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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산이 어우러진 횡성댐

이맘때는 어디든 풍경이 단조롭다. 횡성도 마찬가지다. 산도 물도 길도 제 속을 온전하게 드러내 치장이라곤 없는 모습이다. 때때로 서리꽃 피고 가끔 눈 내려 꽃 핀 듯 찬란해지지만, 대체로 투박한 생김생김을 무채색 그대로 내보여 스산하다.
하지만 여기, 눈이 없어도 서리꽃이 없어도 반짝반짝 빛나는 무채색의 겨울 여행지가 있다. 횡성 가운데 오목하게 들어앉은 횡성호다. 지난 2000년 횡성댐이 조성되면서 만들어진 횡성호는 작지만 제법 근사한 풍경 여럿을 거느린 호수다. 그중 큰 산 여러 개를 통째 품어 안은 듯 아름다운 반영이 이곳 풍경의 정수다. 수면이 거울처럼 매끄러워 바람조차 온전하게 쉬어가는 느낌이랄까. 덕분에 호수도 사람도 소란이란 낱말을 까맣게 잊곤 한다.
댐은 갑천면 대관대리에 있다. 높이 48.5m 길이 205m로 조성된 다목적댐으로, 9천만 여 톤(총 저수량)에 이르는 물로 원주·횡성 지역에 용수를 공급하고 수력발전을 하며 홍수조절을 한다.
댐 정상을 비롯한 주변부를 산책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댐 정상에서 팔각정과 수림공원·물문화관을 거쳐 다시 댐 정상으로 돌아오는 2.5km 구간(약 1시간 소요)의 등산코스(난이도 중)가, 횡성호의 둘레를 이어 걷는 횡성호수길 1구간에 포함돼 있어 댐을 보며 걸을 수 있다.

숨겨진 듯 한갓진 포동습지

호수는 때로 겨울만의 것으로 특별해진다. 새벽 특유의 빛깔로 고유해지기도 하고, 날것 그대로 드러나 오묘해지기도 한다. 횡성호 상류에 있는 포동습지가 특히 그렇다. 포동습지는 포동1리와 2리 사이에 드넓게 형성된 자연습지다. 최근 환경부가 선정한 우수습지 중 한 곳으로, 버드나무며 갈대 같은 수생식물이 빽빽하게 자란다. 요즘처럼 일교차가 큰 겨울날 아침이면 이 ‘숲인 듯 호수인 듯’ 이채로운 곳이 뽀얀 물안개로 뒤덮인다. 연기처럼 퍼지고 구름처럼 고여, 어딘가는 짙고 어딘가는 옅어 매혹적이다. 그러다 한 번씩 새벽 기온이 부쩍 낮은 어떤 날엔 이 물안개 포자들이 나뭇가지에 엉겨 붙어 반짝반짝 빛나는 서리꽃이 된다. 호수를 에두른 소로(포동리 산책로)를 따라 산책을 즐기면 습지 특유의 풍광을 좀 더 세밀히 살필 수 있다. 코스는 포동교에서 포동2교 부근까지 2km가량이다. 아직 알려지지 않아 횡성호 주변 어디보다 한갓져 고요히 걷기 좋다.

시리도록 투명한 횡성호수길

횡성호는 겨울에 한층 투명해진다. 물가에 동그마니 앉아 가만히 들여다보면 커다란 물고기의 등지느러미가 보이고, 바닥의 높낮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 맑은 호수에 바람까지 적으니 수면이 거울처럼 투명하다. 덕분에 호수엔 늘 높고 낮은 산들이 가득하다. 마치 물에서 산이 자라고 또 나무가 자라는 것처럼 말이다. 아니, 무채색의 산천이 수면에서 어른거리니 아침부터 한낮까지 반짝댄다. 겨울에도 횡성호가 여전히 찬란한 건 이 때문이다.
횡성호에서 이토록 또렷한 데칼코마니를 만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횡성호수길을 걷는 것이다. 2011년 가을에 개통한 횡성호수길은 6개 구간 31.5km 길이로 조성됐다. 1.5km 길이의 3구간(1시간 소요)이 가장 짧고, 9km의 5구간(3시간)이 가장 길다. 이 중 A·B코스로 구성된 5구간이 가장 인기 있다. 6개 구간 중 난이도가 제일 낮은 데다, 원점으로 되돌아올 수 있는 유일한 코스여서다. 여기에 호수에 바투 붙어 흐르는 길의 매력까지 더해져 금상첨화다.
본래 호반길은 호수의 가장자리를 따라 돌기 마련인데 이 길(B코스)은 특이하게도, 호수의 품 안을 구불구불 걷게 되어 있다. 호안도 구불구불하고 길도 구불구불하고 풍경도 구불구불해, 사람마저 구불구불 따라 흐르는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불멍’의 시간처럼, ‘물멍’의 시간처럼 ‘내 마음’에만 푹 잠길 수 있다. 애써 다다를 곳이 어딘지 가늠하지 않아도 되니, 제 안의 마음 따라 느릿느릿 거닐기만 할 일이다.

여행고수가 알려주는 여행지 이야기
  • 풍수원성당

    숫자로 많은 것들이 설명되는 곳이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사제서품을 받은 정규하 신부가 1907년 준공한 곳이자 한국에서는 4번째, 강원도에서는 처음으로 건립된 성당이다. 하지만 이곳에선 이 모든 숫자를 잊어도 좋다. 풍수원성당은 채움보다 비움이 어울리는 곳이다. 본당 앞 키 큰 느티나무 아래, 또는 본당 내부 마루 위에 앉아 보내는 한때가 텅 빈 듯 고요해 마음이 푹 쉬어간다. 묵주동산으로 이어지는 ‘십자가의 길’도 고요해 걷기 좋다.

    주소 강원도 횡성군 서원면 경강로유현1길 30

    문의 033-342-0035

  • 안흥찐빵마을

    우리나라 최초의 휴게소 간식은 무엇일까? 안흥찐빵이라고 한다. 안흥찐빵은 국내산 팥을 솥에 삶아서 인공감미료 없이 찐빵 속을 만들고, 밀가루로 빵을 만든 후 하루 동안 숙성시켜 만든 횡성의 명물이다. 1960년대 만들어지기 시작해, 지금은 20여 개의 찐빵집이 줄줄이 늘어선 특화단지가 됐다. 인근에 있는 안흥찐빵모락모락마을을 찾으면 입맛뿐 아니라 찐빵을 직접 만들어보는 손맛까지 느낄 수 있다(예약 필수).

    주소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안흥로 27

    문의 033-340-2703, 2603

  • 국립횡성숲체원

    청태산의 7부 능선 즈음에 조성된 치유시설이다. 무려 해발 850m 지점에 자리해, 전국 어느 숲체원보다 맑고 푸른 것으로 입소문 났다. 그만큼 숲에 파묻혀 숲을 호흡하기에 좋다. 숲 체험 코스는 대략 5가지다. 이 중 탐방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는 1.4km 길이의 ‘데크길’이다. 숲을 따라 설치된 데크가 완만한 기울기로 해발 920m까지 이어져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 좋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이곳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종류의 숲 체험 프로그램(예약 필수)에도 참여해 볼 일이다.

    주소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청태산로 777

    문의 033-340-6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