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여지도

장흥이 숨겨둔
보물 같은 곳으로

산, 숲, 바다, 강… ‘장흥’ 하면 정말
‘풍경’뿐일까. 장흥은 팔색조의 매력을 가진 곳이다. 바다부터
저 멀리 섬까지 아우르는 전망대는 지친 심신을 달래주고, 작가와 지역민이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뭉친 곳에서는 새로운 영감이 끊임없이 떠오른다.
그런가 하면 세월과 함께 거닐고 있는 오래된 공간에서는 정갈한 멋도 발견한다. 장흥에 간다면 꼭 들러보아야 할 몇 가지 장소를 소개한다.

📝글. 조수빈  /  📷사진. 황지현

아브리
아뜰리에

  • 위치 전라남도 장흥군 장흥읍 건산서편2길 18-9
  • 운영 12:00~18:00, 매주 월요일 휴무
  • 문의 인스타그램(@abriatelier)
정혜숙, <A Girl WIth Odd Eyes>
일상 속 ‘예술’이라는 안식처

장흥고등학교 옆 야트막한 언덕길을 조금만 오르면 알록달록한 건물이 눈에 띈다. 대문 울타리부터 건물 외벽까지 아기자기하게 페인팅해놓은 이곳은 장흥의 유일한 갤러리 아브리 아뜰리에다. 프랑스 파리에서 미술을 전공한 김미진 작가가 운영하는 아브리 아뜰리에에서는 보다 다채로운 장르들의 예술을 경험할 수 있다.
매월 진행되는 기획 전시에서는 그림은 물론 설치미술, 음악, 퍼포먼스 등 장르를 넘나들며 동시대에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9월에는 온라인 갤러리인 ‘페이퍼 그라운드’와 협업한 <틀림없는 기도> 전을 진행 중이다. 마당 안쪽 공간은 김 작가의 작업실이자 공방인데, 이곳에서는 비정기적으로 체험 수업을 진행한다. 도자기, 유화 등 내 손으로 작품을 만들어 보며 예술에 흥미를 키워가는 기회이다. ‘아브리(Abri)’는 ‘안식처’, ‘쉼터’라는 뜻이다. 지역민들이 삶에 지칠 때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붙인 이름이다. 김 작가는 이 아담한 공간에서 퍼져나가는 작은 날갯짓이 장흥 곳곳에 예술의 꽃을 피우길 꿈꾼다. 문화사랑방에서 피어나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아브리 아뜰리에로 가 보자.

정혜숙, <A Girl WIth Odd Eyes>
  • 정남진
    전망대

    • 위치 전라남도 장흥군 정남진해안로 242-58
    • 운영 09:00~20:00, 매주 월요일 휴무
    • 문의 061-867-0399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장흥 풍경

    장흥의 랜드마크를 꼽으라면 ‘정남진 전망대’를 빼놓을 수 없다. 서울 광화문을 기점으로 정남쪽에 있는 곳이 바로 장흥의 ‘정남진’이다. 그러니 정남진 전망대에서 우리나라 남쪽의 풍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전망대로 걸어가는 길목의 통일광장에서는 한반도 모양을 한 바닥분수가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며 우리를 맞이한다. 시선을 조금 돌리면 ‘율려’라는 커다란 조형물이 있는데, 이 조형물은 정남진에서 바라본 둥근 모양의 바다를 상징하고 있다. 일출이나 일몰 때는 커다란 태양에서 뿜어 나오는 붉은빛이 원형의 조형물과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다음으로는 전망대 건물 안으로 자리를 옮겨 보자. 전망대는 총 10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하이라이트는 단연 꼭대기 층의 전망대이다. 통창으로 되어 있어 장흥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곳곳에 벤치가 놓여있으니 한참이나 바다를 바라보며 쉬어가도 좋다. 전망대를 떠나기 전 각 방향으로 놓인 망원경으로 정남진을 더 자세히 들여다 보자. 바다 건너 소록도, 금일도 등 섬들의 풍경과 선착장에 가지런히 정박한 작은 배들이 소담스러운 분위기를 더한다. 바다를 마음껏 감상했다면 한 층 아래에 위치한 카페에서 시원한 커피와 여운을 즐겨 보길. 전망대와 카페를 제외한 공간은 현재 리모델링 중이다. 올 연말 새로운 모습으로 문을 활짝 연다고 하니 기대해도 좋다.
    장흥 바다는 소리가 없다. 바람에도 잔잔한 물결만 그릴 뿐. 이 고요함 속에 시끄러운 마음들을 툭 던져두고 돌아오자. 장흥의 소리 없는 위로에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 문화당

    • 위치 전라남도 장흥군 장흥읍 장흥로 7-1
    • 운영 09:00~21:00
    • 문의 061-863-6666
80년, 긴 세월 장흥을 지키는 서점

장흥에는 서점이 딱 두 군데 있다. 그중 문화당의 역사는 장흥의 세월과 같이 걷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당이 처음 문을 연 건 지금으로부터 딱 80년 전, 1944년이다. 일제강점기 책이 귀했던 시절 동네 도서관으로 문을 활짝 연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문을 닫은 적이 없다. 그렇기에 문화당으로 들어서면 서가에 빼곡히 꽂힌 책에서 텁텁한 종이 냄새 대신 그윽한 세월의 향기가 먼저 느껴진다. 서점의 명맥을 이토록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창립자인 최인창 씨부터 3대째 운영 중인 최경석 대표 내외 부부까지 모두가 책에 진심이기 때문일 것이다.
문화당은 대형서점의 축소판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취급하는 책의 스펙트럼이 넓다. 구역은 딱 반으로 나뉘어 있다. 서점으로 들어서서 왼편으로는 독서 생활을 위한 일반 서적이, 오른편으로는 청소년들을 위한 참고서와 학습지 등이 있다. 그림책, 취미서적도 많을뿐더러 지금 가장 인기있는 베스트셀러까지 놓치지 않았다.
책의 바다 속에서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고민된다면 추천을 받아 봐도 좋다. 대표 내외의 최애 작가는 박완서 작가란다. 이어 『월든』, 『알로하, 나의 엄마들』 등 끊이지 않는 추천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이들이 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 서점과 대형서점, 북카페 등의 등장 속에서도 우직하게 지역민의 곁을 지키고 있는 문화당. 이곳에서 장흥의 역사는 오늘도 켜켜이 쌓여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