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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경상북도 울진군과 강원도 삼척시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의 흔적은 반년 넘게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당시 산불은 214시간 넘게 이어졌죠. 2만 923ha, 여의도의 72배에 달하는 면적이 불탔습니다. 지난 2019년 식목일을 전후로 강원도 고성군과 속초시 일대에서 대형 산불이 일어난 지 불과 2년 만에 인근 지역에 또다시 큰 화마가 덮친 겁니다.

아름다운 산과 이 산을 구성하는 산림이 우거진 백두대간. 이를따라 난 7번 국도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산과 바다를 함께 바라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우리나라의 주요 산불 역시 7번 국도를 따라 집중됐습니다. 2020년 기준, 전국 산불 피해 면적의 96%가 강원도, 경상북도, 울산광역시에서 발생했습니다. 2019년엔 전국 산불 피해 면적의 87%가 강원도 한 곳에만 집중됐었고요. 평소엔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산이지만, 기후변화 속 속수무책 화재 피해를 입은 것 역시 산인 셈입니다. 최근 10년간 산불 발생 건수와 피해 면적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왜 산불 위험의 증대로 이어지는 것일까요? 기후변화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대략 그 이유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전 지구 차원의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나라의 기온은 오르고, 강수량은 늘어나지만, 강수일수는 줄어들 전망입니다. 다시 말해 ‘비가 퍼붓는 날’뿐 아니라 ‘비가 아예 내리지 않는날’도 덩달아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당장 지난 4월 산불에 앞서서도 이러한 전조증상은 뚜렷했습니다. 2021 ~ 2022년 겨울철 전국 강수량은 13.3mm로 역대 최저였습니다. 평년보다 무려 75.7mm나 적었습니다. 이 기간 전국 강수일수도 평년보다 7.8일 적은 11.7일로 역대 가장 짧았습니다. 반면 지난겨울 전국의 일조시간은 605.5시간으로 역대 가장 길었고요. 특히 강원도 영동지역과 경상북도의 올해 1 ~ 2월 강수량과 강수일수는 10년새 최저 수준이었습니다. 이에 3월 초부터 기상청은 계속해서 대형산불의 위험성을 강조해왔어요. 하지만 당장 불길이 일기 전까진 아무도 이 경고에 귀 기울이지 않았죠.

앞으론 상황이 더 심각해질 전망입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평균기온이 1.5℃ 오르면 우리나라에서의 산불발생 위험성은 8.6%, 2℃ 오르면 13.5%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산불을 조심해야 하는 기간도 더 늘어납니다. 지금은 주로 봄과 가을철 산불조심기간이 운영 중입니다만, 앞으로는 초겨울, 초여름까지도 대형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죠. 자칫 ‘비상 체제’의 상시화가 불가피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온실가스 감축’은 당연한 일이지만, ‘건강한 숲 가꾸기’ 역시 우리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일 중 하나입니다. 나뭇가지가 꺾여 떨어지고, 솔방울이나 나뭇잎이 숲 사이사이 쌓이는 것은 자연의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이를 바이오매스(Biomass)라고 부르죠. 하지만 인간의 욕심이 부른 기후변화는 이 바이오매스가 ‘거름’이 되기보다는 ‘땔감’이 되도록 만듭니다. 건조한 날씨에 구석구석 두툼히 쌓인 바이오매스는 숲과 숲 사이, 산과 산 사이, 산불이 옮겨붙는 것을 부추기게 되죠. 좁은 영역만 불타고 끝날 산불도 더 확산할 수 있는 겁니다.

지난달 글에서 ‘수자원’과 ‘수재해’의 한끗 차이를 이야기한 것처럼, ‘거름’과 ‘불쏘시개’ 역시 한끗 차이인 셈입니다. 물론 우리 인간이 인위적으로 숲 가꾸기를 하는 행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산불 예방’과 ‘산림 파괴’ 또한 한끗 차이이기 때문입니다.

게재된 글은 K-water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