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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해(中海)’라는 애칭이 잘 어울려요

‘충주호를 보았지만 충주호를 알지 못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오랜 시간 ‘내륙의 바다’라는 별칭으로도 불려왔고, 요즘에는 간간이 국토의 중앙에 있는 또 다른 바다라는 의미에서 ‘중해(中海)’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이 모든 이야기가 ‘충주호는 크다’라는 한 문장으로 귀결된다. 1985년 충주댐 건설로 생겨난 충주호는 그만큼 넓고 깊은 호수다. 여의도의 30배가 넘는 면적에 충청북도 충주시와 단양군·제천시까지 아우르는 규모니, 차로 물가를 따라 달리는 거리만 해도 100km를 훌쩍 넘는다.
규모만 독보적인 것이 아니다. 남한강의 좁은 물목을 막아 만든 충주호는 물길이 휘도는 굽이마다 다채로운 풍경을 펼쳐놓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구담봉과 옥순봉 같은 기암절벽부터 월악산을 비롯한 금수산, 비봉산 등 걸쭉한 산봉우리들이 호수에 몸채를 푹 담그고 있어 절경 아닌 곳이 없다. 그 깊고 푸른 산자락이 계명산(774m)에 닿아 또 한 번의 절경을 빚을 때쯤 호수는 충주댐의 본댐을 만나 비로소 에너지가 되고 식수며 농·공업용수가 된다.
물빛 푸른 충주호에는 요즘 물이 차란차란 넉넉하게 차올랐다. 가장자리쯤에 서서 가만히 들여다보면 바닥이 비칠 정도로 물이 맑다. 호수로 흘러드는 남한강 자체의 수질이 깨끗한 데다, 상류에 있는 덕천습지의 건강한 생태환경과 호수 곳곳에 있는 인공수초섬(또는 인공산란장) 등이 수질 개선에 한몫을 한 결과일 테다.

차로 또 배로 푸른 호수를 달려요

잔잔한 호수 위엔 주변 산봉우리들의 그림자가 자주 내려앉는다. 이런 풍경을 가장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호반 드라이브’다. 충주호 주변에는 호수를 끼고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호반도로가 여럿 있다. 충주댐 하류에서 제천으로 이어지는 532번 지방도와 수안보로 이어지는 531번 지방도, 수안보에서 제천의 송계계곡으로 이어지는 36번 국도 등이다. 충주댐을 기준으로 호수 왼쪽을 도는 532번 지방도는 오밀조밀하고 섬세한 풍경을, 오른쪽을 도는 36번 국도는 굵직굵직하고 우람한 풍경을 보여준다. 어느 방향으로 달려도 차창 밖으로 ‘한국 최고의 호안(湖岸)’으로 평가받는 충주호가 가깝게 보여 느릿느릿 달리는 재미가 좋다. 이 중 특별히 권할 만한 드라이브 코스는 두 구간이다. 충주시내와 충주댐을 잇는 계명산일주도로(531번 지방도)와 충주댐에서 서운리로 이어지는 지동로. 충주호를 옆에 두고 달리며 산 속 좁은 길과 작은 마을들을 지나는 지동로가 호젓한 맛으론 한 수 위다.
충주호를 보다 가까이에서 만나고 싶다면 유람선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충주나루에서 유람선을 타면 한 시간가량 단풍 내린 호수의 낭만을 유유자적 누빌 수 있는데, 선상 뱃머리에서 맞는 가을바람이 꽤나 운치 있다.

걸어야 볼 수 있는 풍경들이 있습니다

여행에서 속도와 높이는 중요하다. 속도를 늦추면 풍경이 보다 세밀해지고, 고도를 높이면 전망이 한층 시원해진다. 충주호 주변에는 호수를 보다 가깝게 만나는 도보 길과 보다 넓게 만나는 전망대가 있다. 대미산 자락에 있는 악어봉과 충주댐 인근에 있는 심항산은 후자다. SNS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악어봉은 이름 그대로 ‘악어 떼가 우글우글한 풍경’ 앞에 설 수 있는 곳이다. 그동안 야생생물보호구역으로 탐방이 금지돼 아는 사람만 비밀스레 오가던 곳이었는데, 향후 탐방로가 열리면 누구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예정이다. 악어봉까지 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 ~ 40분이며, 경사가 가팔라 등산화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충주에서 하룻밤을 묵는다면 심항산(385m)도 필수 탐방 코스다. 충주의 일출 명소로 꼽히는 심항산은 운해마저 빨갛게 타올라 호수를 휘감는 장면과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 ~ 30분이며 세 개의 탐방로가 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삼면이 호수인 심항산의 둘레를 한 바퀴 걸어 휘도는 종댕이길 1구간도 걸어볼 일이다. 충주호를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할 수 있는 최적의 코스로, 숲은 깊고 길은 완만해 가을 낭만을 누리기 좋다. 특히 귀로도 풍경을 들을 수 있을 만큼 호젓한 점이 매력 있다. 도토리 툭툭 떨어지는 소리부터 충주호가 물결치는 파도소리까지 들으며 걸을 수 있어 금상첨화다. 둘레길을 한 바퀴 걸어 순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30여 분이며, 종댕이길을 통하면 충주댐까지도 걸어갈 수 있다.

여행고수가 알려주는 여행지 이야기
  • 탄금대

    소설가 김훈은 대숲을 ‘악기의 숲, 무기의 숲’이라고 했다. 피리가 되기도, 활과 화살이 되기도 하는 대나무의 쓰임을 두고 한 말이다. 이 표현에 빗대 보면 탄금대야말로 ‘악기의 터, 무기의 터’다. 탄금대는 가야국의 악성 우륵이 가야금을 타던 ‘악기의 공간’이자 임진왜란 당시 신립 장군이 왜군과 맞서 싸우다 순절한 ‘무기의 공간’이다. 충주가 품은 양면의 역사를 한자리에서 보고 싶다면 탄금대가 답이다.

    주소 충청북도 충주시 탄금대안길 33

    문의 043-848-2246

  • 활옥동굴

    폐광된 활석동굴을 관광지로 꾸며 ‘핫플’이 된 곳이다. 주요 체험 테마는 ‘빛’이다. 넓고 긴 갱도에 알록달록한 빛과 아기자기한 조형물이 가득해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동굴 속 맑은 호수에서 투명 카약을 타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탑승객이 패들을 직접 젓고 스스로 속도를 조절해 훨씬 재미있다. 사계절 한낮 기온이 13 ~ 15도로 일정해 이 계절엔 동굴 내부가 따뜻하고 한여름엔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주소 충청북도 충주시 목벌안길 26

    문의 043-848-0503

  • 건지마을

    최근 SNS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한 충주의 일몰 명소다. ‘한반도 지형’을 연상케 하는 ‘S자’ 형으로 물길이 유려하게 휘어져, 낮에도 밤에도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특히 일몰과 야경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시간대의 풍경이 압권이다. 다만 포장도로지만 급경사라 운전에 주의가 필요하고 주위 주차공간이 협소해 포토존(전망대) 아래 주차장에 주차한 후 5분 정도 걸어 이동하는 것이 안전하다.

    주소 충청북도 충주시 동량면 조동리 8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