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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막지한 초강력 한파가 온갖 기록들을 갈아치우려 한다. 도대체 ‘지구 온난화’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아름다운 미국 중서부에서 체감온도가 화씨 영하 60도까지 떨어지면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앞으론 이보다 더 추워질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사람들이 불과 몇 분 밖에 있는 것 조차 견디기 어려울 정도다. 대관절 ‘지구 온난화’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제발 빨리 돌아와. 네(온난화)가 필요하다고!”

지난 2018년 11월과 2019년 1월, 지금은 트위터 계정이 영구 정지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올렸던 트윗입니다. 지구가 뜨거워진다더니 강추위가 웬 말이냐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가 기후 ‘변화’라고 부르는 거다”라고 비판하는 트위터 이용자들도 있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트윗에 ‘공감하기(하트)’를 누른 이 역시 상당히 많았습니다.

올겨울, 강추위가 찾아올 거란 전망이 세계 각지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 2019 ~ 2020년, 역대 가장 포근했던 겨울과 2020 ~ 2021년, 칼바람과 폭설을 퍼부은 겨울에 이어 이번 겨울도 ‘겨울다울’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이런 추위 속에서 기후변화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갑작스러운 한파를 이야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북극 제트(한대전선 제트기류)입니다. 북극 인근 고위도에 위치한 이 제트기류는 극지방의 찬 공기를 가둬두는 역할을 합니다. 겨울철 카페나 매장에서 볼 수 있는 ‘에어커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죠. 북극의 기온이 낮을수록 이 제트기류는 더 강력하게 찬 공기를 가둡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북극의 기온이 오르면 이 제트기류는 힘을 잃게 됩니다. 힘을 잃은 기류는 결국 점점 중위도 지역까지 내려오게 되죠. 지난겨울, 매서운 ‘북극발 한파’가 찾아왔을 때에도 이 제트기류는 한반도 부근까지 내려왔습니다. 이때 제트기류가 가뒀던 찬 공기 역시 함께 내려옵니다. 북극의 입장에선 ‘평년보다 높은 온도’겠지만, 우리나라의 입장에선 ‘초강력 한파 수준의 온도’입니다.

마찬가지 상황에서 ‘한겨울 반팔을 꺼내 입은 사람들’을 소개하는 해외토픽을 뉴스로 접한 분들도 있을 겁니다. 이 제트기류는 힘이 쌩쌩할 때엔 수평으로 바른 모양에 가깝지만, 힘이 빠질수록 남북으로 물결치듯 흐릅니다. 뱀처럼 움직인다고 해서 사행(蛇行)이라고도 부릅니다. 구불구불한 제트기류의 흐름 속에서 제트기류가 남쪽으로 내려온 지역에는 한파가, 북쪽으로 올라간 지역에는 이례적인 고온 현상이 나타납니다.

오늘의 날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너무도 많습니다. 앞으로의 계절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 또한 차고 넘치죠. 어제의 폭염을, 내일의 한파를 이야기할 때 ‘전적으로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하기 어려운 겁니다. 다만 이렇게는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합니다. ‘기후변화로부터 자유로운 기상 현상은 거의 없다’라고 말이죠.

게재된 글은 K-water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