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열에너지를 잘 활용한 도시, 레이캬비크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레이캬비크(Reykjavik)는 친환경 도시다. 시민들은 공기와 물, 녹지 등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지키며 생활한다. 도심에 야생 서식처가 보존돼 있어 바다표범, 호박벌 등을 관찰할 수 있고, 때로는 집이나 정원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레이캬비크는 지열에너지를 가장 잘 이용하는 도시로 정평이나있다. 도시 건물의 약 95%가 지열발전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지역난방 시스템에 연결돼 있다. 이 때문에 난방용 석유가 연간 10만㎘나 절약되면서 대기가 맑고 청정한 도시로 유명하다.
이렇게 레이캬비크가 지열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이슬란드 남서쪽에 위치한 레이카네스 발전소 덕분이다. 이 발전소는 연간 약 100MW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지하 270m 지점에서 끌어올린 지하수로부터 섭씨 240도의 뜨거운 증기를 추출해 동력으로 쓴다. 증기가 빠져나가고 남은 물은 매우 뜨겁기 때문에 인근 바닷물을 섞어 식힌다. 온도를 낮춘 물은 케플라비크 국제공항이나 레이캬비크 등으로 보내져 온수로 사용된다.

지열을 활용한 인공 온천, 블루 라군

화산섬답게 아이슬란드에는 온천이 많다. 블루 라군(Blue Lagoon)은 케플라비크 국제공항 인근에 있는 온천으로 아이슬란드를 대표하는 온천이다. 여행객들이 아이슬란드에 도착하자마자 방문하거나 떠나기 직전에 들르는 관광지다.
블루 라군은 천연 온천이 아니라 인공 온천이다. 이는 지열발전이라는 아이슬란드의 난방 방식에서 기인한다. 레이캬네스 반도 용암지대에 위치한 스바르트셍기(Svartsengi) 지열발전소는 1970년대 아이슬란드에 처음으로 지열을 전력 생산과 난방에 모두 이용하기 위해 지어졌다. 그런데 뽑아 올린 뜨거운 지하수에는 다량의 미네랄이 포함돼 있어 건물의 난방용으로 적합하지 않았다. 이에 뽑아 올린 지하수로는 민물을 데워서 인근 지역의 난방에 활용했고, 사용하고 남은 지하수는 발전소 옆의 용암지대에 방류했다. 이 용암지대에 방류된 지하수가 암석층에 잘 스며들지 않고 주변에 점차 고이기 시작하면서 호수가 만들어졌다. 바로 블루 라군을 감싸고 있는 아름다운 호수의 정체다.
블루 라군의 원래 자리는 발전소 옆이었는데, 1999년 이후 현재의 위치로 옮겨 계속 확장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용암지대 사이를 산책하면서 호수의 신비로움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