아직 활발한 편은 아니지만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면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쓰일 수 있을 겁니다. 이처럼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해파리가 앞으로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