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수토픽

응답하라 1974

📝글. 조수빈  /  📷사진. 황지현

최재원 대리, 금소라 과장, 윤여울 과장,
홍진희 대리, 정이현 대리, 이상현 대리

시간여행자들의 정동 견문록

<물, 자연 그리고 사람>에서는 대전 이전 당시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온 힘으로 만든 대전과의 인연’ 시리즈를 기획, 4편에 걸쳐 선배님들의 기억 저편에 잠들어 있던 추억을 깨워보았다. 하지만 지금 한국수자원공사에 근무 중인 직원 가운데 서울 정동 시절을 기억하는 이는 없다. 지방 이전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도 지방 이전 최초의 공기업이라는 자부심도 지금의 직원들에겐 모두 50년 전의 이야기일 뿐,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일 것. 이에 직접 시간여행을 떠나 보기로 했다. 50년을 거슬러 1974년, 정동에 도착한 한국수자원공사 홍보대사 6인. 정동에서의 시간여행 속으로 출발!

1974년 10월 15일 대전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한국수자원공사의 보금자리는 서울 정동이었다.
7년 동안 셋방살이했던 그 건물에는 현재 카페와 사무실이 자리 잡고 있다. 50년 전 우리 직원들로 북적였던 것처럼 그곳은 여전히 점심시간이면 직장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 응답하라, 여기는 1974년
    정동이다

    대전 사옥으로 이전을 앞두고 정동으로 출근하던 마지막 날, 50년 전 그 날 그 거리로 타임머신을 맞추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정동 돌담길. 여기가 정말 50년 전이라고? 길을 따라 늘어선 가로수에서 세월의 향기가 바람을 타고 짙게 풍겨오는 걸 보니 제대로 도착한 듯했다. 역시나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는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산책을 즐기는 직원들이 보였다.
    “우리가 50년 전에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면, 지금 이 풍경이 내 모습이었겠지?” 싶은 생각이 들어 괜히 마음이 울렁였다. 쾌활한 직장인들의 모습을 보니 어쩌면 지금 우리네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도 했다. 하나 다른 점이라면 공중전화 부스 앞에 긴 줄이 이어진 모습. 하지만 “어이 거봐. 점심시간 끝나간다고~”라며 재촉하는 소리를 들으니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점심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건 똑같은 모양이었다.

    점심시간이 끝나 헐레벌떡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다른 직원들이 먼저 이삿짐을 싸고 있다. 이제 진짜 대전으로 가야한다니 직원들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서울에 사는 가족들은 어쩐담.”이라며 고민에 빠진 직원도, “회사가 간다는데, 어쩌겠어.” 하는 직원도 사실 마음이 무겁기는 매한가지였을 것. 이삿짐을 싸며 그간 해온 업무들을 찬찬히 살펴보는 선배들의 손길이 느려졌다.
    괜히 눈시울이 붉어지는 듯한 선배님들도 있다. 이곳에서 7년간의 생활을 되돌아보니 “정이 참 많이 들었는데.” 싶으셨을 거다. 그렇게 1974년 10월 15일. 한국수자원공사 정동의 역사는 막을 내렸다. 정동을 떠나는 선배님들의 발걸음에서 아쉬움과 동시에 새 출발에 대한 설렘이 함께 느껴졌다.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니까.

윤여울 과장
당황스럽긴 하지만 어쩌겠어요. 불만을 털어놓으면 직원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분위기만 퍼질 뿐, ‘왜 하필 우리가 제일 먼저?’라는 속마음은 일단 삼켜 두고, 이전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먼저 정리해야겠죠?

정이현 대리
아니 잠깐만요. 혹시 ‘T’세요? 제 가족도,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도 다 서울에 있는데, 갑자기 대전이라뇨(ㅠㅠ).

홍진희 대리
‘지방 이전’이라는 큰 사안에서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니, 애사심이 생길 것 같은데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했으니, 대전의 맛집을 찾아볼 것 같아요. 딱 기다려 대전~!

  • 정이현 대리
    설마 회사가 제 돈을 떼먹겠어요? 신뢰로 간다!

    윤여울 과장
    일단 어디 보자... 차용증을 어떻게 쓰더라...

    금소라 과장
    안그래도 사옥 이전으로 직원들과 가족들을 설득하느라 힘든데, 사옥 계약금 마련이라니(ㅠㅠ). 직원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주는 것 아닐까요?

    이상현 대리
    잘 생각해 보세요. 이번 일만 잘 해결하면 높은 자리까지 프리패스 아닐까요?(야망)

  • 이상현 대리
    초호화라니 일단 살고 봐야죠. 지금도 직원 10명 정도와 한 건물에 살고 있는데, 공짜도 초호화도 아닌 사택이지만 만족하는걸요?

    금소라 과장
    저는 퇴근 후엔 오로지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최재원 대리
    초호화? 사장님과 같이 살아도 사택으로 가겠습니다.

금소라 과장
가만히 있으면 누가 알아주나요. 자기PR의 시대에 여기저기 알리는 게 미덕입니다.

이상현 대리
공감해요. 일단 메신저 프로필 사진부터 바꾸고, SNS에 올리고, 동네에 현수막도 걸어야죠. 또 빠진데 없나요?

윤여울 과장
에이, 그래도 회사가 저에게 준 역할이 아니었다면, 얻을 수 없는 영광이었을 테니 회사 공이 크죠.

홍진희 대리
살면서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영광인데 소문은 내야죠. 대신 회사의 지원 덕분이라고 꼭 덧붙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