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메뉴

‘함께’ 환경을 이야기하는 공간

무릇 공간엔 그 공간을 사는 사람의 마음이 담긴다.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도 배어들고, 취향과 애착도 스민다. <감성숲>도 그랬다. 잘 꾸며놓은 카페처럼 아늑한 공간의 이쪽저쪽이,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비슷한 결들의 것들로 채워져 있었다. 경계선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크고 길쭉한 3개의 테이블이 이것들을 정교하게 구획하는 듯했다. 제로웨이스트 숍은 그중 가장 깊어 아늑한 지점에 있었고, 여러 종류의 목재 제품과 명상에 쓰이는 싱잉볼들이 남은 면을 존재감 있게 차지하고 있었다. <감성숲>의 오미정 대표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과 관심 가는 것들, 그리고 가치 있는 것들을 모아 둔 것인데, 이게 다 감성숲”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감성숲>은 회복과 치유를 콘셉트로 한 산림형 예비 사회적 기업이다. 오랜 시간 숲을 통한 치유교육을 하던 오미정 대표가 자연과 숲, 힐링과 명상에 관련된 다양한 일을 펼칠 목적으로, 지난 2018년 문을 열었다. 여기에 숲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환경 계열 제품들이 제로웨이스트 숍의 형태로 1년 뒤 <감성숲>에 추가됐다. 오미정 대표는 “숲과 환경에 관한 교육을 하다 보니 환경을 가르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 일상으로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이후 플리마켓을 비롯한 여기저기에 환경문제를 접목하다가 생활을 변화시키는 데 직접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숍을 열게 됐다”라고 말했다.
<감성숲>에는 현재 천연수세미를 비롯한 소프넛, 소창 행주, 스테인리스 빨대, 대나무 칫솔, 고체 치약 등 30여 가지의 친환경 제품이 구비돼 있고, 목재로 만든 주방용품도 20여 종 갖추어져 있다. 추후 제로플라스틱이나 플라스틱프리에 도전할 수 있는 제품들을 꾸준히 업데이트할 예정인데, 대부분 개인 판매용보다는 교육용 패키지로 선보이게 된다고 한다. 오미정 대표는 또 “코로나19 이후 전 국민이 환경문제에 주목하며 자연스럽게 제로웨이스트운동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해 숍에도 좋은 영향을 끼쳤다” 라며 “처음 숍을 열었을 때보다 숍을 찾는 손님이 늘고, 함께 환경을 이야기할 이웃이 더 많이 생기고, <감성숲>을 응원하는 사람들도 대폭 늘어 기분이 좋다”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숲에서 키웁니다, 환경 감수성

<감성숲>의 환경운동은 <감성숲>이란 하드웨어적 공간보다 공간을 벗어난 활동인 경우가 많다. 제로웨이스트 운동을 중심으로 한 환경 인식 개선 활동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특히 숲과 환경운동을 접목한 교육 활동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이를테면 수세미를 씨앗부터 키워 수확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아이들에게 수세미가 지구환경에 어떤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준다거나, 플라스틱 화분 없는 물이끼 행잉을 만드는 체험 활동을 통해 플라스틱의 유해성을 설명하는 형태다. 오미정 대표는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어 주는 것보다 아이들(혹은 어른들)이 스스로 대안을 생각해 보고, 실제 생각해낼 수 있는 발판을 만들고 다지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숲에서 키우는 그런 소소한 환경 감수성이 추후 각자의 생활을 친환경적·친생태적으로 만드는 힘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감성숲>의 공간 한편에는 ‘숲의 씨앗’들이 줄지어 있다. 씨앗들이 발아되기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한다. 씨앗은 곧 나무이고 숲이다. <감성숲>의 다양한 환경운동들 또한 지구의 회복을 돕는 착한 씨앗 중 하나일 것이다.

※ 본 취재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해 안전하게 진행했습니다.

interview
“사람이 아프면 병원에 가듯
지구도 치료해야죠.
그 치료에 작게나마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감성숲> 오미정 대표

숲을 통한 치유가 <감성숲>의 주요 활동인데요. 언제 숲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벌써 20년을 훌쩍 넘겼는데요. 원래 유아교육 ‘발도르프’를 공부했습니다. 그때 아이들과 처음 ‘숲 활동’을 시작했는데, 그즈음 우리 아이가 알레르기가 있어 치료 삼아 숲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결과가 아주 좋아 알레르기가 싹 사라졌죠. ‘이거다’ 싶었습니다. 이후 숲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숲 활동가’로 전업했죠.

현재 구비하고 있는 제로웨이스트 제품 중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무엇인가요?

천연수세미랑 소프넛(무환자나무 과피)인데요. 인터넷상에서 많이 알려지기도 했고, 구매 후 바로 쓸 수 있어 찾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소프넛 열매는 물에 희석하면 바로 세제로 사용할 수 있고요. 재사용도 가능하고, 다 쓰고 나면 화분에 비료로도 쓸 수 있습니다. 버릴 게 하나도 없어서 추천합니다.

앞으로 <감성숲>의 환경운동은 어떤 방향을 향하게 될까요?

요즘 경기 북부지역의 뜻있는 다른 분들과 함께 공정여행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환경과 지역, 사람이 상생할 수 있는 여행이 콘셉트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기본적으로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는 여행이라서, 우리가 작성한 ‘공정여행 십계명’ 안에 일회용품 줄이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같은 친환경적·친로컬적 여행법이 제안되어 있습니다. 지역을 벗어나 외지인을 지역으로 끌어와 지역의 이야기를 전하는 계기가 될 것 같아서 한껏 기대 중입니다. 3월 즈음 시작할 예정이니, 여행 한 번 오세요.

감성숲

주소 경기도 양주시 고읍남로191번길 85-19

문의 070-7814-0133